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해진 손학규 ‘비상구 플랜’ 전모

‘통 큰 행보’에도 하락? 그렇다면 ‘통 큰 양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최근 해외로까지 보폭을 넓히며 ‘통 큰 행보’를 구가하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최근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분당대첩’에서 금배지를 거머쥐며 단숨에 지지율이 14.3%까지 급등했지만 이제 분당효과가 막을 내렸다는 평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에서는 정체성 의문으로 내전에 휘말리고 있고, 당 밖에서는 통합을 향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는데…. 손 대표는 과연 이 난관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야권대세론자로 독주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까?

분당효과 막 내려 원점으로 돌아간 지지율
해외순방 보따리 긍정평가도 평창에 묻혀?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31.5%로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8.9%인 한 자릿수로 급락한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손 대표는 지난 4.27재보선으로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을’ 지역 입성에 성공하며 지지율이 14.3%까지 급상승했다. 하지만 마의 15%를 넘기지 못하고 10주 만에 다시 한 자릿수 지지율인 8.9%를 기록하며 분당대첩 효과 이전으로 회귀했다.

이에 손 대표의 범야권 ‘대권행’ 독주체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뒤를 잇고 있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8.2%)와 불과 0.7%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는 것.

지지율 한 자릿수
분당대첩 이전으로

이처럼 범야권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대권행은 다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손 대표 측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의 영수회담을 통해 야당 대표로서의 역할도 했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순방을 통해 꾸려온 보따리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 지지율 상승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 큰 행보의 특수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중국의 유력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 부주석의 초대를 받은 점과 더불어 일본과 중국 유력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며 야당 대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대북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을 높게 평가받으며 대선 후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가자 정계에서는 손 대표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손 대표가 방중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당일, 평창 유치 소식이 발표되면서 모든 시선이 아프리카로 쏠려 중국 해외순방 성과물이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로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상승의 반작용으로 손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여기에 그동안 ‘한-EU FTA’와 ‘KBS 수신료 인상 문제’ 등으로 당내 불협화음이 계속 노출되며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며, 이어 대북기조 정책을 놓고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정체성’ 의문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탈여의도 행보 비판
노동현안에 소극적

실제 당내 최고 ‘맞수’로 꼽히는 정동영 최고위원도 손 대표의 대권행보에 제동을 걸며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정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에 대한 손 대표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였고, 비주류의 연합체인 쇄신연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확산을 도모하며 손 대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손 대표는 지난 13일 민주당 당사에서 3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고동락 민생실천’ 발대식을 갖고 바닥민심을 살피기 위해 제2차 희망대장정의 출발을 선언했다. 2차 희망대장정은 다음달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손 대표의 ‘탈(脫)여의도행’을 두고 당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일본, 중국 등 해외순방에 이어 주요 현안이 산적한 8~9월 임시?정기국회를 앞두고 또 외출 계획을 알리자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

당을 이끌어야 할 대표가 국회를 비운 채 임시국회가 열리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과 대여 공세에 따른 방어막도 약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제도 개선이나 정책 마련 등의 실질적인 성과물이 미비한 상황에서 외교, 안보 등 대권행보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국민들이 어느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지 다 아는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민생탐방보다 민생대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범야권에서도 민생문제를 강조한다는 제 1야당 대표가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동현안에 ‘강 건너 불구경’한다는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지난 9일~10일 부산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대규모 시위에 민주당은 정동영, 조배숙 최고위원 등 일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희망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다른 진보야당들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노동현안 문제에 직접 당 대표가 나서 총력전을 펼쳤다. 여기에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와 노회찬 전 의원 등도 현장을 방문해 최루액 물대포를 맞고 실신하거나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만 참석하지 않은 상황이라 ‘야권대통합’을 외치는 손 대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범야권에서는 손 대표가 대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1:1구도에만 혈안이 되어 야권통합의 특수만 누리려 한다는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바닥민심 살피러 희망대장정 떠나 ‘민심사냥’
물밑에서 호남물갈이로 통 큰 양보 준비 중?

이처럼 당 안팎의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손 대표가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섰다. 손 대표 측근은 “이미 지난 1월 한진중공업을 방문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태 해결을 촉구했을 뿐 아니라 지난달 영수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2차 희망버스에 오르지 못한 것은 손 대표가 중국을 다녀온 다음날 개최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손 대표도 한진중공업 사태의 중요성을 인식해 최대한 일정을 조정해 이번에 방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그는 지난 14일 직접 한진중공업을 찾아 이재용 사장 및 노사 관계자들과 만났다. 그는 사태 해결을 위한 회사 측의 배려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기업으로서 기업의 윤리와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결단해서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바닥민심 듣고 정책제안
호남 물갈이로 인재수혈

 

 

 

 


야권통합과 관련해서는 그간 민주당이 보인 행보가 미덥지 않다는 반응과 손 대표의 진정성 문제까지 더해지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손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현역의원의 호남지역 양보를 끌어내 야권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최근 김효석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고, 앞서 정세균 최고위원이 종로에 출마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김영춘 최고위원, 김부겸 의원, 장영달 의원이 그동안 민주당의 불모지로 불렸던 영남행 도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고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27재보선에서 순천을 민주노동당에 양보해 성공했던 경험이 롤모델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한 모습이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호남양보=야권통합’이라는 등식성립에 기대어 한층 탄력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발표된 당개혁특위의 ‘공천룰 최종안’은 기존 지구당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양보를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최고위원회와 중앙위원회의 추인 등 절차가 남아 있지만, 내용을 보면 사실상 전국적 공천물갈이를 시사하고 있다.

때문에 손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위한 히든카드가 ‘호남물갈이’라는 것으로 점차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온적 태도 비판
적극적인 실천 요구

야권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그간 말로만 ‘민생’을 화두로 던졌지 실질적으로 현장으로 들어가 직접 실천력을 보여준 것이 없고, 외교·안보에만 힘을 쏟으며 국내 노동 현안에 너무 소극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뒤늦은 한진중공업 방문을 두고 그는 “이번 희망버스가 시민의 자발적 참여 속에 이뤄진 만큼 여론의 압박에 눈치를 보며 움직이기 보다는 당 대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민주당이 통합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야당 대표가 모두 관심 갖고 참석한 행사에 손 대표의 소극적 대응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야권통합에 ‘희생’을 강조한 만큼 말뿐이 아니라 확실한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손 대표는 쏟아지는 비판에 정면대응하며 수습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로는 지지율하락과 당 안팎의 비판으로 대권행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또 어떤 히든카드를 꺼내들어 분위기 ‘반전’을 꾀할지 앞으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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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