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국대 사태’ 내막

엄마 나가니 딸이…대학도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교에 일이 터지면 피해는 학생에게 미친다. 사학비리를 엄중하게 처단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여년간 건국대는 수많은 사건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학교를 마치 자신의 것인양 손에 쥐고 휘둘렀다. 숱한 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소송전은 명문 사학을 꿈꾸던 건국대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건국대 사태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건국대학교(이하 건대)는 지난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다. 건대 출신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해 행사를 뜨겁게 달궜고 학생들은 학과별로 저마다 능력을 발휘해 학교의 생일을 축하했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으로 감싼 건대 내부는 곪은 상처로 가득했다.

건대의 모태는 상허 유석창 선생이 1946년 설립한 조선정치학관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유석창 선생은 진실과 지성(誠), 사회생활의 근간(信), 정의와 용기(義)를 창학정신으로 삼았다. 

화려한 외관
문제 많은 내부

건대는 설립자의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지성인, 미래지향적인 전문인, 공동체 발전의 선도자 양성’을 교육 목적으로 내세웠다. 목표는 2020년까지 국내 5대 사학, 아시아 100대 대학으로의 진입이었다.

그랬던 건대가 최근 10년새 빠르게 무너졌다. 


건대 재학생, 동문, 교수 등 학교 관계자들은 “김경희 전 이사장이 학교를 망가뜨렸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희 전 이사장은 설립자 유석창 선생의 작고한 맏아들의 부인, 즉 맏며느리다. 김 전 이사장은 2001년 취임 이후 올해 4월 물러날 때까지 16년간 건대를 좌지우지했다.

김 전 이사장은 1994년 법인 평이사로 취임하면서 학교 경영에 참여했다.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시동생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이사장 김경희의 시대’가 열렸다. 

취임 직후 김 전 이사장은 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인 스타시티 프로젝트, 실버타운인 더 클래식 500 등 각종 수익형 사업이 김 전 이사장 때 첫 삽을 떴다.

김 전 이사장은 대학 야구장 부지를 최고 58개층 주상복합건물 4개동과 쇼핑몰·체육시설·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 생활·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스타시티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이어 건대 병원 투자, 스타 교수 영입 등 숨 가쁜 행보가 이어졌다. 

전국에 몇 안 되는 여성 이사장의 과감한 움직임에 언론은 그를 가리켜 ‘건대 르네상스’를 이룬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건대가 내세운 ‘건국 르네상스’ ‘재정이 튼튼한 대학’의 기치는 얼마 못 가 민낯을 드러냈다. 
 

건대 교수협의회, 동문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노동조합, 설립자 유창석 선생의 자녀 모임 등으로 구성된 ‘건국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013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25일부터 12월9일까지 학교와 법인에 대한 회계부분 감사를 실시했다.


김경희 대법원 판결로 이사장직 상실
이사회는 기습적으로 연봉 1억원 올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수익용·교육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한 자금차입 ▲회계 비리 총장 의원면직 처리 ▲부당한 미국대학 경영권 인수 ▲부당한 실습지 이전비용 교비 지출 ▲이사장 업무추진비와 개인 소송비용 집행 부당 등을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은 학교법인이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과의 협상서 스포츠센터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해 242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혔다. 또 더 클래식 500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법인 산하의 임대사업체인 건국 AMC의 자본금 867억원을 부실 수익사업체에 출자했다. 

이 과정서 김 전 이사장은 의사회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이 더 클래식 500의 펜트하우스를 5년8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감사 결과 적발됐다. 여기서 6억39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관리비 8000만원과 부가세 1억2656만원은 법인회계서 납부됐다. 

이뿐만 아니라 김 전 이사장은 김진규 전 총장에게도 실버타운 객실 2채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관리비 등 6325만원은 교비로 부담시켰다.

김 전 총장은 학교 돈을 횡령하는 등의 비리를 저질러 이사회서 해임이 의결됐지만 김 전 이사장은 2012년 5월 그가 사표를 제출하자 징계절차 없이 의원면직으로 처리했다. 또 이사회 의결 없이 미국 Pacific States University(PSU)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모 교수를 파견해 급여를 교비회계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08회에 걸쳐 판공비 명목으로 3억2777만원을 수령해 용도불명으로 사용한 일도 있었다. 법인카드로는 19회에 걸쳐 1156만원을 썼다. 자신의 개인 소송에 대한 비용도 법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2014년 2월, 김 전 이사장을 각종 사립학교법 위반과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같은 해 4월25일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김 전 이사장이 사용한 용도불명의 업무추진비 등 15억4356만원을 회수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건대는 교육부의 후속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김 전 이사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원승인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1년 김 취임
공격투자 이어져

재판부는 교육부가 김 전 이사장에 대해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 중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임원 취임을 취소할 경우 김 전 이사장이 얻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서도 재판부는 김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김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무상으로 스타시티 시설을 사용했다”며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김 이사장이) 학교 발전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고 그로 인해 재정 상태가 개선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건대와의 행정소송 원심과 항소심서 모두 패소한 교육부는 ‘과잉 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의 기소 과정에서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뒤따랐다. 교육부는 242억원의 업무상 배임, 회계비리, 수억원의 재단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김 전 이사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지난 2014년 8월 11억4000만원의 업무상 배임, 3억6500만원의 횡령, 2억5000만원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만 김 전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스타시티 펜트하우스에 재단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뒤 2007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신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이러한 업무상 배임액이 11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봤다.

검찰은 이사장 판공비 2억3500만원과 해외출장비 1억3000만원 등 총 약 3억6500만원의 재단 자금을 자신과 딸의 대출금 변제, 개인여행 경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에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이사장은 2억5000만원을 받고 법인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김씨를 법인 비상임감사와 부속병원 행정부원장에 임명하고, 법인 사무국장 정씨를 상임감사에 선임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사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은 배임수재에 해당한다.

김 전 이사장은 공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학교법인의 재산을 운용하는 데 있어 미숙한 부분이 있고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사장을 맡은 후 스타시티의 수익 등으로 병원을 신축하고 학교 법인의 재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죽을 각오로 뛰었을 뿐”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검찰은 교육부가 고발한 8건의 혐의 중 3건만 기소해 2015년 10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에서는 그마저도 다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5년 12월 판공비 5320만원, 업무추진비 8400만원 등 총 1억3700만원의 횡령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이사장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건네 배임증재 혐의를 받았던 김씨와 정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의혹 많았지만…
전부 해소 안 돼

지난해 7월 서울고법 형사4부는 김 전 이사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형량은 그대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그 후로 올해 4월 대법원은 김 전 이사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량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김 전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 판결을 받은 사람은 사립학교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김 전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02년 3월 학교법인 소유 교육용 부동산 매각 대금 등 35억5000만원을 교육부가 지정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1심 재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당시 재판부는 “10억여원의 교비 회계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인정되나 개인적인 이득을 전혀 취하지 않은 점과 학교 법인이 처한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을 선고한 1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인정된다”는 감형 이유를 밝혔다.

2007년에는 학력 위조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전 이사장은 건대 이사로 있던 2000년 교육부에 낸 이력서에 1970년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1982년 미국 마운트세인트메리 칼리지 대학원을 수료하고 1985년 로스앤젤레스시티 대학교 서양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한양대에 정식 입학하지 않고 청강생으로 학교를 다녀 정식 학사 학위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운트세인트메리 칼리지의 경우도 학사 편입했지만 중퇴했고 로스앤젤레스시티 대학교는 통신 수업을 진행하는 비인증 대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이사장의 임용 시점이 업무방해죄 공소시효(5년)를 지났고 이사장 임용 이후 허위학력을 이용, 또 다른 공직을 맡는 등의 추가 혐의를 찾을 수 없다며 수사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 

법은 면죄부를 줬지만 횡령 혐의로 인한 벌금, 학력 위조 등의 논란으로 김 전 이사장은 경영 능력과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이사장은 교육부와 행정 소송까지 벌이며 올해 4월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했다.

명문사학 꿈꿨지만
정상화 아직 요원해

대법원 판결로 저무는 듯했던 ‘김경희 체제’는 그의 장녀 유자은씨가 후임 이사장으로 결정되면서 지속 가능성이 제기됐다. 건대는 지난 4월26일 개최한 이사회서 유자은 건대 상임이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2014년 9월 법인 이사로 선임됐던 유 이사장은 당시에도 세습 논란을 일으키며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2013년부터 김 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해 왔던 비대위(현 건국대학교개혁추진협의회)는 유 이사장의 선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사장직서 퇴출된 김경희 전 이사장의 딸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함으로써, 김 전 이사장이 배후서 유자은 이사장을 조종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며 “유자은 이사장은 이사장이 되기 전 어떤 기관이나 업체서 일한 적이 없으므로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기습적으로 인상된 이사장 연봉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건대는 김 전 이사장이 지난 4월 횡령죄가 확정돼 물러나기 직전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연봉을 1억원 인상했다. 

건대는 총장 연봉이 1억원가량 인상돼 관행상 이사장 연봉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재정 파탄”(학교 관계자) 상태인 학내 상황상 이유도 시기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억원이 인상된 이사장의 연봉은 3억5000만원에 이른다. 비대위는 “대법원 판결 직후 밀실에서 가족 세습의 이사장 선임을 자행한 이사회 역시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4일 비대위는 두 번째 성명서에서 임대보증금 보전 처분에 대한 법인의 대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21일부터 12월7일까지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중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감사했다. 전체 289개 학교법인 중 40개 4년제 대학 학교법인이 교육부의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고 임대보증금을 법인운영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대는 여기에 포함됐다.
 

교육부장관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법인재산에 실질적 감소를 초래한 미예치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393억원을 보전하라고 건대에 지시했다. 건대는 올해 31억5900만원, 내년 83억1600만원, 2019년 89억원, 2020년 92억8200만원, 2021년 96억7600만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비대위는 “건대의 보전방안은 가해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으로 그 피해를 보전하는 모순된 방안”이라며 “393억원의 손해는 이사장과 이사들의 위법행위로 인한 결과이므로 피해자인 법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반발
“개혁할 것”

또한 “기본적인 규범도 준수하지 않고 설립자의 건학이념이나 설립목적을 훼손하면서 특정인의 사조직으로 전락해 사학비리를 감싸고 있는 이사회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전 이사장의 퇴장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건대 사태는 유 이사장의 취임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10년 넘게 ‘윗분’들의 손에 휘청거리던 건대가 ‘학생들의 학교’로 정상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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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