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구?

고양이한테 생선가게 맡길 순 없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사의를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깨진데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검찰조직에 책임을 질 뿐, 국민들 입장에서는 무책임한 사퇴”라는 지적이 나왔고 청와대 반응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김 전 총장의 사퇴로 7, 8월 소폭 개각이 앞당겨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MB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외유 중 전례 없는 사표, 검찰 위상 약화 
차동민 서울고검장,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유력

지난달 중수부 폐지 논의가 급진전되자 김준규 전 총장은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 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더 이상 정치권에 밀릴 수 없다는 김 전 총장의 강력한 의지로 ‘중수부 구하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때 모든 카드를 써버린 탓에 수사권 조정 협상에서는 경찰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재석의원 87.5%의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김준규 향한 비난

검·경 수사권이 ‘대통령령’으로 바뀌자 예상했던 대로 김 전 총장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달포 남긴 상태에서 사퇴했다. 하물며 통치권자인 이 대통령이 국정을 비운 시기에 사의를 표명해 논란이 됐다.

사실 김 전 총장에겐 다른 대안이 없었다. 수사권 조정 파문과 관련해 대검찰청 검사장급 참모 전원이 사의를 밝힌 상황에서 그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서 내린 결정이다. 참모들의 줄 사표에는 김 전 총장의 사퇴 촉구가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 김 전 총장은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히며 “이대로는 조직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것은 수뇌부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와 궁지에 몰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비하다는 평가다. 김 전 총장은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은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바뀐 것이 검찰총장이 사퇴해야 할 사유에 해당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조직 이기주의에 더 몰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숙원사업이었던 세계검찰총장회의와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잘 마무리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던 김 전 총장의 바람은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돌발사태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이렇듯 배수진을 치고 사의를 표명한 김 전 총장이었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현지에서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아무런 말씀이 없었던 것은 물론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총장의 사퇴 여파로 ‘2단계 소폭 개각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7월 중순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함께 법무장관과 민정수석도 교체하고, 8월에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일부 장·차관을 바꾸는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이귀남 법무장관과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사정 라인 3인방’을 일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 후보로는 차동민 서울고검장과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르는 중이다. 법무장관은 권 수석의 이동설이 유력하게 나오는 가운데 만약 권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갈 경우 조근호 법무연수원장 등이 민정수석 후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차 고검장과 한 지검장 중 한명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면 다른 한 명은 민정수석으로 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개각과 관련해 시기나 폭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임명되는 총장은 MB정부 말기, 검·경 수사권 갈등, 대대적인 저축은행 비리 수사 마무리 등 격변기 과제가 산적해 있어 청와대의 인선에 고심이 깊어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 임기 후 어떤 ‘정리’를 해 줄 수 있을지 일종의 ‘자질론’(?)을 두고 고심하는 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두 명의 유력 후보 중 한명을 민정수석으로 앉힐 것이라는 설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김 전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임기를 채우면서 끝까지 조직을 추스르고 내실을 다져야 했는데 부적절한 처신을 보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내년이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니만큼 신임 검찰총장은 최우선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시 보은인사나 자기 사람을 심는 대못질 인사를 하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하늘을 찌를 것”이라면서 “이것은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 선택은 과연?

검찰총장의 경우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고려하면 오는 20일을 전후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은 이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즉시 김 전 총장의 사표와 함께 차기 후보자 명단을 보고했다. 따라서 차기 총장 내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말과 퇴임 후 뒷정리를 과연 누구에게 맡길까?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는 입장에 놓인 그의 마지막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