<이슈&인물> 청-국 새 가교 한병도 신임 정무수석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05 15:22:31
  • 호수 1143호
  • 댓글 0개

전병헌 빈자리에 긴급 투입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병도 정무비서관이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전병헌 전 수석이 뇌물수수 의혹에 휘말려 물러난 지 12일 만이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석인 청와대 정무수석에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승진·임명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분으로 대통령의 진심을 국회에 잘 전달할 분이며 17대 의원 경험과 정무비서관 활동서 보여준 것처럼 국회와 소통에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술 한 병도 
못마셔 한병도?

청와대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몸이 풀린 상태의 구원투수’를 발탁한 셈이다. 청와대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을 앞두고 대국회 업무가 중요하다고 판단, 정무수석 인선을 서둘러왔으나 강기정 전 의원, 박수현 대변인 등이 줄줄이 고사하면서 적임자 찾기에 난항을 겪어왔다. 

인선의 시급성과 업무의 연속성을 최우선 고려해 새 정부 출범부터 국회와 소통업무를 맡아온 한 수석을 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서 내년도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는 등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간이 촉박한 데다 문 대통령이 내달 중국 방문 전후에 여야 대표들과 회담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한 수석이 정무비서관으로 재임하면서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친화력을 강점으로 갖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발탁 요인으로 꼽힌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야 관계가 원만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한 수석은 지난 6개월간 정무비서관으로 여야 의원들을 두루 접촉해왔다. 

한 수석은 “한국당 의원들을 적게 만나서 그렇지만 여당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한 200여명은 만난 것 같다”며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두어 번 찾아뵀는데 저를 보면 농담도 잘한다”고 말했다. 

‘문의 선택’ 정무비서관서 승진  
대선 실무조직 ‘광흥창팀’ 핵심

특히 각종 쟁점 법안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의식한 호남 출신 인사의 발탁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실제로 한 수석 발탁에 대해 국민의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수석 앞에는 직면한 예산 국회와 함께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여야 대표 초청 회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한 수석은 “우선 예산과 법안이 국회에 산적해있다. 최근 계속 국회에 있었는데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 회동은 다음 달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돼있어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한 수석은 언론 발표 1시간여 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수석 발탁 사실을 통보받았다. 

한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더 소통하고 대화하는 정무수석이 되겠다. 진심을 다해 대통령을 모시고 국회와 청와대의 소통의 다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야당과의 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정무비서관으로 야당과 많이 소통해왔다”며 “현안이 수십 가지인데 진심을 가지고 대화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럴 가능성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고위 공직자 원천배제 7대 원칙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검증했다. 제가 술을 한 병도 못 마셔서 한병도”라며 “음주로 걸릴 일이 절대 없다”고 했다.

정치권 기대
한국당만 불만

정무수석은 비서실장 산하 5개 수석실(정무·민정·사회혁신·국민소통·인사) 중 선임으로 비서실장 부재 시 대행한다. 재밌는 점은 한 수석의 나이가 수석 비서관들 중 최연소다. 현재 51세인 한 수석은 임 실장보다도 한 살 어린 최연소 수석이다. 

한 수석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초선 의원 출신으로 2012년 대선과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2·8 전당대회, 그리고 지난 대선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조직을 일군 ‘조직의 귀재’로 통한다. 

수많은 전직 의원이 거론됐음에도 문 대통령이 한 정무수석을 선택한 배경에는 ‘친문’(친 문재인) 핵심으로 꼽힐 만큼 두터운 대통령의 신뢰와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2012년 대선 캠프 조직을 맡아 문 대통령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2015년 2·8 전대서 탄탄한 조직을 지닌 박지원 의원에 맞서 문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올 대선에선 캠프 출범 전 예비조적인 '광흥창팀' 1기로 참여해 밑바닥 조직을 다졌다.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뒀다고 해서 붙여진 광흥창팀은 문 대통령 대선 출마 기반을 닦은 참모 그룹이다. 

멤버로는 임 실장, 한 수석,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오종식·탁현민 행정관 등이었다. 한 수석은 광흥창팀서 조직을 담당했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 비서실은 더 젊어지게 됐으며 임 실장의 활동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수석은 전대협 3기 전북 지역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냈다.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 실장과 30년 지기기도 하다. 


3선 출신 전정현 전 수석에 비해 ‘선수’(選數)는 부족하지만 17대에 함께 등원했던 여야 중진 의원과 격의 없이 지내는 등 ‘초선’ 이상의 무게를 지녔다. 독실한 원불교 신자로 술을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술을)한 병도 못해 한병도입니다’라고 스스로를 낮추면서 남다른 친화력으로 극복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한 수석 임명에 대해 전반적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29일 한 수석은 여야 대표를 찾아 취임 인사를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수석을 맞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많은 기대를 한다. 언론서도 오늘 한 신임 정무수석에 대해서 호평을 해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며 반가워했다. 이어 “별명이 이름과 똑같다고 ‘술을 한 병도 못마신다’고 말씀을 하셨다”며 “한 병도가 한 병은 마신다니까 한 병을 마시면서 국회 협치의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고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말로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운을 뗀 후 “이제 문재인정부도 6개월이 지나서 실질적인 결과를 내야 될 시점이다. 현재 정말로 중요한 예산정국, 예산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인 선거법 개정, 개헌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결론까지도 내야할 때다. 이렇게 중요한 세 가지 시간이 겹쳤다. 아재 개그는 아니지만 삼겹살이 아니라 ‘삼겹시간’”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당은 “전대협 비서실장에 전대협 정무수석, 청와대는 운동권 아니면 도저히 사람이 없는가”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17대 초선 출신
여야 두루 친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 수석을 향해 “적폐청산위원회라는 것이 행정 각 부에 있는데 그것을 우리당서 검토했는데 위법이다. 그러니까 정무수석이 역량을 발휘해달라. 칼춤도 오래 추면 국민들이 식상해 한다”고 일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원들 자꾸 잡아가지 마시라. 물론 혐의가 있으면 수사는 해야겠지만 갑자기 연말에 많이 몰리니 내가 당 대표인데 차도살인한다는 말도 나오니까 제가 부담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는 “여권서 나를 도와줄 일도 없는데 차도살인한다는 말이 나오니까 내가 부담스럽다”고 야권을 향한 사정 정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 수석은 “더 소통을 많이 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님들도 뵙고 의견도 나누고 하겠지만 저희들이 굉장히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두세 번 만나서 식사도 하고 의견을 듣겠다. 참고할 사항도 많다”며 “특히 야당이 중요한 국정의 파트너가 돼야 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저희들이 더 많이 노력하겠다. 말씀듣기 위해 자주 찾아뵙고 열심히 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운동권 시절과 다르다. 나라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한병도 정무수석은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다. 운동권 방식은 하면 안 된다”며 한 수석을 자극했다. 

이에 한 수석도 “운동권 방식이 어떤 방식인지 잘 모르겠지만 균형감 가지고 걱정하시지 않도록 더 진중하게 의견 많이 듣겠다”고 맞받아쳤다.

대표적 친문…운동권-초선 출신 
비서관 시절 대야 설득 담당도

한 수석은 1967년 전북 익산서 태어나 이리동중학교, 원광고등학교,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원광대학교 재학 중 6월 항쟁에 참여했으며 제19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1989년 전대협 전북 지역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해 투옥되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라북도 익산시 갑 선거구에 출마해 현역 국회의원인 새천년민주당 최재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친노계로 분류됐으며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서 활동했다. 

이외에 빈곤 아이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 한국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등에서도 간사로 활동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통합민주당 공천서 이춘석 변호사에 밀려 탈락했다. 이후 2009년 한국-이라크 우호 재단 이사장, 노무현재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 2012년 2월부터 민주통합당서 한명숙 대표최고위원 정무특별보좌관, 당무위원을 맡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 주도
임종석 30년 지기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라북도 익산시 갑 선거구에 출마하려 했으나 현역 의원이었던 이춘석 후보에 밀려 익산시 을 선거구에 출마해 조배숙 국민의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그리곤 지난 5월17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에 임명됐다.


<cmp@ilyosisa.co.kr>

 

[한병도는?]

▲1967년 전북 익산 출생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원광대 총학생회장 
▲17대 국회의원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 
▲민주정책연구원 이사 
▲노무현재단 자문위원 
▲민주통합당 당무위원회 위원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실 정무비서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