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월미도’ 테마파크 실상

예고된 사고…고장 나면 땜질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인천 월미도 테마파크서 놀이기구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면서 월미도 테마파크 놀이기구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미 예전부터 월미도 테마파크의 놀이기구 안전 문제는 이용자들 사이서 유명했다. ‘안전장치 부실’과 ‘허술한 관리’라는 고질적인 문제로 꾸준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월미도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이용했던 사람들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 ‘너무 늦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달 26일 인천 월미도 테마파크서 놀이기구 ‘크레이지 크라운’을 타던 두 남녀가 약 3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이들은 어깨와 다리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위험천만

이번에 일어난 탑승자 추락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인천시 중구는 월미테마파크 놀이기구 ‘크레이지 크라운’에 대해 점검을 의뢰한 결과 ‘피로가 누적된 부속품(볼트)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면서 사고를 촉발했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놀이기구 점검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특히 크레이지 크라운의 부속품이 제때 교체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해당 부속품인 볼트는 권고 교체주기가 5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9년 놀이기구 설치 이후 된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놀이기구에 대한 정기·일일 점검과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놀이기구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매년 1∼2차례의 정기검사와 일일검사를 하도록 돼있다. 검사 항목은 맨눈검사, 부속품 강도 검사, 시험운행 등이다. 

특히 볼트 등 부속품은 접합부위를 칠로 표시해 ‘풀림 현상’ 등 이상 유무를 매일 점검해야 안전사고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 놀이기구의 볼트에는 그런 표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대형 테마파크들은 놀이기구 볼트 등 부속품에 칠을 해두고 움직임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일일점검을 한다. 또 교체주기에 따라 부속품을 교체한다”며 “하지만 월미도 테마파크는 이런 점검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놀이기구 관리·감독 주체인 인천시 중구는 점검결과를 토대로 사고 놀이기구에 대한 운행중지를 명령하고 관련법에 따라 행정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월미도 테마파크의 놀이기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2월에는 월미도 유원지 바이킹이 운행 중 안전바가 풀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바닥으로 추락한 이용자는 없었지만, 탑승객 14명 중 6명이 기구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었고 놀이공원이 잠정 폐쇄되기도 했다. 

두달 전에는 ‘회전 컵’ 놀이기구를 타던 어린이들이 머리와 코를 부딪쳐 피를 흘리는 일도 있었다. 당시 다친 어린이의 어머니 A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서 “사고가 났는데 놀이기구를 멈춰줄 기사가 없었다”며 “1명이 3∼4개의 놀이기구를 조작하느라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구 두 달 전도 결함 정황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반응

A씨는 “아이들 3명(8세 2명, 6세 1명)이 회전컵에 탔는데 (기구가)막 돌아가다 보니까 아이들 목이랑 몸이랑 같이 흔들려서 머리와 코가 서로 부딪혔다”며 “코피가 너무 심하게 나서 일단 기계를 멈춰달라고 했는데 (운전석에)사람이 없더라.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한테 기계 좀 멈춰달라 했더니 자기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멈출 수 없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기계 운전석은 공석이었다”며 “옆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또 저희가 어디 있나 찾아보고 해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는데 (기사를 찾는데)상당히 지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찾고 보니)조작 기사가 다른 놀이기구를 운전하고 있더라. 한 명이 서너 개를 하는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A씨는 “컵 하나에 1명만 태워야 하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키 제한이 있는 것도 단속을 안 하더라. 저희 아이가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데도 ‘그냥 타세요’이런 식으로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그냥 태웠다. 그런데 그렇게 위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B씨도 월미도서의 아찔한 경험을 털어놨다. 

B씨는 2015년 여자친구와 인천 월미도 놀이공원을 찾았다가 기겁을 했다. B씨는 악명 높은 놀이기구인 바이킹의 맨 뒷자리에 탑승했다. 바이킹이 거의 90도 가까이 올라가자 공포감에 안전바를 붙잡았지만 덜렁거렸고 기구가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B씨는 “스릴이 넘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며 “이거 타다가 한 번쯤 사고가 나겠구나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월미도 바이킹 생각난다. 안 좋은 추억” “옛날에 자극적인 놀이기구 좋아할 때는 일부러 월미도까지 가서 바이킹 타러 몇 번 계속 갔는데 높이 올라갔을 때 안전바가 풀어지곤 했다”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안전 점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안전감시센터 관계자는 “안전조치를 먼저 마친 뒤 가동해야 하는데 일단 운행하면서 고장 나면 땜질식으로 고쳐 쓰는 것이 관행”이라며 “10년 이상 된 놀이기구는 안전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적 인재

이어 “안전 요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세한 업체는 성수기에만 계약직을 쓰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놀이기구를 스릴 있게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는 것도 문제”라며 “바이킹 각도를 높인다거나 놀이기구 회전수를 높이는 등을 반복하면 부품 마모가 심해져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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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