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해외로 발길 돌리는 ‘손학규 속내’

12월 전당대회 전에 다 돌려면 “바쁘다 바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말 그대로 숨 가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을 택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어 지난 4일에 중국방문과 연내에 미국까지 방문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큼성큼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높여가는 손 대표의 해외 광폭행보는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일까.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6·27 영수회담서 민생현안 6개 의제 중 3개합의
‘미래권력’ 움직이면 기자단도 ‘메머드급’ 총출동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먼저 손을 내밀어 뭔가 얻으려 했으나 그 결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친 듯하다. 6개의 민생문제를 주제로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3개의 부분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먼저 가계부채 대책 마련과 저축은행 부실 재발방지,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에 대해 합의를 봤다. 하지만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하나 시기와 방법 등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
해외로도 눈 돌리는데

이를 두고 여야 안팎에서는 반쪽자리 회담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지난달 27일 방일취재단과 간담회에서 “청와대 회동에 들어갈 때부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면서 “추후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얘기를 듣고 얼마나 국정 전환을 꾀하는지부터 지켜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도 “영수회담에서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말을 다 수용하면서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성과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 정치권과 언론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영수회담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논란을 남긴 채 그날 오후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과 일본 지진 피해 위로 차 일본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이다. 여기에는 30여개 언론사 기자단이 동행하며 ‘미래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을 열띠게 취재했다.

손 대표의 메머드급 방일 취재단은 지난 5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유럽특사 당시 23개 언론사 취재단을 능가한다. 손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사 당시 박 전 대표는 미래권력 1순위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그 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외교 분야의 능력을 보완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약점이던 외교력을 검증받았다”면서 “이는 손 대표에 일정부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 역시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교력을 검증받는 동시에 차별화된 행보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자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치적 위상 다져
고위층과 교감형성

일본을 순방한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간 나오토 총리를 비롯해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 아카다 가츠야 민주당 간사장, 타니가키시다카주 자민당 총재 등 일본 정계 지도자 6명을 잇달아 만나며 한일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적극적인 대외행보를 펼침과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위상도 한껏 높였다.

손 대표는 간 총리와의 만남에서 “북한 인권과 핵, 미사일 문제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도록 교류협력 정책을 강화하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에 일본도 역할을 해 달라”며 “(북한의) 납치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간 총리는 “북한 핵문제와 납치문제 해결을 통해 동북아 평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손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요청했고, 간 총리는 “일본 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꼭 얘기하겠다”고 말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손 대표는 또 일본 대지진 당시 100시간 넘게 현장에서 피해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한 에다오 유키오 관방장관도 찾아 격려했다.

그는 “저희는 피해극복 과정에서 에다노 관방장관이 피해복구 작업을 지휘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고 감동했다”면서 “아직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이재민이 많은데, 일본과 일본국민이 가지고 있는 저력, 인내심과 끈기를 발휘해서 극복하길 바란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중국서 대접받고 이광재와 대권 관련 논의하나?
외교력 검증받고 재외동포 ‘표심’까지 사로잡을까?

손 대표의 이번 방일이 3일 간의 짧은 일정임에도 정치권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순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지 방문 기념사진만 찍는 관례적 순방이 아니라 유력정치인들과 잇따라 만나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한국을 대표하는 정계 지도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한 것이란 호평이다.

먼저 손 대표가 일본 정치인들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받아냈고,  한?일 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외교력을 입증했다는 점도 손 대표의 성과물로 꼽힌다.

중국 차기 지도자의 초청
유학 중인 이광재 만날까?

일본 방문에 탄력 받은 손 대표는 이어 지난 4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예방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에서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의 초청으로 순방 한 것이라 그 의미와 달라진 위상이 남 다르다.

손 대표는 중국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손대 표는 국회에서 열린 ‘민선5기 지방자치 1년 보고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났다.

당초 손 대표를 견제하고 있는 안 지사기에 다소 거리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두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손 대표가 이 전 지사를 만나 민주당의 향후 대권관련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내친김에 손 대표는 8월 이후 미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공식 비공식  채널을 동원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손 대표의 적극적인 해외행보와 관련해 “손 대표가 주장한 ‘민생진보’의 영토적 개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그간 민생진보를 국내적 개념으로 한정해 투어도 하고 각종 정책도 발표했는데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을 잘한다 해도 해외 변수가 많아 한계가 있었다”며 “일본·중국·미국을 방문하려는 것은 ‘진보는 이념에만 집중한다’는 인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민생진보의 성장,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일본의 여야 정치권 핵심인사들을 만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중국에서도 차기 지도자로 손꼽히는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해외투어’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 그의 야심은 해외투어를 통해 점점 구체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12월 전당대회 이전까지 대표직에 있을 때 각국 우방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  대내외적으로 ‘미래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 그것이다.

손의 광폭행보 속내
여전한 의구심 보내

하지만 손 대표가 최근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수회담 직후 일본행에 대해 회담결과를 두고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국행을 급하게 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손 대표는 이번 방일기간 중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2일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질문하자 “일본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으로 듣고 있지만 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 차원에서 쿠릴열도 방문에 나섰던 문학진 의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손 대표의 정체성이 자꾸 의문시되면 야당 지도자 또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전반적인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손 대표의 잇단 외국행을 놓고 당 대표 프리미엄을 이용한 대권행보를 하고 있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손 대표가 해외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렸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장 밀접한 영향을 가진 나라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많은 유권자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그는 “해외동포 유권자수는 미국이 약 87만 명, 일본 47만, 중국33만 순으로 높다”고 말한 뒤 “총선과 대선 앞두고 이 나라들만 방문하는 것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수도권 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만19세 이상의 재외동포에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을 공략하려는 표밭관리다”라고 손 대표 순방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유력 대권주로 꼽히는 손 대표의 해외 순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외교능력을 철저하게 검증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손 대표가 해외 순방 후 풀어놓는 보따리는 앞으로 대선주자로서 그의 입지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될 전망이다.

과연 그는 연이은 해외 순방에서 어떤 보따리들을 꾸려올까. 또 국내에서는 그 보따리들을 어떻게 풀어헤치며 민심공략에 나설까. 대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그의 해외일정 후 국내에서의 행보에도 시선이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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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