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미스터리 부부 김광석 & 서해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1:40:06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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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돌팔매…마녀인가 마녀사냥인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이 ‘가수 김광석의 딸 서연양 사망 사건’ 재수사에 나섰다. 영화 <김광석>을 통해 김광석의 타살 의혹이 조명된데 이어 그의 딸까지 살해됐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두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은 김광석의 부인 서혜순씨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제작한 영화 <김광석>서 김광석 타살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김광석>은 이 기자가 그의 죽음에 관한 의혹들을 20여년 간 취재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사망 당일 기록부터 유족들의 최근 얘기까지 담아내며,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한편의 영화로 
다시 떠오르다

이 영화에서는 유력한 용의자로 부인 서해순씨를 지목했다. 지난 8월3일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서 이 기자는 “탐사보도 쪽 일을 해와서 김광석 자살은 평소 관심을 가져온 사건 중 하나”였다며 “MBC서 다루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건은 공소 시효가 지났다. 진실을 밝히는 유일한 방법은 서해순씨가 나에게 소송을 거는 것”이라고 오히려 상대방을 도발했다.

김광석의 갑작스런 사망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1996년 1월6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아내와 술을 마셨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목에는 전선이 감겨있었다. 사망 원인은 여자 문제로 인한 우울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는 이 사실을 뒤집는다. 죽은 사람이 남긴 일기를 근거로 아내 서씨가 자신의 고교 동창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그것 때문에 김광석이 괴로워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경찰은 서씨의 진술에 따라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서씨를 제외한 유족들은 모두 “김광석이 자살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이 기자는 “처음 김광석 아버지는 취재를 만류하셨다. 그러다 돌아가시기 전에 창신동 집으로 불러 녹음테이프를 꺼내주며 ‘취재를 막은 건 (서씨 때문에) 내 아들에 이어 다른 가족도 해를 입을까 두려워서 그랬다’고 말했다.

공개되지 않은 테이프에는 더한 내용도 담겨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외에도 김광석이 사망 직전 지인과 새 앨범을 계획했다는 사실과 누구보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그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영화는 서씨가 사망 당일과 이후 진술이 오락가락하다는 점에 집중한다. 또한 그가 과거 범죄 전력이 있고 신분 세탁 뒤 김광석과 사기 결혼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서해순은 정말 남편과 딸 죽였나  
죽음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혹들

영화는 어디까지나 의혹 제기일 뿐이다. 사건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기자도 인정했다. 


그는 “심증과 믿음은 100%지만 결정적 단서가 되는 스모킹 건이 없다. 1%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1996년과 달리 지금은 인터넷이 있다. 네티즌 수사대의 힘을 믿는다”며 “영화를 통해 집단 양심을 가지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 그런 의도서 제작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두 명의 변호사가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영화 기획단계부터 법적 부분에 대해 조언을 했다. 작품이 만들어진 후에는 여러 번 반복해 보며 팩트를 체크했다. 

서씨와의 법적 소송에 대해 묻자 한 변호사는 “민감한 사항 가지고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언하며 만들었다. 소송에 대한 모든 부분을 염두해 두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광석 타살 의혹에 이어 그의 딸 서연양도 이미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김광석 유가족 등이 지난 19일 용인동부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는 과정서 드러났다. 유가족들은 지난 10년간 서연양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서연양이 2007년 12월 23일 집에서 쓰러진 것을 어머니 서씨가 발견해 수원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서연양이 폐질환을 앓고 있었던 병원 진료 기록이 있었고 부검 결과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확실해 변사로 내사 종결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딸 잘 있다’
왜 거짓말?

사망 당시 서연양은 16세였다. 서연양은 김광석과 서씨 사이에 태어난 유일한 자식으로 어릴 때부터 발달장애가 있었다. 김광석 사망 후 아내 서씨와 함께 살았고 서씨는 주위에 ‘딸은 미국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연양은 김광석의 음악 저작권(작사·작곡가가 갖는 권리)과 저작인접권(음반제작자 등이 갖는 권리)의 상속자였다. 김광석과 관련 저작권 수입은 서씨와 서연양에게 귀속되고 있으며 전반적인 저작권 관리는 서씨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서씨는 김광석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에 시아버지를 상대로 저작권 청구 소송을 냈다. 이후 12년 간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2008년 10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딸 서연이에게 모든 저작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발달장애’로 금치산자로 지정된 서연양의 경제권은 모두 서씨에게 돌아갔다.  

이에 이 기자는 서연양 사망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유가족과 함께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서씨를 상대로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유족 측의 김성훈 변호사는 “"서연양의 사망과 관련 경찰 발표, 병원진료 기록 검토와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서씨가 김광석 저작권과 관련해 벌인 여러 건의 소송서 서연양의 사망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 접수 6일 후에 해당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첩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청이 신속한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 인력이 풍부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광수대로 수사 주체를 변경해 지휘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에 배당했다. 또 서씨의 주소지를 고려해 관할 경찰서인 중부서가 수사하도록 했다. 검찰은 서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석의 형 광복씨가 경찰에 출석하며 서씨가 "거짓말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광복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출석해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분(서씨)이 하는 말이 사실과 너무나 다른 거짓이 많다”며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조카인 서연양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이 어땠냐는 질문에는 “하나밖에 안 남은 광석이 혈육인데 흔적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광석이 죽고 나서 미국에 3년 떨어져 있었는데 혼자 얼마나 외로웠겠나. 너무 불쌍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서연양과 왕래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서씨가 보기 싫어 멀리했을 뿐 서연양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서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격앙된 태도로 해명했다. 

지난달 27일 CBS <노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한 서씨는 ‘억울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먼저 서씨는 이 기자에 대해 “ 그분이 왜 나를 20년간 쫓아다니고 괴롭히는지 알 수 없다. 왜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건가”라며 “같이 만나서 얘기하자고 말해 달라. 난 잠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해 안가는
해명과 반박

앞서 서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서연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경황이 없어서”라고 답해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 

이에 대해 서씨는 “독일,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검사를 했다. 그러나 (서연이가) 키도 안 크고 심장도 제대로 작동을 안했다”며 “우리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장애우 키우는 엄마들은 그들이 잘못되면 마음으로 묻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서씨는 서연양의 죽음과 저작권 소송에 대한 의혹에 대해 “서연이 몫(저작권료)이 탐나면 가져가길 바란다. 난 고지만 안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담당 변호사에게까지 서연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그런 관행을 몰랐다”고 밝혔다.  
 

서씨는 김광석의 부검소견서를 공개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을 향한 비난의 시선에 “국가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날 서씨는 약 30분의 인터뷰 내내 잔뜩 격앙된 태도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심지어 “여자 혼자된 사람을 왜 남자들이 괴롭히는가”라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가운데 또 다시 세상은 그를 조명하고 있다. 김광석은 싱어송라이터이다. ‘가객’ ‘노래하는 시인’ ‘노래하는 철학자’로도 불렸다. 

2014년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장이 추서됐다.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등 그가 남긴 명곡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이등병의 편지>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삽입돼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 남성들을 울리고 있다. 군대하면 생각나는 노래다. 이 곡이 김광석 개인에게도 의미가 큰데 그는 군에서 사고사한 형으로 인해 이등병으로 전역했다. 아울러 〈서른 즈음에〉는 2007년 음악 평론가들에게서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됐다.

그녀가 입 열수록 의문 꼬리
해외 행적까지 추가로 드러나 

또한 2010년 그가 태어난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는 그를 기리는 ‘김광석 거리’(행정명: 김광석다시그리기길)가 조성돼 350m 길에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주제로 다양한 벽화와 작품들이 들어서 명소가 됐다. 

김광석은 1964년 1월22일, 경상북도 대구시 대봉동 방천시장 번개전업사서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창신동(현재는 종로구 관할)으로 이주하여 서울창신초등학교, 경희중학교, 대광고등학교를 나왔다. 중학교 시절 현악부 활동을 하며 선배들로부터 바이올린을 다루고 악보를 보는 법을 배웠으며 대광고등학교 시절 합창부로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 감성을 키웠다.
 

1982년에 명지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이후 대학연합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민중가요를 부르고 선배들과 함께 소극장서 공연을 시작했다. 1984년 ‘12월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참여해 활동했다. 

1985년 1월 입대했으나 군 생활 중 큰형(김광동)이 사망함으로 인해 6개월 단기사병(방위병)으로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복학해 다시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 합류해 1, 2회 정기공연에 참여한다. 1987년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을 결성해 동물원 1집과 2집을 녹음했다. 1989년 10월 솔로로 데뷔하여 첫 음반을 내놨으며 이후 1991년에 2집, 1992년에 3집을 발표했고, 1994년에 마지막 정규 음반인 4집을 발표했다. 

검찰 재수사
과연 결과는?

정규 음반 외에 리메이크 앨범인 다시부르기 1집과 2집을 1993년과 1995년 각각 발표했다. 1991년부터 학전 등의 소극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공연했으며 1995년 8월에는 1000회 공연의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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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