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국민의당 반전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1:01:41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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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자극하고 투표로 때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안철수호가 닻을 올린 지 3주가 흘렀다. 안 대표는 ‘선명야당’을 내세우며 지난해 총선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다만, 여당과 야당의 견제 속에 쉽사리 반등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일요시사>는 첩첩산중을 걷고 있는 국민의당의 반전 플랜을 들여다봤다.  
 

안 대표는 지난달 27일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정부와 싸우겠다”며 투쟁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선 “독선에 빠진 권력” “코드인사가 부른 오만함”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각 세우기

이는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우지 못하고 표결 등에 있어 결국 정부 및 여당의 손을 들어준 기존 지도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과정서 더불어민주당 공세에 주요 논리로 사용된 ‘호남홀대론’을 꺼내들었다.

호남홀대론은 참여정부가 호남 인사를 배척하고 호남에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꺼렸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7일, 광주 송정역서 안 대표는 SOC 예산 삭감 브리핑을 갖고 “문재인정부가 호남권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호남홀대론 전략에 민주당은 발끈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서 “지역홀대·지역차별을 주장하는 것은 민주당과 지역주민을 이간질시켜 지지도에 영향을 끼치도록 해보겠다는 얄팍한 정치공세”라고 반격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호남서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14.3%다. 반면 민주당은 62.3%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4배 이상의 지지율 차이를 보인다. 두 당의 지지율 차이가 비단 호남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호남정당’이란 수식어가 붙는 국민의당 입장서 이 같은 성적표는 달갑지 않다.  

두 당의 현 지지율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면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은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역 정치권에선 양당의 ‘호남 홀대론’ 공방이 향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남 여론을 자극, 고공행진 중인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꺾어야 지방선거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당내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의 ‘호남 예산홀대’ 주장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며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라며 “지역민들이 추석 전까지 어느 당의 주장에 공감할지가 여론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민의당이 지금 위기를 극복할 카드로는 ‘쇄신’이 꼽힌다.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이후 3개월여간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지 못해 ‘민주당 흡수설’ ‘바른정당 연대설’ 등에 휘말렸다. 


국민의당을 둘러싼 합당 및 연대설은 제보조작 파문으로 당직자들이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정치적 이합집산보다는 쇄신을 통한 자강에 힘쓰는 모양새다. 최근 신설된 ‘제2창당위원회’는 자체 혁신을 통해 당 재건을 이루겠다는 안 대표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 10일 안 대표는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서 제2창당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제2창당위원회 공동위원장에는 김태일 영남대 교수와 오승용 전남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안 대표는 공동위원장을 위촉하면서 “제2창당위는 그 권한범위서 혁신과 변화의 컨트롤타워, 당의 조직·전략·정책·인재 영입·지방선거 기획 등을 선도하고 조율하는 권한을 부여받을 것”이라며 “당이 직면한 위기를 관리·극복하고, 산적한 해결과제들에 대한 해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호 3주…선명야당 강조
호남홀대론 왜? 존재감 부각

제2창당위원회 산하에는 당헌당규 재개정위원회, 정당혁신위원회, 인재영입위원회, 지방선거기획단준비위원회 등의 소위가 설치된다. 즉 당의 혁신부터 시작해 내년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둔 조직인 셈이다.  

최근 국민의당은 제2창당위원회처럼 당의 체질을 바꾸는 내부적 변화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변화도 선보이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정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가결 145, 부결 145로 동수를 이뤘다. 재적인원 과반인 147표에 단 2표가 부족해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자리에 앉지 못했다. 

이 과정서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 39명(김광수 의원 불참) 의원 중 17명만 찬성했어도 임명동의안은 가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과반수 이상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결국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부결됐다. 

안 대표는 김 후보자 부결에 대해 “국민의당 의원들이 과연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균형감을 가진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존재감을 내려 한 것은 아니고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해 캐스팅보터 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국민의당에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지난 12일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보며 깊은 자괴감 갖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안철수 대표는 존재감 운운한다. 임명동의안 부결을 국민의당 성과로 평가한다”며 “다들 어떻게 보이시는지 모르겠는데 제 눈엔 참 오만하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김 후보자 부결로 국민의당 의원들은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부결안을 두고 정치권은 ‘신3당 야합’과 청와대 ‘독주 견제’라는 프레임 선점을 두고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선명야당을 강조하며 정부 및 여당에 ‘강경 노선’을 천명한 안 대표가 4당 교섭단체 체제서 확실한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부결로 인해 앞으로 민주당이 국민만 보고 가는 이른바 ‘강공’ 노선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캐스팅보트

유용화 교수는 국민의당의 반전 가능성에 대해 “정기국회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주도하면 돌파구가 열릴 것”며 “중도개혁 스탠스로 정국을 이끄느냐, 아니면 전반기에 보여준 모습처럼 호남 여론에 좌우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기국회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기회 요인은 충분하다”며 “중도개혁 스탠스로 치고나가지 못하고,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는 기회주의적 성격을 보이면 정치적 생존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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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