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결> 미리 보는 ‘6·13 지방선거’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45:31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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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 시·도지사 빅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민심 바로미터가 될 ‘6·13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정치인들이 시·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내년 선거는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가상대결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예측해봤다. 
 

정치권 안팎에선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뜨겁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예비대선’으로 불리며 대선 직행열차로 여겨진 만큼 내년 지방선거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지역으로 예상된다. 

박원순vs안철수
어제의 동지가…

특히 서울시장은 한해 27조5037억(2016년 기준)의 예산을 집행하고 광역단체장으로서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등의 권한을 갖는다. 서울은 국내총생산 절반 이상이 집중돼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라면 욕심을 낼 만한 자리인 셈이다. 

여당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5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장 3선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제가 3선을 하냐, 안 하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시민 뜻도 중요하다”며 “여러가지로 의견을 듣고 있고 저도 고민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확실히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3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1위를 달리고 있다(지난 8월 기준). 박 시장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박 시장을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게 도와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8일 안 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운영회의 모두발언서 “솔선수범 차원서 내년 지방선거서 당이 요구하는 어떤 길이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지지도에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차근차근 저희들이 일을 해나간다면 이 축적이 결국은 그 힘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시장 3선 도전…안 출사표 던지나?
남-이 장외전…현역 프리미엄 vs 지지율 

정치권에선 상징성이 강한 서울시장에 안 대표가 도전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내부는 물론 보수진영서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안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안 대표와 박 시장이 내년 선거서 맞붙을 경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셈이다. 

앞서 7년 전 서울시장 선거서 안 대표는 50%가 넘던 지지율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5% 지지율에 불과했던 박 시장에게 조건 없이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그 결과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승승장구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양보하겠냐’는 질문에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야 없지 않겠나”고 답했다. 

과거 안 대표의 ‘양보’를 ‘사사로운 것’으로 평가해 에둘러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현재 분위기로만 놓고 봤을 때는 박 시장의 낙승이 예상된다. 여당과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이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 대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대선 조작 파문, 당 내홍 등이 겹치면서 당장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역대 서울시장 선거의 특징을 살펴보면 서울시민들은 집권여당이 아닌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 

고건 시장부터 시작해 박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야당 소속이었다. 현 정부를 견제하는 차원의 투표 양상을 띤 것이다. 만약 내년 선거서도 여당을 견제하는 차원서 투표가 진행된다면 결과는 예측불허의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독주  
경기 찍고 대권?

메인 대결이 서울시장이라면 그 다음으로 관심이 집중 되는 자리는 단연 ‘경기도지사’다. 재선을 노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눈에 띈다. 여당에선 이재명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 김진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야당에선 원유철·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이찬열·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꼽힌다. 
 

차기 경기도지사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시장은 43.1%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2위는 남 지사로 11.2%를 받았다. 3위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8.6%로 그 뒤를 따랐다. 

남 지사의 도정운영에 대해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5.9%로, ‘별로 잘 못하고 있다’ 와 ‘매우 잘 못하고 있다’의 부정평가(31.7%)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이 시장은 최근 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 시장은 “(경기도지사 출마에 대해) 대체적으로 성남시민들도 다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시정을 해야 될 시간이 남아있다. 공식적으로 이야기해 논쟁이 그쪽으로 가면 시정에 소홀하게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실질적인 대결이 이재명-남경필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 사람은 정책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3일 남 지사의 대표 정책인 ‘광역버스 준공영제 반대’를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회의에 긴급 정책 의제로 올렸다.


그는 해당 정책이 졸속 추진이라며 ▲표준원가 산정 시스템 미구축 ▲일반 버스 차별 문제 ▲버스 임직원 차별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경기도는 논평을 통해 “이 시장의 불통, 독선, 오만이 도를 넘어섰다”며 “나만 옳고, 법 위에 내가 있고,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이 경기지사 적합도서 남 지사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성남시장이란 한계로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는 의제를 선점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반대로 남지사도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열세를 면치 못하는 지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남 거물 총출동
친박-친홍 대리전  

향후 정계개편 등 정국 변화에 따라 두 사람 지지율이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날 선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청와대 입성으로 무주공산이 된 전남도지사도 내년 지방선거서 관심이 뜨거운 곳 중 한 곳이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이 꼽힌다. 


지난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도지사 선호도서 이 의원이 2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박 의원 16.1%, 장 교육감 14.4%, 주 의원이 12.5%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에선 이 의원을 후보로 꼽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남지역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원직을 버리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남지사 차출설’이 지역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5∼26일 호남 일정서 한국시리즈 ‘깜짝 시구’에 이어 전남 순천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도 전남지사 차출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특히 ‘DJ 마지막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여권에선 “임 실장을 대항마로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전남의 유일한 민주당 현역인 이개호 의원이 출마하면 전남지역 의석이 제로가 돼버린다”며 “신구 대결 구도로 임 실장이 좋은 카드가 될 것이란 말이 있다”고 전했다. 

전남지사 차출설에 대해 임 실장은 기자들에게 “원래 정치 일정은 정해놓고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다”며 선거와 관련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박 의원은 지난 1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남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번 연휴 동안 전남은 물론 광주, 전북 일부를, 특히 전남은 샅샅이 다녀봤다”며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롭다”고 말해 전남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전남도지사 선거가 임 실장과 박 의원의 양자대결 구도로 흐른다면 ‘여-야’ ‘신-구’ 대결 측면서 최대 흥행카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북, 친홍 VS 친박
경남,  문 VS 홍  

내년 전북도지사 선거는 ‘전주고’ 동문 간 혈전이 예상된다. 여권의 유력후보로는 현 송하진 도지사가 거론된다. 야권에선 ‘전주의 아들’로 불리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호남의 명문 전주고 출신이다.

앞서 송 지사는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이 불출마를 밝힌 상황이지만 지역 정가에선 송 지사 대항마로는 정 의원이 제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미 도지사 후보로 나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국회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당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전북도지사 자리를 민주당에 쉽게 내주려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정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고수한다면 조배숙·유성엽 등의 현역 의원들을 내세워 내년 전북지사 선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민심의 바로미터 경남도지사 선거도 빅매치로 꼽힌다.

여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하며 문정부 최고 실세로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2년도 안 됐는데 지지해 준 유권자를 외면하고 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여권에선 김 의원만한 카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의 대항마로 자유한국당에선 윤한홍 의원이 꼽힌다. 윤 의원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를 지낼 당시 행정부지사를 지냈고 최근에는 홍 대표 정무특보로 임명되는 홍 대표 최 측근이다.

두 사람이 도지사 선거서 맞붙으면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된다. 한국당은 경남도지사는 전통적 텃밭인 만큼 반드시 수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패배할 경우 홍 대표가 입을 내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면서 김 의원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당이 경남지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쏟아지는 문 측근 차출설
임종석·이호철 선택은?  

경북도지사 선거는 새인물을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3선 마지막 임기인 김관용 현 도지사가 퇴임하면서 한국당 후보 간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만 10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강석호·이철우·김광림·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 출마설도 돌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남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이 의원은 11.0%를 기록했고, 최 의원이 9.5%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지역 정가에선 이 의원의 경우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의원의 경우 최근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자진탈당을 권고하는 등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 의원과 최 의원의 싸움을 사실상 ‘친홍’ 대 ‘친박’의 대결로 보고 있다. 

제2의 수도 부산에선 여야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재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가운데 한국당 내에선 김정훈·유기준·이진복 의원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에선 오거돈 전 해수부장관,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앞서 김영춘 해수부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거론됐지만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시장 등판론이 제기되면서 부산지역 정가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다크호스’로 꼽히는 그의 등판을 반기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부산시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해영 의원은 "이 전 수석의 출마설은 시장 후보군이 넓어지는 것과 함께 여론을 장악하는 폭발력도 강해 민주당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 수석이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의 출마 여부에 따라 부산시장 선거 판도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호철? 조국?
문 측근 출동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문 정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지방선거서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야권에선 6·13 지방선거까지 패배하게 된다면 남은 4년 동안 문 정부에 끌려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수사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 차원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비리를 검찰 수사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청와대가 수사를 지시하면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구조를 가진다. 

야권에선 검찰수사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진다면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전·전전 정권을 창출한 한국당의 경우 검찰 수사가 계속해서 진행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서 대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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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