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홍준표 ‘홍(준표)당 만들기’ 프로젝트 전모

반짝 밀월시대 끝~임금님도 공주님도 잘 보이시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사무총장 인사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당직 인사를 놓고 친이·친박계가 협공에 나선 가운데, 내년 총선 공천과 경선 룰 개정 등 홍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친박계와의 ‘반짝 밀월’을 저버리고 ‘홍준표당’을 외치고 있어 계파 간 갈등을 없앤다는 그가 새로운 계파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 고성에 멱살잡이 직전 상황까지
“반대하는 분들은 퇴장하는 게 관례” 정당성 강조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가 초반부터 격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7·4 전당대회를 통해 홍 대표가 당권을 잡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친박계가 전대 이후 홍 대표 체제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양측 간에 파열음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가장 문제 삼는 것은 당직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홍 대표의 리더십이다. 홍 대표가 친박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한 것을 두고 “역시 믿기 어렵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직 인선에서
드러난 리더십

홍 대표는 지난 1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하는 새 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홍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당직 인선안을 의결하자”고 제안하자 이에 반발한 유·원 최고위원은 퇴장했고, 두 사람을 제외한 최고위원들과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5명은 인선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전날에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비공개 회의에서 고성이 오갔으며 이날은 홍 대표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연이틀 이어진 당 지도부 간의 충돌이었다.

회의장을 나온 유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고, 원 최고위원은 “전례 없는 의사결정 강행에 전례 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최고위원은 사무총장 임명 철회 투쟁 가능성도 시사해 향후 최고위원회의 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대표의 총장 인선을 놓고 최고위원단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센 것으로 풀이된다.

친이계와 친박계 입장에서는 대표의 측근이 공천결정 과정에서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임명되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을 책임질 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꾸려지는 공천심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기용하면 공천 과정이 불공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홍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 최고위원도 “홍준표식 사당화의 시작”이라며 “원칙은 사라지고 흥정만 남아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홍 대표는 “사무총장 한 자리 갖고 사당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이며 최고위원회의는 합의제가 아닌 의결제로 운영된다”면서 “당 운영은 홍준표 중심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대하는 분들은 퇴장하는 게 관례”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부글부글 끓는 친박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한 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친박계 의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지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 대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의원은 “친박계의 지지가 없었다면 홍 대표가 1등으로 당 대표가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 뒤 “홍 대표를 지지한 친박계 의원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홍 대표는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결과를 합쳐 4만1666표를 얻어 2위인 유승민 최고위원을 9509표 차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만 보면 홍 대표는 2만9310표를 얻어 2만7519표를 얻은 유 최고위원과의 차이가 1791표에 불과했다.

선거인단 투표가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이 홍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당선 뒤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가 됐다”는 말을 반복하며 친박계가 반대하는 당직인선을 강행해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홍 대표는 취임 직후 “계파 활동에 치중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친박계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홍 대표가 계파를 없애겠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계파를 만들고 있다”며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드러난 홍 대표의 행태에 분개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화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홍 대표의 인사과정을 비판하며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당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정치적 동지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을 아우를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공천 놓고 치열한 ‘계파싸움’ 재연 배제할 수 없어
“사전 상의 없었다” 핵심의원들 무더기 당직 거부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공천권 논란이 확산되자 홍 대표는 “친이계로 임명하면 친이계가 부활했다고 할 것이고, 친박계를 임명하면 또 친박계가 당을 접수했다고 할 것이니 차라리 거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낫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원 최고위원은 “대표와 사무총장이 24시간 모든 수단을 가지고 당무의 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개성이 강한 홍 대표의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혀 모종의 작전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천과 관련해 “어떤 사람은 뭐 이런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흠집을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홍 대표는 대표가 되기 전부터 “병역 미필자는 절대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통해 특정인에 대한 공천 배제논리를 주장해왔고, “내년 공천만은 자기가 한번 마음껏 해보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결국 “친이와 친박이 아닌 중립적 사무총장을 임명한다”는 홍 대표의 논리는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혀 친이와 친박을 견제하는 동시에 다음 총선을 통해 ‘홍준표당’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자신이 ‘홍준표의 사람’이란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한 라디오에 출연한 김 사무총장은 “홍준표 대표는 지금까지 계파를 만들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계파를 초월해서 공정한 룰을 짜고 일을 제대로 한다고 한다면 ‘홍준표도 지도자가 될 수 있겠구나, 세를 모아줄 수 있을지 모른다’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유·원 두 최고위원이 우려하고 있는 ‘홍준표 계파’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예고된다.

“내년 공천 마음껏
 한번 해보고 싶다”

한편 신임 당직자 임명도 내홍을 겪고 있다.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당 지도부가 극한 갈등을 겪은 후유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친이계 심재철, 친박계 김학송, 현기환 의원 등 3명은 당직을 고사했다. 경선에서 홍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김 의원과 현 의원이 각각 중안연수원장과 노동위원장 자리를 거부한 것이다.

현 의원은 “당직인선 과정에서는 한마디 상의도 없다가 갑자기 당직임명을 통보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홍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한 친박계 의원은 “도와 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당선되더니 바로 뒤통수를 때렸다”며 “앞으로 여러 사안을 놓고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친박계에서는 이미 사무총장 임명은 강행된 만큼 공천과정에서 사무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사무부총장은 전투력 있는 친박계 의원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재선의 이혜훈 의원. 이 의원은 지난 대통령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캠프 대변인으로 이미 전투력을 검증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제2사무부총장으로는 나경원 최고위원의 추천으로 김성태 의원이 오르내렸으나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다.

홍 대표도 제1, 2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은 친박, 혹은 친이계에 안배할 계획인 만큼 이 같은 친박계의 구상이 당직인선에 반영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보완재’를 자청했고 야당의 공격에서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홍 대표가 이렇게 ‘마이 웨이’를 구가하면서 당 운영을 둘러싼 홍 대표와 친박계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