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상한 영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1:03:31
  • 호수 1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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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경험도 없는데…김새는 요원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 국정원의 수상한 인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서실장이 2개월 만에 해외공작국장으로 영전하는가 하면 위안부 합의에 힘쓴 인사가 일본 공사로 파견된 것.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정원의 수상한 승진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26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15년 1월을 시작으로 모두 8차례에 걸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위안부 합의를 위한 협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외교채널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위안부 합의
국정원 주도

같은 당 이수혁 의원도 앞서 지난 9월12일 국회 본회의 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원장 시절 원내에 TF를 만들어 지휘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한일 양국 협상 과정서 주무부서인 외교부가 철저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가 노환으로 사망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을 떠나보내게 되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위한부 할머니들을 달랬다. 


같은 날 민주당은 “인간의 생명보다 존엄한 것은 없다. 개인이든 국가 권력이든 그 무엇에게도 상처받고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전임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외교부도 단단히 뿔난 모양새다. 외교부 김효은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2015년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의혹 속에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 보상, 명예 회복의 과제는 절실해지고 있다. 살아 남은 후손들의 역사적 책무”라고 지적했다. 

박 정부 인사 총영사·공사 임명
도대체 왜? 이례적 발령에 뒷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시절이던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국회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의 졸속적이고 굴욕적 이번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자충수가 불러온 참담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 당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점에 비춰 향후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합의의 경우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혔다. 특히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의 경우 국제적으로 이슈가 될 만큼 일본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분이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승리한 외교라며 자화자찬 했지만 정치권 및 시민단체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합의문에 ‘불가역적·최종적 합의’란 단어가 들어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 정부는 출범부터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고, 일본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영사·공사로
사실상 영전

이에 정부는 지난 7월31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를 공식출범했다. 당시 오태규 TF위원장은 “조사 과정서 필요한 관계자는 소속이 어디든 모두 면담하겠다”며 “문서의 소재지가 어디냐는 중요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모든 걸 검토한다”고 말했다. 

해당 TF는 연내 최종 보고서 도출을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문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문제 해결에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합의 당시 국정원 내 TF팀 일원이 영전해 뒷말이 무성하다. 국정원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 분석부서가 위안부 문제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근혜정부서 수상한 승진으로 현재 구설에 오르고 있는 이들은 김옥채 현 후쿠오카 총영사와 이정일 주일공사다. 

이 두 사람은 올해 국감장에 나와 국정원이 TF를 구성해 위안부 합의에 나선 것에 대해 회담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총영사와 이 주일공사는 각각 협상 당시 주일공사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외교부 인사 당시 발령이 났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영전에 가깝다는 평가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국정원의 수상한 승진은 계속됐다는 점이다. 국정원 내부서 도마에 오르고 있는 직원은 현재 일본 대사관 공사로 있는 A씨다. 대사관 직책은 대사·공사·공사참사·참사·1등서기관 순으로 나뉘며 공사의 경우 1급에 해당한다. 

일단 A씨의 인사에 뒷말이 무성한 이유로는 우선 해외공작파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 해외 공작원의 경우 외국에 파견돼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는데 A씨는 해외분석파트서만 몸담은 것으로 알려진다. 

비서실장서
해외국장으로

국정원 관계자는 “A씨처럼 해외공작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일본 공사로 내정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문재인정부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일본은 미국, 중국, 러시아와 함께 우리나라를 둘러싼 4강 중 하나로 인사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A씨의 인사를 두고 문정부의 방침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여성장관 30%를 내세운바 있다. 일종의 여성 할당제를 만들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였다. 문 정부는 6명의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해 공약을 이행했다. 

하지만 4대 권력기관 내 핵심 보직인사 26명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핵심 보직인사 중 여성이 없다는 사실은 지난 8월 경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4대 권력기관에 여성의 요직 진출이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며 “A씨의 경우 9월 말에서 10월 초경 해외공작부서로 발령이 났다. 분위기상 여성으로서 어드벤테이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상한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의 1년 후배로 알려진 B씨의 인사도 뒷말이 무성하다. B씨는 지난 6월 서훈 국정원장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 비서실장의 경우 1급이다.

비서실장 자체도 좋은 자리지만 B씨는 A씨가 일본 공사로 나간 시점에 해외공작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공작국장은 국정원 파견지를 총괄하는 중책을 맞고 있는 직책으로 직급 상 1급에 해당한다. 


불륜설·여성할당설…진실은?
내부서 불만의 목소리 들끓어

문제는 비서실장으로 자리한지 2∼3달 만에 영전에 가까운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국정원 관계자는 “2∼3개월 만에 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서훈 국정원장의 비서실장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적폐 청산 와중에 말도 안 되는 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즉, 국정원이 주도했다고 알려진 위안부 TF의 일원이 2급서 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 또 그가 자리한 곳은 수 십년 국정원 생활서 자신이 담당한 보직과 맞지 않는 곳이란 점이다.

국정원의 경우 입사 당시 보직이 정해지면 보직이 변경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즉 입사 당시 직렬이 한 번 정해지면 퇴직 시까지 바뀌지 않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징계 및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부서에 발령 내는 경우는 있다”며 A씨의 인사가 이례적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B씨의 1년 선배로 알려지는데 결혼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연히도 이번 인사로 A씨와 B씨는 업무 상 얽히는 관계가 됐다. A씨는 일본 공사로 나가 있고, B씨는 해외공작국장이라는 점에서 B씨가 A씨의 뒤를 봐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해외경험 전무
일본 공사로?

<일요시사>는 일련의 국정원 인사 및 소문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실에 사실관계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 관계자는 “정보기관 구성원의 신원 사항이나 인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해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 정부 국정원장 잔혹사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직 국정원장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사유에 대해 “피의자에 대해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부분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남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를, 이 전 원장에게는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금지)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총 40여억원 가량을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전직 국정원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상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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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