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니콘코리아 ‘사쿠라 굴욕’ 전말

얼렁뚱땅 식수식에 ‘죄 없는’ 벚나무만 고생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니콘이미징코리아가 굴욕을 당했다. 창립을 기념해 식수한 것을 두고서다.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산에 나무를 심은 것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니콘이 곤욕을 치룬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상 일본의 국화인 벚나무를 우리의 얼굴로 여겨지는 남산에 심어서다. 벚나무와 남산, 특수한 상징들이 맞물리면서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낳았고, 죄 없는 벚나무는 결국 뿌리 째 뽑혀지는 운명을 맞게 됐다.

1월 창립 5주년을 기념해 남산에 벚나무 식수
“국민정서 고려 안 해” 반발에 뿌리 째 뽑혀

니콘이미징코리아(이하 니콘)는 지난 1월11일 창립 5주년을 맞아 서울 남산공원에서 기념 식수식을 가졌다. 이날 우메바야시 후지오 니콘이미징코리아 대표는 직접 삽을 쥐고 흙을 퍼다 나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니콘의 창립일은 4월이다. 그럼에도 굳이 2011년 1월11일을 택한 건 지난해 캐논에 밀려 2위로 떨어진 점유율을 다시 1위로 끌어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남산 치욕적 역사

우메바야시 후지오 대표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한국 고객의 카메라에 대한 다양한 욕구와 높은 관심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우수한 신제품 출시, 고객과 접점 확대, 영업망 강화 등을 통해 니콘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창립기념식은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건 심은 나무가 벚꽃나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벚나무는 일본의 역사적 상징성을 강하게 지닌 사실상 국화(國花)다. 그런 벚나무를 ‘한국의 얼굴’로 여겨지는 남산에 심은 것이다. 게다가 남산은 일제강점기 시절 치욕적인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지금의 충무로와 명동을 포함한 남산 일대는 당시 일본인 집단촌으로 이용됐다. ‘작은 일본’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는 게 관련학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현재 남산공원 자리에 일본의 신사인 조선신궁을 건축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남산에 계단을 만들고 입구에는 도리이(일본 신사의 상징이자 출입문)를 세웠다. 결국 남산은 일제 식민지 일본의 신지(神地)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산에 나무를 심었다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칭찬을 받을 일이다. 하지만 남산에 벚꽃나무를, 그것도 ‘일본기업’이 심은 게 화근이었다. 강점기를 거치면서 남은 상처는 뿌리가 깊다. 정서상 아직 민감한 부분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니콘도 한국에서 장사를 하는 기업인만큼 우리 정서를 좀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의 날선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들의 항의전화에 서울시와 남산공원 측은 진땀을 쏙 빼야 했다는 후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남산은 일제치하 치욕스런 역사를 견뎌낸 중요한 역사적 상징이다”며 “이번 니콘의 식수식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허울 좋은 명패를 붙여놓았을 뿐, 사실상 일제식민지 시기의 기억을 부활시키는 도발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록 나무를 심었다고는 하나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산에 쇠못을 박은 행위를 연상시키는 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니콘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란 입장이다. 니콘 측 관계자는 “일본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남산의 역사적 상징을 훼손했다는 것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라며 “벚나무도 일본산이 아닌 제주산 왕벚꽃나무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나무 말고도 남산엔 벚꽃나무가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니콘 측의 주장대로 남산에는 벚나무가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제식민지 시기 본토에서 공수해 온 벚나무를 곳곳에 심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산 일대의 벚나무 역시 치욕적인 역사의 증거인 셈이다. 때문에 가득이나 남산의 벚꽃나무를 잘라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분분한 상태였다. 여기에 니콘이 기름을 들이 부은 것이다.

뿌리 째 뽑아

식수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니콘은 결국 문제의 벚나무를 뿌리 째 뽑아야 했다. 현재 벚꽃나무가 심어졌던 곳엔 소나무 묘목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상태다. 니콘 측 관계자는 “서울시와 남산공원 측으로부터 해당 벚나무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서울숲공원으로 옮겨 심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물론 악의가 없고 잘해보려던 건 이해한다”면서도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