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화재, 그후…

화마가 쓸고 간 터전에 갈등만 덩그러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인천 소래포구 대화재로 시련을 겪은 지 6개월여 지난 시점서 상인들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화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이 생계를 위해 불법으로라도 임시 어시장 영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갈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동구와 남동구 의회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18일 오전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220여개의 좌판과 20여곳의 상점이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재산 피해는 6억5000만원에 이르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총 점포의 70%가 넘는 점포가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해 어시장서 장사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상인들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소래포구의 대형 화재는 지난 2010년과 2013년에 이어 3번째였다.

불은 꺼졌지만…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현장을 방문해 “어획량이 가장 많아 성수기를 맞은 시점에 화재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하루 속히 화재 현장을 수습해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6개월 소래포구는 ‘소서노 올래’라는 슬로건으로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소래포구 해오름공원서 50만 관광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 속에 성대하게 치르며 화재의 아픔을 잊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상인들의 영업재개 문제로 상인과 인근 주민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는 남동구와 남동구의회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화재 피해로 가게를 잃은 재래어시장 상인들이 영업을 할 수 없는 공원 지역인 해오름광장에서 임시 어시장을 열어 영업을 강행하려한 것 때문. 

어시장 상인들은 해오름공원 꽃게광장으로 나와 사실상의 임시 어시장을 남동구 허가 없이 기습 설치했다. 남동구는 ‘인근 주민 동의가 없으면 임시 어시장을 열지 않겠다’고 구의회서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은 극심해졌다.  

지난달 25일 해오름공원 꽃게광장에는 60여개의 좌판용 몽골텐트가 세워졌다. 텐트 밑에는 오전부터 하나둘씩 모여든 소래포구 상인 50여명이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해오름공원 꽃게광장에 몽골텐트 설치를 시작한 시간은 오전 6시30분께. 

구는 오전 9시 ‘꽃게 광장에 몽골텐트가 설치되고 있다’는 주민의 민원이 들어와서야 이를 확인했다. 
 

현장에 나간 구 담당자는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 몽골텐트를 설치하면 안 된다며 상인들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했지만 상인들은 “지난 3월 화재 이후 영업을 하지 못해 벼랑 끝까지 몰렸다.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꽃게광장에 임시어시장을 열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선주상인연합조합의 한 상인은 “살길이 막막해서 나왔다”며 “해오름공원 데크는 안 된다고 해서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정한 곳이 꽃게광장이다. 이곳이 우리의 마지노선”이라고 호소했다. 


허가 없이 기습 설치…구에선 방관
주민들 임시어시장 반대하며 시위

소래포구 상인 271명으로 구성된 선주상인연합조합은 현재 꽃게광장을 중심으로 150개의 몽골텐트를 설치하고 추석 연휴 전후로 영업할 방침이다. 선주상인연합조합은 임시어시장을 열기 위해 몽골텐트 150개 1억원, 전기·배관시설 2억원 등 3억원을 들였다. 

이에 남동구의회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인동·서점원·이오상·조영규·최재현(이상 더불어민주당), 문종관(국민의당), 최승원(정의당) 등 남동구의원 7명은 지난달 26일 “소래포구 해오름광장에서 불법 강행되는 임시어시장을 자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남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석현 남동구청장과 소래포구 상인들은 지역주민들 간 갈등을 더 이상 조장하지 말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의원들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건 크게 3가지로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공원지역인 해오름광장에 임시 어시장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임시 어시장 설치 가능 여부를 질의했지만 관련법상 공원 내에서 상행위를 위한 시장 설치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시장 설치 장소인 해오름광장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해오름광장 인근 에코매트로아파트 주민들은 임시어시장 설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해오름광장에 상행위를 위한 시장 설치하는 것은 불법으로 이는 인근 아파트 거주지 4만여명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장석현 구청장과 소래포구 상인들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소래포구와 관련한 예산안에 대해 일체 협조하지 않을 것이고 이미 소속 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남동구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재래어시장 현대화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방관하는 분위기다. 남동구 관계자는 “불법이고 단속 대상인 것도 맞다”면서도 “상인들의 생계를 위해 영업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용허가는 불가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대집행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몽골텐트 설치, 상행위 등은 안 된다고 설득은 지속해서 하겠지만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해오름공원 인근 주민들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구의회에서 주민 동의 없는 임시 어시장은 없다고 했는데 남동구가 주민들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소래포구 해오름공원 임시어시장 저지 투쟁위원회 최성춘 위원장은 “구에 공식적으로 철거요청을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며 “상인들이 몽골텐트를 설치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벼랑끝 몰렸다”


시민단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인천남동평화복지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불법적인 임시어시장 분비가 남동구 묵인 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명백한 불법에 주민 반대가 있음에도 강행되는 것은 장석현 구청장의 독선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독선행정의 결과는 상인과 주민들의 갈등으로 귀결된다”며 “장석현 구청장은 갈등 조장을 멈추고 합리적인 조정과 합의 과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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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