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의사’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5:09:09
  • 호수 1142호
  • 댓글 0개

“환자 치료는 이벤트가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렸다. 그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했던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외과의사로 유명하다. 이 교수는 국내 외상외과 분야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22일 공개한 CCTV와 열상감시장비(TOD) 화면에는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서 일어난 북한군 귀순 사건 당시 상황이 모두 담겨있었다. 귀순병이 간발의 차로 북한군 추격조를 따돌리고 전력 질주하는 장면, 추격조가 귀순병 등 뒤에서 10초간 조준 사격을 퍼붓는 모습, 총상을 입고 쓰러진 귀순병을 우리 JSA 경비대 대원들이 구출하는 상황들이 확인됐다. 

죽어가던 병사
결국 살려냈다

귀순병은 귀순하는 도중 북측 초소로부터 총격을 받아  골반(엉덩이쪽), 오른쪽 무릎, 왼쪽 겨드랑이, 오른쪽 팔 등에 총상을 입었다. UN사 헬기를 통해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가 집도했다. 

지난 14일 1차 수술서 귀순병의 내장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있었다. 손상 부위는 소장 총 7곳 부위의 파열, 6곳 이상의 장간막 파열 및 유실이 있었다. 

1차 수술만 마친 당시 이 교수는 총상으로 손상된 장기서 흘러나온 분변으로 복강과 다른 장기들이 크게 오염돼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 환자의 경우 골반을 통해 들어온 총알 1발이 골반을 부서뜨린 뒤 내장을 휩쓸며 다수의 손상과 출혈이 발생했다”며 “몸 속에 박혀 있던 총알은 1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장에서 교과서에서만 보던 수십여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다. 총상으로 인해 내장이 터지면서 내장이 분변으로 가득 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반드시 살리겠다’고 밝혔다. 1차 수술을 마친 이 교수는 다음날 곧장 2차 수술에 들어갔으며 지난 15일 오전 9시4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이 교수는 2차 수술서 오염 부위를 제거하기 위해 복강 세척 이후 복벽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복벽에 남아있던 1발의 총알을 제거한 뒤 수술을 종료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환자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합병증이 예상돼 고도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량 출혈에 의한 쇼크 상태에 빠졌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외상 환자에 비해 예후가 불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상태는 처음보다 많이 호전됐다”면서도 “현재로서 생존 여부는 확답할 수 없다. 여전히 위중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아덴만 영웅 이어 총상 귀순병 집도
혼수상태 빠졌다가 의식 찾고 회복

이후 이 교수는 의도치 않게 정치 논리에 휘말렸다. 

지난 17일 군사 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서 “이국종 교수가 귀순 병사의 허락 없이 브리핑해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고 비판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식을 들은 이 교수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에 나섰는데 인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힘들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여론 역시 이 교수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21일 귀순병의 의식이 되돌아왔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수원 아주대병원서 열린 북한군 귀순 병사 관련 2차 브리핑서 ‘환자는 사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환자의 의식은 명료한 상태”라며 “다만 환자는 총격으로 인한 부상, 2차례의 대수술 등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해 우울감을 보이고 있어 정신건강의학과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평가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함께 감염 등 후유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확인될 때까지 적어도 수일 이상 중환자실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이후 환자의 이송과 치료에 대해선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는 2차 수술 3일 뒤인 18일 오전 9시께 자가호흡을 시작했다. 현재 발열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의료진은 수술과정서 발견된 기생충(회충, 개회충)에 대해 치료 중이며 추가 검사에서 발견된 B형 간염에 대해서도 치료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병원 
사회 향한 일침

또 우측 폐 상하엽서 발견된 비활동성 결핵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어서 추가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교수는 “환자는 (상태가)좋아졌다. 안 죽을 것”이라며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와 국민, 언론의 알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의료기록은 비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서 이 교수는 그간 쌓여 왔던 불편한 감정도 터트렸다. 며칠 전 있었던 김 의원의 ‘인격 테러’ 발언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의료계 내에서 이 교수를 향해 보낸 냉담한 시선에 대한 반격에 가까웠다. 

이 교수는 이날 브리핑 시간의 대부분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반박하는 데 할애했다. 그리고 중증 외상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괴감이 든다” “괴롭다”는 말도 많이 했다.
 

이 교수는 “저는 칼을 쓰는 사람이다. 외과 의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전문화된 일에 특화돼 있다. 말이 말을 낳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잔치가 돼 버리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이 없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건 이벤트가 아니다. (북한군 귀순 병사 말고도) 우리 센터에는 중증외상 환자가 150여명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 입장서 봤을 때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이나 SNS가 안 되는 휴대전화를 쓴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환자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군 귀순 병사가 치료를 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는 인격 테러를 당했다고 비판하는 등 일부서 제기된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어 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중증외상센터에 있는 의료진의 인권도 보호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 교수는 “환자의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인권 사각지대서 비참하게 일하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의료진과 직원들도 생각해달라”며 “중증외상센터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모든 병원들이 영미권 병원보다 직원을 3분의 1밖에 고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간호사들이 계속 그만두는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헬기를 타고 내릴 때마다 몸이 긁힌다. 긁힌 상처가 있는 상태서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인지 모르고 수술한 적도 있다”며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는 키트를 쓰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삭감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비행 도중 유산한 간호사도 있고 300여시간 비행하다 쓰러져 그 이후에는 다시 비행을 하지 못하는 간호사도 있다. 얼마 전에는 손가락이 부러진 간호사가 사직했다”며 “나도 어깨가 부러졌다. 그러면서도 헬기 타고 출동할 때 정부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고 하소연했다.

환자를 두고 ‘쇼’를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날 지방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한 병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에 돌린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에는 “이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고 의료취약지 중심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푸념도 들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교수가 중증 외상 환자도 아닌 석해균 선장을 수술하는 ‘쇼’를 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 교수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석 선장의 수술 장면까지 공개하면서 “당시 석 선장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언론 브리핑은 주로 병원장이 했다. 나는 석 선장이 깨어나고 나서 브리핑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회는 무섭다. 나 또한 그걸 잘 알고 있다. 다른 동료 의사들에게 이런 고충을 이야기하면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거나 빅5병원 중 하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분노의 브리핑
열혈 외과의사 

이 교수는 브리핑 내내 불편한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현재의 중증외상센터가 지속가능하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팀원들과 함께 버티겠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의 격정 토로가 있은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해달라는 청원이 청와대에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는 현재 이 교수 관련 청원이 90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지난 7일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지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약 20만명의 시민들이 동참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은 다음달 17일 마감된다.

이 교수는 6·25 전쟁 상이군인인 국가유공자 부친을 두고 있는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1969년 서울서 태어났다.

1995년 아주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서 조교수, 부교수 및 교수직을 지냈다. 2002년 외과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서 연수, 2007년에는 영국 로열런던 외상센터서 수련했다. 

2011년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장 신분으로 우리 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했던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외과의사로 더 유명하다.

당시 석 선장은 해적이 쏜 총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청해부대 소속 UDT/SEAL의 신속한 대처로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을 국내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가장 급한 문제였다. 

메디컬 드라마 실제 모델로 유명
철저한 프로의식·직업의식 갖춰

석 선장은 1차적으로 오만 대학병원서 수술을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이에 오만에 급파된 이 교수는 석해균 선장의 상태를 확인한 후 “오만에 더 놔두면 사망한다”고 판단,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호송할 것을 적극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석 선장의 후송에 이용하려는 에어 앰뷸런스는 전세비용이 약 40만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4억5000만원)에 달했다. 

긴박한 상황서 국내 정부 측과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이 교수는 “내 돈이라도 낼 테니 일단 이송부터 하자”라는 말과 함께 이 교수의 이름으로 빌리돼 외교부가 비용 지급보증을 서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이런 공로가 인정 돼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여받았고 한국 해군과의 합동의료훈련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대위 계급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MBC <골든타임> SBS <낭만닥터 김사부> 등 메디컬 드라마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졌다. 

이 교수는 최근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 출연해 의료현장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한국 사회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지난 8월 방송된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서 돌아가시는 분들 조사해보면 젊은 사람들, 40대 이전에는 중증외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곧장 수술방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 사회서 명령을 내리고 시스템을 만들 사람은 없지만 직접 고된 작업을 할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국가에 몇 없는 최고의 외상외과 전문가로서 투철한 프로의식과 직업의식을 갖추고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중증외상 분야의 외과 전문의이자, 외상 및 외상 후 후유증, 총상 치료 부문서 한국 최고 권위자다. 

이 교수가 이끄는 외상외과 의료팀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외상외과 의료진으로 꼽힌다.

중증외상 분야
알리는데 기여

기존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던 중증외상이라는 분야를 언론 등을 통해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국 거점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국가가 이를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2012년 응급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이국종법이 통과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