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문재인정부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1:05:53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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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하다 무너지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안으로는 인사문제부터 시작해 밖으로는 북핵문제까지 겹치면서 시름이 계속되고 있다.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 문 정부의 해법은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안팎으로 몰린 문재인정부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국회는 지난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했다. 결과는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표 2표로 부결됐다. 

인사 난맥상
야3당 맹공

청와대는 곧바로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다른 안건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연계하려는 정략적 시도는 계속됐지만 그럼에도 야당이 부결까지 시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김 후보자에게는 부결에 이를 만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헌정질서를 정치·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오늘 국회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장이 국회 임명을 받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번 부결이 특히나 충격이 컸던 이유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야 3당의 공세 신호탄이란 성격 때문이다. 

앞서 이낙연 총리의 경우 임명동의안이 국회서 통과한 바 있다. 재적의원의 과반수 이상 출석과 출석의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임명하긴 어려웠다. 

당시 야당은 정권초기 허니문 기간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서 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청와대 충격
대법원장 부결가능성↑…매서운 공세

문 정부 정책에 사활이 걸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야 3당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서 문 정부에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야당 입장에선 더 이상 문 대통령의 독주를 두고 볼 수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5대 비리’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제시했던 문 정부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논란이 있던 인사를 강행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앞선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면서 ‘적폐청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와는 별개로 김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사법부 코드 인사’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김이수 전 후보자보다 김명수 후보자의 ‘이념 편향’을 더욱 문제삼고 있다. 만약 김명수 후보자까지 부결된다면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헌재소장 김이수, 헌법재판관 이유정, 대법원장 김명수’라는 구상은 붕괴되는 셈이다. 

계속되는 인사 난맥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최근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석·보좌관 회의서 “인사 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 “인재풀을 확보하라”는 지시와 함께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보회의에 참석 했던 한 인사는 “상당히 엄하게 질책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라진 협치
인사 돌파구는? 

김 후보자 부결로 야당은 존재감을 표출한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 관련해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부터 시작해 각종 논란에 휘말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이 물러나면서 문 정부의 앞날이 어두운 상황이다. 

특히 탁 행정관의 경우 정현백 여성부장관이 나서 해임을 건의할 정도로 문 정부 ‘인사실패의 아이콘’이 됐다.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이력, 뉴라이트 사관,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박 전 후보자는 여야 모두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즉 인사를 함에 있어 야당의 건의나 국민여론을 살피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가 인사에 있어서 전혀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서 협조만 요청할 게 아니라 정말 국민 대다수가, 또 정치권과 언론서 문제제기하는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는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임명동의권이 필요 없는 인사들의 경우 논란이 됐더라도 임명을 강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김 후보자 부결로 인해 문 대통령이 더 이상 ‘강경책’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임명동의안이 필요한 인사의 경우 또다시 야당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명이 실패할 경우 결국 문 대통령이 구상한 정책과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재인정부의 딜레마는 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나흘 뒤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를 완료했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차원서 사드 임시배치를 단행했지만 그로 인해 정치·외교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특히 진보진영에선 ‘배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공개석상서 “이름과 용모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드 배치도 그렇고, 전부 촛불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정면비판했다.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현 상황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며 “정부는 한반도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해당 메시지는 청와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위중하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이라는 평가다. 

사드 ‘갈팡질팡’
미·중 눈치보기


보수진영의 공세도 매섭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선 환영한다면서도 ‘임시’ 배치라는 점을 들어 중국과 사드 반대론자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임시배치’라는 단어만 반복했는데 이는 언제든 사드를 다시 철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이중 플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배치는 대북 유화책의 처참한 실패로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안보정책 중 유일하게 칭찬받을 만한 조치였다”면서도 “대통령 입장문은 대국민 메시지가 아니라 일부 사드 반대세력과 중국의 반발에 눈치 보듯 변명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었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를 악성 종양에 빗대며 원색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문 대통령의 통화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등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야권 일각에선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대칭 무기인 ‘핵’을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놓고 야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북한이 핵폭탄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해서 완성단계에 이르렀는데 한반도 비핵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북한서 7차 핵실험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때도 전술핵 상시배치 안 할 건가”라고 강도 높게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했다.

북한 6차 핵실험…사드 우왕좌왕
문통 방미 주목 북핵·외교 분수령 

반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관련해 “민주당은 평화보다는 오직 핵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술핵 주장을 반대한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원칙 (훼손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분명히 했다.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 검토한 바 없다”며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 불가 이유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 위배 ▲북한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 약화 및 상실 ▲동북아의 핵무장 확산 등을 들었다.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가 직접 공개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선언한 것은 6차 핵실험 이후 북핵 대응 차원서 전술핵 재배치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서도 북핵에 맞선 ‘핵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18일부터 시작될 방미 일정이 문 대통령 대북 외교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서 문 대통령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서 강력한 대북 제재의 당위성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흐름
지지율 하락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취임 후 처음으로 70%가 무너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 하락한 69.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8% 오른 24.6%를 각각 기록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득주도 성장의 이면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이 곳곳서 삐걱대고 있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소득주도를 강조하다 보니 기업 등 재계에서는 산업정책이 실종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의 불만이 커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그동안 혁신성장이 상대적으로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지난 12일 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서 “모든 경제정책 방향이 소득주도에만 몰린 것으로 보이다 보니 전체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높이는 쪽(혁신성장)이 간과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기대를 모았던 고용시장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추경, 세법개정안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률 최고치 경신을 막지는 못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이 저성장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담은 것은 아니다”라며 “분배와 성장의 상충관계를 외면하지 말고 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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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