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결> 미리 보는 ‘6·13 지방선거’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45:31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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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 시·도지사 빅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민심 바로미터가 될 ‘6·13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정치인들이 시·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내년 선거는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가상대결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예측해봤다. 
 

정치권 안팎에선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뜨겁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예비대선’으로 불리며 대선 직행열차로 여겨진 만큼 내년 지방선거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지역으로 예상된다. 

박원순vs안철수
어제의 동지가…

특히 서울시장은 한해 27조5037억(2016년 기준)의 예산을 집행하고 광역단체장으로서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등의 권한을 갖는다. 서울은 국내총생산 절반 이상이 집중돼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라면 욕심을 낼 만한 자리인 셈이다. 

여당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5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장 3선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제가 3선을 하냐, 안 하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시민 뜻도 중요하다”며 “여러가지로 의견을 듣고 있고 저도 고민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확실히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3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1위를 달리고 있다(지난 8월 기준). 박 시장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박 시장을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게 도와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8일 안 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운영회의 모두발언서 “솔선수범 차원서 내년 지방선거서 당이 요구하는 어떤 길이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지지도에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차근차근 저희들이 일을 해나간다면 이 축적이 결국은 그 힘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시장 3선 도전…안 출사표 던지나?
남-이 장외전…현역 프리미엄 vs 지지율 

정치권에선 상징성이 강한 서울시장에 안 대표가 도전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내부는 물론 보수진영서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안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안 대표와 박 시장이 내년 선거서 맞붙을 경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셈이다. 

앞서 7년 전 서울시장 선거서 안 대표는 50%가 넘던 지지율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5% 지지율에 불과했던 박 시장에게 조건 없이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그 결과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승승장구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양보하겠냐’는 질문에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야 없지 않겠나”고 답했다. 

과거 안 대표의 ‘양보’를 ‘사사로운 것’으로 평가해 에둘러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현재 분위기로만 놓고 봤을 때는 박 시장의 낙승이 예상된다. 여당과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이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 대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대선 조작 파문, 당 내홍 등이 겹치면서 당장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역대 서울시장 선거의 특징을 살펴보면 서울시민들은 집권여당이 아닌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 

고건 시장부터 시작해 박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야당 소속이었다. 현 정부를 견제하는 차원의 투표 양상을 띤 것이다. 만약 내년 선거서도 여당을 견제하는 차원서 투표가 진행된다면 결과는 예측불허의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독주  
경기 찍고 대권?

메인 대결이 서울시장이라면 그 다음으로 관심이 집중 되는 자리는 단연 ‘경기도지사’다. 재선을 노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눈에 띈다. 여당에선 이재명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 김진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야당에선 원유철·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이찬열·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꼽힌다. 
 

차기 경기도지사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시장은 43.1%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2위는 남 지사로 11.2%를 받았다. 3위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8.6%로 그 뒤를 따랐다. 

남 지사의 도정운영에 대해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5.9%로, ‘별로 잘 못하고 있다’ 와 ‘매우 잘 못하고 있다’의 부정평가(31.7%)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이 시장은 최근 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 시장은 “(경기도지사 출마에 대해) 대체적으로 성남시민들도 다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시정을 해야 될 시간이 남아있다. 공식적으로 이야기해 논쟁이 그쪽으로 가면 시정에 소홀하게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실질적인 대결이 이재명-남경필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 사람은 정책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3일 남 지사의 대표 정책인 ‘광역버스 준공영제 반대’를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회의에 긴급 정책 의제로 올렸다.


그는 해당 정책이 졸속 추진이라며 ▲표준원가 산정 시스템 미구축 ▲일반 버스 차별 문제 ▲버스 임직원 차별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경기도는 논평을 통해 “이 시장의 불통, 독선, 오만이 도를 넘어섰다”며 “나만 옳고, 법 위에 내가 있고,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이 경기지사 적합도서 남 지사를 크게 앞서고 있지만 성남시장이란 한계로 경기도 전체를 아우르는 의제를 선점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반대로 남지사도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열세를 면치 못하는 지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남 거물 총출동
친박-친홍 대리전  

향후 정계개편 등 정국 변화에 따라 두 사람 지지율이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날 선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청와대 입성으로 무주공산이 된 전남도지사도 내년 지방선거서 관심이 뜨거운 곳 중 한 곳이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이 꼽힌다. 


지난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도지사 선호도서 이 의원이 2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박 의원 16.1%, 장 교육감 14.4%, 주 의원이 12.5%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에선 이 의원을 후보로 꼽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남지역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원직을 버리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남지사 차출설’이 지역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5∼26일 호남 일정서 한국시리즈 ‘깜짝 시구’에 이어 전남 순천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도 전남지사 차출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특히 ‘DJ 마지막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여권에선 “임 실장을 대항마로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전남의 유일한 민주당 현역인 이개호 의원이 출마하면 전남지역 의석이 제로가 돼버린다”며 “신구 대결 구도로 임 실장이 좋은 카드가 될 것이란 말이 있다”고 전했다. 

전남지사 차출설에 대해 임 실장은 기자들에게 “원래 정치 일정은 정해놓고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다”며 선거와 관련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박 의원은 지난 1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남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번 연휴 동안 전남은 물론 광주, 전북 일부를, 특히 전남은 샅샅이 다녀봤다”며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롭다”고 말해 전남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전남도지사 선거가 임 실장과 박 의원의 양자대결 구도로 흐른다면 ‘여-야’ ‘신-구’ 대결 측면서 최대 흥행카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북, 친홍 VS 친박
경남,  문 VS 홍  

내년 전북도지사 선거는 ‘전주고’ 동문 간 혈전이 예상된다. 여권의 유력후보로는 현 송하진 도지사가 거론된다. 야권에선 ‘전주의 아들’로 불리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호남의 명문 전주고 출신이다.

앞서 송 지사는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이 불출마를 밝힌 상황이지만 지역 정가에선 송 지사 대항마로는 정 의원이 제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미 도지사 후보로 나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국회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당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전북도지사 자리를 민주당에 쉽게 내주려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정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고수한다면 조배숙·유성엽 등의 현역 의원들을 내세워 내년 전북지사 선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민심의 바로미터 경남도지사 선거도 빅매치로 꼽힌다.

여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하며 문정부 최고 실세로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2년도 안 됐는데 지지해 준 유권자를 외면하고 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여권에선 김 의원만한 카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의 대항마로 자유한국당에선 윤한홍 의원이 꼽힌다. 윤 의원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를 지낼 당시 행정부지사를 지냈고 최근에는 홍 대표 정무특보로 임명되는 홍 대표 최 측근이다.

두 사람이 도지사 선거서 맞붙으면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된다. 한국당은 경남도지사는 전통적 텃밭인 만큼 반드시 수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패배할 경우 홍 대표가 입을 내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면서 김 의원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당이 경남지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쏟아지는 문 측근 차출설
임종석·이호철 선택은?  

경북도지사 선거는 새인물을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3선 마지막 임기인 김관용 현 도지사가 퇴임하면서 한국당 후보 간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만 10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강석호·이철우·김광림·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 출마설도 돌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남지사 적합도 조사에서 이 의원은 11.0%를 기록했고, 최 의원이 9.5%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지역 정가에선 이 의원의 경우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의원의 경우 최근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자진탈당을 권고하는 등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 의원과 최 의원의 싸움을 사실상 ‘친홍’ 대 ‘친박’의 대결로 보고 있다. 

제2의 수도 부산에선 여야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재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가운데 한국당 내에선 김정훈·유기준·이진복 의원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에선 오거돈 전 해수부장관,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앞서 김영춘 해수부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거론됐지만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시장 등판론이 제기되면서 부산지역 정가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다크호스’로 꼽히는 그의 등판을 반기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부산시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해영 의원은 "이 전 수석의 출마설은 시장 후보군이 넓어지는 것과 함께 여론을 장악하는 폭발력도 강해 민주당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 수석이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의 출마 여부에 따라 부산시장 선거 판도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호철? 조국?
문 측근 출동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문 정부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지방선거서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야권에선 6·13 지방선거까지 패배하게 된다면 남은 4년 동안 문 정부에 끌려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수사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 차원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비리를 검찰 수사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청와대가 수사를 지시하면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구조를 가진다. 

야권에선 검찰수사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진다면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전·전전 정권을 창출한 한국당의 경우 검찰 수사가 계속해서 진행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서 대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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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