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홍준표 ‘홍(준표)당 만들기’ 프로젝트 전모

반짝 밀월시대 끝~임금님도 공주님도 잘 보이시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사무총장 인사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당직 인사를 놓고 친이·친박계가 협공에 나선 가운데, 내년 총선 공천과 경선 룰 개정 등 홍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친박계와의 ‘반짝 밀월’을 저버리고 ‘홍준표당’을 외치고 있어 계파 간 갈등을 없앤다는 그가 새로운 계파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 고성에 멱살잡이 직전 상황까지
“반대하는 분들은 퇴장하는 게 관례” 정당성 강조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가 초반부터 격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7·4 전당대회를 통해 홍 대표가 당권을 잡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친박계가 전대 이후 홍 대표 체제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양측 간에 파열음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가장 문제 삼는 것은 당직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홍 대표의 리더십이다. 홍 대표가 친박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한 것을 두고 “역시 믿기 어렵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직 인선에서
드러난 리더십

홍 대표는 지난 1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하는 새 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홍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당직 인선안을 의결하자”고 제안하자 이에 반발한 유·원 최고위원은 퇴장했고, 두 사람을 제외한 최고위원들과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5명은 인선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전날에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비공개 회의에서 고성이 오갔으며 이날은 홍 대표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연이틀 이어진 당 지도부 간의 충돌이었다.

회의장을 나온 유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고, 원 최고위원은 “전례 없는 의사결정 강행에 전례 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임명 철회 투쟁 가능성도 시사해 향후 최고위원회의 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대표의 총장 인선을 놓고 최고위원단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센 것으로 풀이된다.

친이계와 친박계 입장에서는 대표의 측근이 공천결정 과정에서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임명되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을 책임질 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꾸려지는 공천심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기용하면 공천 과정이 불공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홍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 최고위원도 “홍준표식 사당화의 시작”이라며 “원칙은 사라지고 흥정만 남아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홍 대표는 “사무총장 한 자리 갖고 사당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이며 최고위원회의는 합의제가 아닌 의결제로 운영된다”면서 “당 운영은 홍준표 중심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대하는 분들은 퇴장하는 게 관례”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부글부글 끓는 친박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한 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친박계 의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지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 대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의원은 “친박계의 지지가 없었다면 홍 대표가 1등으로 당 대표가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 뒤 “홍 대표를 지지한 친박계 의원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홍 대표는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결과를 합쳐 4만1666표를 얻어 2위인 유승민 최고위원을 9509표 차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만 보면 홍 대표는 2만9310표를 얻어 2만7519표를 얻은 유 최고위원과의 차이가 1791표에 불과했다.

선거인단 투표가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이 홍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당선 뒤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가 됐다”는 말을 반복하며 친박계가 반대하는 당직인선을 강행해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홍 대표는 취임 직후 “계파 활동에 치중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친박계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홍 대표가 계파를 없애겠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계파를 만들고 있다”며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드러난 홍 대표의 행태에 분개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화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홍 대표의 인사과정을 비판하며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당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정치적 동지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을 아우를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공천 놓고 치열한 ‘계파싸움’ 재연 배제할 수 없어
“사전 상의 없었다” 핵심의원들 무더기 당직 거부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공천권 논란이 확산되자 홍 대표는 “친이계로 임명하면 친이계가 부활했다고 할 것이고, 친박계를 임명하면 또 친박계가 당을 접수했다고 할 것이니 차라리 거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낫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원 최고위원은 “대표와 사무총장이 24시간 모든 수단을 가지고 당무의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개성이 강한 홍 대표의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혀 모종의 작전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천과 관련해 “어떤 사람은 뭐 이런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흠집을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홍 대표는 대표가 되기 전부터 “병역 미필자는 절대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통해 특정인에 대한 공천 배제논리를 주장해왔고, “내년 공천만은 자기가 한번 마음껏 해보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결국 “친이와 친박이 아닌 중립적 사무총장을 임명한다”는 홍 대표의 논리는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혀 친이와 친박을 견제하는 동시에 다음 총선을 통해 ‘홍준표당’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자신이 ‘홍준표의 사람’이란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한 라디오에 출연한 김 사무총장은 “홍준표 대표는 지금까지 계파를 만들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계파를 초월해서 공정한 룰을 짜고 일을 제대로 한다고 한다면 ‘홍준표도 지도자가 될 수 있겠구나, 세를 모아줄 수 있을지 모른다’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유·원 두 최고위원이 우려하고 있는 ‘홍준표 계파’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예고된다.

“내년 공천 마음껏
 한번 해보고 싶다”

한편 신임 당직자 임명도 내홍을 겪고 있다.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당 지도부가 극한 갈등을 겪은 후유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친이계 심재철, 친박계 김학송, 현기환 의원 등 3명은 당직을 고사했다. 경선에서 홍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김 의원과 현 의원이 각각 중안연수원장과 노동위원장 자리를 거부한 것이다.

현 의원은 “당직인선 과정에서는 한마디 상의도 없다가 갑자기 당직임명을 통보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홍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한 친박계 의원은 “도와 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당선되더니 바로 뒤통수를 때렸다”며 “앞으로 여러 사안을 놓고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친박계에서는 이미 사무총장 임명은 강행된 만큼 공천과정에서 사무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사무부총장은 전투력 있는 친박계 의원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재선의 이혜훈 의원. 이 의원은 지난 대통령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캠프 대변인으로 이미 전투력을 검증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제2사무부총장으로는 나경원 최고위원의 추천으로 김성태 의원이 오르내렸으나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다.

홍 대표도 제1, 2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은 친박, 혹은 친이계에 안배할 계획인 만큼 이 같은 친박계의 구상이 당직인선에 반영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보완재’를 자청했고 야당의 공격에서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홍 대표가 이렇게 ‘마이 웨이’를 구가하면서 당 운영을 둘러싼 홍 대표와 친박계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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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