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해외로 발길 돌리는 ‘손학규 속내’

12월 전당대회 전에 다 돌려면 “바쁘다 바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말 그대로 숨 가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을 택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어 지난 4일에 중국방문과 연내에 미국까지 방문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큼성큼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높여가는 손 대표의 해외 광폭행보는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일까.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6·27 영수회담서 민생현안 6개 의제 중 3개합의
‘미래권력’ 움직이면 기자단도 ‘메머드급’ 총출동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먼저 손을 내밀어 뭔가 얻으려 했으나 그 결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친 듯하다. 6개의 민생문제를 주제로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3개의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먼저 가계부채 대책 마련과 저축은행 부실 재발방지,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에 대해 합의를 봤다. 하지만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하나 시기와 방법 등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
해외로도 눈 돌리는데

이를 두고 여야 안팎에서는 반쪽자리 회담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방일취재단과 간담회에서 “청와대 회동에 들어갈 때부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면서 “추후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얘기를 듣고 얼마나 국정 전환을 꾀하는지부터 지켜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도 “영수회담에서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말을 다 수용하면서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성과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 정치권과 언론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영수회담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논란을 남긴 채 그날 오후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과 일본 지진 피해 위로 차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이다. 여기에는 30여개 언론사 기자단이 동행하며 ‘미래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열띠게 취재했다.

손 대표의 메머드급 방일 취재단은 지난 5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유럽특사 당시 23개 언론사 취재단을 능가한다. 손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사 당시 박 전 대표는 미래권력 1순위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그 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외교 분야의 능력을 보완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약점이던 외교력을 검증받았다”면서 “이는 손 대표에 일정부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 역시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교력을 검증받는 동시에 차별화된 행보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자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치적 위상 다져
고위층과 교감형성

일본을 순방한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간 나오토 총리를 비롯해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 아카다 가츠야 민주당 간사장, 타니가키시다카주 자민당 총재 등 일본 정계 지도자 6명을 잇달아 만나며 한일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적극적인 대외행보를 펼침과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위상도 한껏 높였다.

손 대표는 간 총리와의 만남에서 “북한 인권과 핵, 미사일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도록 교류협력 정책을 강화하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에 일본도 역할을 해 달라”며 “(북한의) 납치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간 총리는 “북한 핵문제와 납치문제 해결을 통해 동북아 평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요청했고, 간 총리는 “일본 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꼭 얘기하겠다”고 말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손 대표는 또 일본 대지진 당시 100시간 넘게 현장에서 피해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한 에다오 유키오 관방장관도 찾아 격려했다.

그는 “저희는 피해극복 과정에서 에다노 관방장관이 피해복구 작업을 지휘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고 감동했다”면서 “아직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이재민이 많은데, 일본과 일본국민이 가지고 있는 저력, 인내심과 끈기를 발휘해서 극복하길 바란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중국서 대접받고 이광재와 대권 관련 논의하나?
외교력 검증받고 재외동포 ‘표심’까지 사로잡을까?

손 대표의 이번 방일이 3일 간의 짧은 일정임에도 정치권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순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지 방문 기념사진만 찍는 관례적 순방이 아니라 유력정치인들과 잇따라 만나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한국을 대표하는 정계 지도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한 것이란 호평이다.

먼저 손 대표가 일본 정치인들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받아냈고,  한?일 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외교력을 입증했다는 점도 손 대표의 성과물로 꼽힌다.

중국 차기 지도자의 초청
유학 중인 이광재 만날까?

일본 방문에 탄력 받은 손 대표는 이어 지난 4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예방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서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의 초청으로 순방 한 것이라 그 의미와 달라진 위상이 남 다르다.

손 대표는 중국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손대 표는 국회에서 열린 ‘민선5기 지방자치 1년 보고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났다.

당초 손 대표를 견제하고 있는 안 지사기에 다소 거리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두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손 대표가 이 전 지사를 만나 민주당의 향후 대권관련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내친김에 손 대표는 8월 이후 미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공식 비공식  채널을 동원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손 대표의 적극적인 해외행보와 관련해 “손 대표가 주장한 ‘민생진보’의 영토적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그간 민생진보를 국내적 개념으로 한정해 투어도 하고 각종 정책도 발표했는데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을 잘한다 해도 해외 변수가 많아 한계가 있었다”며 “일본·중국·미국을 방문하려는 것은 ‘진보는 이념에만 집중한다’는 인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민생진보의 성장,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일본의 여야 정치권 핵심인사들을 만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중국에서도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해외투어’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 그의 야심은 해외투어를 통해 점점 구체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12월 전당대회 이전까지 대표직에 있을 때 각국 우방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대내외적으로 ‘미래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 그것이다.

손의 광폭행보 속내
여전한 의구심 보내

하지만 손 대표가 최근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에 대해 회담결과를 두고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국행을 급하게 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손 대표는 이번 방일기간 중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2일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질문하자 “일본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으로 듣고 있지만 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 차원에서 쿠릴열도 방문에 나섰던 문학진 의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손 대표의 정체성이 자꾸 의문시되면 야당 지도자 또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전반적인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손 대표의 잇단 외국행을 놓고 당 대표 프리미엄을 이용한 대권행보를 하고 있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가 해외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렸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장 밀접한 영향을 가진 나라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많은 유권자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그는 “해외동포 유권자수는 미국이 약 87만 명, 일본 47만, 중국33만 순으로 높다”고 말한 뒤 “총선과 대선 앞두고 이 나라들만 방문하는 것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수도권 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만19세 이상의 재외동포에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을 공략하려는 표밭관리다”라고 손 대표 순방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유력 대권주로 꼽히는 손 대표의 해외 순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외교능력을 철저하게 검증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손 대표가 해외 순방 후 풀어놓는 보따리는 앞으로 대선주자로서 그의 입지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과연 그는 연이은 해외 순방에서 어떤 보따리들을 꾸려올까. 또 국내에서는 그 보따리들을 어떻게 풀어헤치며 민심공략에 나설까. 대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그의 해외일정 후 국내에서의 행보에도 시선이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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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