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격세지감 ‘지하철 신풍속도’ 엿보기

단지 교통수단? 이젠 놀러오세요!

지하철이 확 달라졌다. 가까운 거리를 출·퇴근하거나 이동할 때만 타던 지하철이 이제는 여행을 위한 수단으로, 또 각종 문화시설을 겸비한 곳으로 바뀌며 이용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이렇게 단지 교통시설로만 이용되던 것으로부터 이제는 즐길거리로 변모한 지하철, 그리고 대중들의 편의를 위해 더욱 발전된 모습의 지하철에 대해 취재했다.

지난 6월29일 2호선 왕십리역. 점심시간대인 12시15분. 신도림행 열차가 들어오고 한 70대의 노신사가 지하철에 탔다. 의자에 앉아있던 60대 가량의 할머니가 노신사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일어섰다. 이 노신사는 “내가 더 힘이 센 데 비켜주니 고맙다”며 “전화번호 좀 가르쳐줘”라고 말했다. 자리를 양보해 준 할머니는 노신사의 집요한 요구에 지쳐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당일치기 여행 가능
어르신들 주로 이용

사실 이 노신사는 지하철을 타기 전에도 승강장에 있던 비슷한 연령의 할머니에게 “나이 먹어서 외로운데 전화번호 좀 알려 달라”고 말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렇게 나이든 어르신들에게 외로움은 달랠 수 없는 서러움이다.

하지만 최근 지하철은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이들은 지하철로 이곳저곳을 무료로 여행한다. 예전 같으면 무료로 어딘가를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현재 지하철은 저 멀리 충남 천안·아산, 강원도 춘천, 경기도 문산까지 운행되고 있다.

종로3가역에서 만난 김모(73·남) 할아버지는 “거의 매일 친구들과 같이 지하철을 타고 아산에 가서 온천을 하고 천안에 가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온다”며 “옛날 같으면 버스로 왔을 거리를 지하철을 통해 편하게 오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이러한 곳에서 성매매를 한다는 내용도 불거져 나오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010년 12월에는 경춘선이 개통됨으로써 강원도로 향한 발걸음도 한결 쉬워졌다. 물론 이 개통으로 인해 추억 속의 춘천 가는 기차의 로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누구나 더욱 쉽게 춘천을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기고 있다.

충청도·강원도까지 지하철 연결돼 여행하기 좋아
지하철역사에 각종 문화시설 대중공간으로 탈바꿈

특히 방학을 맞아 이날은 학생들로 더욱 붐볐다. 상봉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3·여)씨는 “며칠 전에 시험이 끝나 남자친구랑 바람도 쐴 겸 춘천으로 놀러간다”며 “경춘선이 개통되고 나서는 당일치기로도 춘천에 가는 것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하철은 이제는 단지 교통수단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 혹은 친구, 가족과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여행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지하철은 여행수단만이 아니다. 이제는 지하철역 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지하철역이 단지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고 나오고 표를 사는 곳에 그쳤지만 지금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각 거점이 되는 역사마다 각종 문화시설이 꾸며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대중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한걸음 더 젊은 층과 교류하고 공감하기 위해 여러 행사들을 진행한다. 하루의 약 10번, 연간 2500회 정도의 예술무대를 지하철역에서 열어 발을 디딜 틈 없이 갑갑했던 지하철역사를 문화공연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이 무대에 서는 예술인들도 1년에 한 번 오디션을 통해 발탁돼 페루, 멕시코 등의 외국인 연주가에서부터 댄스동아리, 아카펠라그룹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3군데의 역에 미술관을 설치해 대중들에게 미술작품들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시민노래자랑 등도 개최해 장기를 뽐내도록 한다.

역에 미술관 장터 운영
친근감 느끼도록 해

이렇듯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대중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듦으로 인해 지하철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예술적으로 바꾸고 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역사마다 새로운 재미를 부여한다. 주요 역사에 서점을 열어 미디어에 중독된 대중들에게 한 번쯤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신선한 기회를 제공한다.

또 팔도 농·특산물을 지하철역에서 판매하며 다양한 지역의 물품들을 맛 볼 수 있는 재미도 제공해준다.

이렇게 지하철역이 어두침침한 공간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누구나가 즐기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의 이미지로 변모한 것에서 최근 지하철에 달라진 풍속도를 엿볼 수 있다.

최모(44·여)씨는 “시대가 변할수록 지하철의 분위기도 점점 트렌드에 맞게 변하는 것 같다”며 “약속이 있어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주변에 구경할 만한 것들이 많아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고 답했다.    

지금은 지하철 문화가 다양하게 변모하며 대중들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하면 떠오르는 것은 ‘잡상인’들이었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6월29일, 지하철에는 우연찮게 잡상인들이 보였다. 비오는 때를 맞춰서인지 우비·우산을 파는 사람들 일색이었다. “비오는 날의 필수품 우비, 집에 하나씩 갖다놓고 이 장마철에 대비해 보세요”라는 단련된 말투와 어색하지 않은 표정이 많은 연륜을 쌓은 듯 보였다.

최근 잡상인·구걸인들 집중 단속으로 많이 사라져
지하철 위치파악 실시간 가능, 스크린도어도 설치

예전에는 보통 파란색 단프라 박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단속에 신경써서인지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끌고 다니고 있었다.

잡상인들의 단속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하철이 생긴 이래로 꾸준히 단속하려는 역무원·공익요원과 단속에 걸려들지 않으려는 잡상인들의 숨바꼭질은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하면서 그 수는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보이던 잡상인들이 지금은 눈 씻고 봐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현재 지하철에서 적발되는 잡상인들은 스티커를 발부받고 벌금 10만원을 내게 된다. 잡상인들 외에도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의 공공질서를 저해하는 사람들도 경범죄처벌법에 의거해 통상 3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도록 되어있다.

유모(36·남)씨는 “요즘에 지하철을 타면 전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잡상인들이 많이 사라져 지하철 내부가 더욱 쾌적해진 것 같다”며 “일순간의 계도활동으로 끝나지 말고 지하철 관계자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편안한 이동감을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잡상인 집중단속 효과
열차위치 모니터 편리

지하철역사의 첨단 편의시설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다. 지하철역 내 열차위치 모니터는 현재 열차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위치를 알려줌으로써 기다리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해소시켜준다. 장모(39·여)씨는 “지하철을 타러가도 앞뒤 열차 간격까지 다 파악이 되고 어디까지 가는 열차인지도 알 수 있어 좋다”며 “이제는 지하철을 타도 여유있게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때 지하철역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던 자살 문제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지하철의 이미지가 안 좋았던 것도 이 때문. 이를 방지하고자 대부분의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고, 이후 지하철로 인한 자살률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 생긴 많은 문제점들이 최근 문물의 발달과 시대의 요구와 함께 맞물려 해결되며 지하철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도 날로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속터미널·충무로역 등지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 문제는 다시 곱씹어볼 문제다. 주로 높은 연령층에서 발생한 이 사고에 대해 지하철의 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판에 발을 내디딜 시 좀 더 주의해야 한다”며 “그러나 에스컬레이터 자체에도 이상이 있는지에 대해서 세부적인 안전검사에도 조금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당역에서 만난 금모(52·남)씨가 “앞으로 지하철이 대구·부산까지 연결되어서 전국을 하나로 묶는 연결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데서 지하철이 앞으로도 변화무쌍하게 달라질 모습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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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