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금주의 국감스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06 10:43:11
  • 호수 1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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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마무리됐다. 추석 연휴를 뒤로 한 국감은 지난달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16개 상임위원회(겸임 상임위 포함)서 701개 기관을 상대로 치러졌다. 
 

이번 국감서 여야는 ‘적폐’ 공방전을 벌였다. 각각 ‘적폐 청산’과 ‘신(新)적폐 저지’를 내세우며 난타전을 펼쳤다. 여야는 “민생을 챙겼다”고 자평했지만 대형 이슈 없이 정쟁만 난무한 국감이라는 쓴소리만 나온다.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과기위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감서 여야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고 ‘언론 개혁’과 ‘방송 장악’을 주장하며 격돌했다. 환노위의 고용노동부 감사에선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을 다시 추궁해 여야 간 설전을 벌였다.

교문위에선 국정교과서 문제와 교육정책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고, 기재위 국감에선 수출입은행의 ‘다스 특혜 지원’ 의혹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국감 종료를 맞아 <일요시사>는 정쟁이 난무 하는 와중에도 송곳 같은 문제제기로 국감장을 빛낸 의원들을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중기 R&D 지원 부정환수 237억”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기 R&D 지원사업 부정사용 환수처분액은 237억원이며 환수된 금액은 8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부정사용에 대해 징벌적 제재 등 강력한 규제를 하고, 불성실실패에 대해서도 환수율을 높여 중소기업 경영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부정수급 건수는 122건, 환수처분액은 127억원이며 불성실실패 과제수는 196건, 환수대상액은 110억원을 기록했다.

부정수급 건수는 2015년 55건을 기점으로 지난해 15건, 올해 8월 22건으로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불성실실패 과제 수는 2014년 60건을 기점으로 2015년 39건, 지난해 30건, 올해 8월 현재 34건으로 줄어들다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정수급에 대한 5년간 회수금은 69억원으로 환수처분액 대비 54.8%를 회수했다. 불성실실패에 대한 5년간 환수금은 20억원으로 환수대상액 대비 18.5%로 매우 낮은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중소기업 R&D 자금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욱 체계화시켜 나가야한다”며 “부정사용에 대해서는 환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환수금의 범위 및 납부시기, 납부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러한 제도운용이 돼야만 “중소기업이 시장파괴적 혁신기술 내지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며 “도전적인 과제를 선정·지원하고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이를 사장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수사기관 통신 확인 요청↑”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문재인정권이 출범한 이후 국정원과 검찰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 건수가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SK·LG·KT 등 통신 3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통신자료 337만건, 통신사실확인자료 67만건의 조회가 이뤄졌다”며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지난 4월 달만 해도 7만8000여건 수준에 불과했지만 5·6월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검찰이나 경찰, 국정원, 군 수사기관과 기타 사법경찰권이 부여된 행정부처 등 수사시관이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수사대상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해 제공받는 제도를 말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자료는 검찰이나 경찰, 정보수사기관서 검사, 4급 이상 공무원, 총경 등이 결재한 제공요청서를 통신 사업자로부터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해당 자료에는 통화 일시와 시간, 상대방 전화번호, 인터넷 로그기록, 전속 IP 주소, 이용자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가입 및 해지일자, 등 민감 정보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부인이나 수행비서의 사례서 보듯이 정보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개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수집이 남용되고 사찰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헌법의 영장주의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조차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제도적인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 출범과 더불어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이태규 의원(국민의당)

“박 정부, 통준위 쪽박 운영”


통일 대박을 외치며 박근혜정부가 출범시킨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가 성과없이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산의 대부분을 회의업무가 아닌 기관 지원경비에 집행했고, 지난해에는 정기회의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는 등 위원회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3년간 실시한 정책연구용역 사업서 통준위 소속 위원 등이 연구수행자로 참여한 셀프용역계약이 전체 계약의 절반이 넘는 등 사업이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준위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까지 약 138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총 30억79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는데 이중에서 전체회의·분과위원회 등 위원회 회의 운영비로는 단 6억4200만원을 집행한 반면, 위원회 활동 지원, 통일준비 연구·조사 등 통준위 활동을 지원하고 운영하는 경비로 24억37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 회의운영 등 본연 업무에 집행된 예산보다 기관 지원경비에 집행된 예산 비중이 과다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통준위 회의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구분되며 정기회의는 분기마다 1회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해 실적을 보면 부위원장 주재로 발표 및 토론 위주로 임시회의를 개최한 것이 전부고, 정기회 개최실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통준위가 실시한 정책연구용역의 연구수행자별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연구수행자에 통준위 위원 및 전문위원이 포함된 용역건수가 2014년 13건, 2015년 7건, 2016년 5건 등 총 25건으로 3년간 실시한 전체 용역건수 48건의 52.1%를 차지하고 있고, 계약금액은 총 6억7700만원으로 3년간 계약금액 12억5200만원인 54.1%에 이른다. 

통준위 소속 위원 및 전문위원은 전체회의 및 분과위원회 회의 등 공식회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견해를 얻고자 하는 것이 연구용역의 취지임을 감안할 때, 3년간 실시한 연구용역사업에서 통준위 소속 위원 등이 연구수행자로 참여한 계약건이 전체 계약의 절반이 넘는 것은 부적절한 집행이란 지적이다.

이 의원은 “통일 대박을 외치며 탄생한 박근혜표 통준위에 3년간 투입된 예산만 138억원”이라며 “하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이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쪽박을 찼다”고 말했다. 

또 그는 “통준위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정권에 따라 출범과 해체를 반복하며 예산만 낭비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지양해야 하고, 만든다고 해도 대통령의 영향력을 크게 받지 않는 운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바른정당)

“지능적인 불법 요양기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 요양기관들이 날로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대형화되기 때문에 종별 맞춤형 방식으로 접근해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내부자 비중이 줄어들면서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일제 자진신고 기간을 두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사무장병원으로 환수결정 된 곳은 총 1195기관으로 환수결정금액은 1조7000여억원에 달한다. 

환수결정금액을 보면 2012년 700억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한 기관당 평균금액은 2012년 3억원서 20억원으로 무려 6∼7배나 증가했다.

이는 사무장병원 형태가 날로 지능·대형화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환수가 완료된 환수율을 보면 2012년 15%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5% 수준으로 3배가량 떨어졌다. 

환수금액이 커짐에 따라 환수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같이 환수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의료기관 종별 사무장병원 현황을 보면 의원(427개소), 한방병의원(211개소), 요양병원(202개소) 순으로 많다. 하지만 기관당 평균 환수결정금은 요양병원(45억원), 병원(36억원), 약국(22억원) 순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종별에 따라 맞춤형 환수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생협을 가장한 사무장병원의 난립으로 조합원의 복지와 생활문화 향상이라는 당초 목적이 퇴색되고 의료생태 질서를 해치고 있다느 지적이다. 

아울러 비영리법인, 의료생협 등 의료기관 개설 제한 규정의 미흡으로 사전차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음에 따라 당초 의료생협에서는 비조합원을 진료할 수 없도록 해 불법행위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무장병원 자진신고 시 징수금 감경 또는 면제하는 법안이 현재 발의돼있지만 보건복지부는 “현행 법체계로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징수금 등 행정처분 감면이 가능하므로 별도로 감면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의원은 “문제는 현재 의료인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이러한 감면 가능 사실을 알리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내부고발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나 현행법 상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내부고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내부자 신고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 일제 자진신고기간을 두는 등의 방안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수결정금액이 적발기관의 설립 이후 총 수익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이미 오래 전 발생한 수익금을 회수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환자가 냈던 본인부담금은 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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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