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다지는’ 여시재 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0:39:20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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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들 어디서 모이나 했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가 주목받고 있다. 한샘 명예회장의 출연으로 설립된 여시재는 정·재계를 주름 잡는 인사들이 이사진으로 포진돼있다. 특히, 진영을 초월한 ‘용광로’ 인사들로 우리나라 정치 담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최근 세를 다지는 여시재를 들여다봤다.   
 

2015년 12월 설립된 여시재의 사전적 의미는 ‘시대와 함께하는 집’ ‘시대를 어깨에 짊어진다’는 뜻으로 ‘시대와 함께 가면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던 <주역> 풀이서 비롯됐다. 당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300억원을 출연해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잠룡들 모임?

조 명예회장은 초당파적, 초국가적 연구를 통해 미래의 세계질서를 전망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모색을 위해 여시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 여시재 이사직서 물러난 조 명예회장은 현재 순수 기금 출연자로 남아있다. 

지난 11일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국회를 방문했다. 이 방문은 여시재서 추진한 것이다. 이날 슈뢰더 전 총리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대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가차 없이 위협하지만 한국은 계속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다”며 “힘겨운 길이겠지만 이 입장이 고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해법에 대해 “미국, 러시아, 중국 3국이 공동의 전략을 갖고 북한에 대응해야 하고, 이 전략은 한국이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3개국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북한에) 정치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시재의 사명은 ‘신문명’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질서’ ‘통일한국’ ‘도시의 시대’로 요약된다. 
특히 여시재는 지난 30년간 세계사적으로 가장 큰 변화의 핵심이 ‘중국과 동북아’임을 역설하며 우리나라가 새로운 세계질서의 주역이 되고자 할 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시재는 미래 시장경제체계를 연구하고 미래 기간산업을 탐구해 다양한 지식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식생태계 구축을 다짐했다. 여시재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려하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공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재술 전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 등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사진의 구성은 이헌재 이사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 보수적 인사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 진보적 인사가 혼재된 모양새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원장은 “저는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에선 여야를 뛰어넘어 국가의 힘과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실용·진보적인 사람들”이라며 “북한을 돕는 NGO활동을 한 분도 있다. 사실 기업하는 사람이 가장 진보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여시재는 동북아시아 포럼을 열었는데 당시 대권 잠룡들이 총출동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동북아시아와 세계, 토일 한국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과 소회를 밝혔다.  


2015년 9월 설립…정재계 인사 총출동
차기 주자들 기웃…실질적 대선 캠프?

안 지사는 과거 이 원장과 함께 한 지방자치연구소 시절을 회상하면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 지사는 “13년 전 지방자치연구소를 이광재 원장과 함께 하면서 한국사회의 현실 문제에 도전했다”며 “이제 대한민국의 국가적인 과제를 아시아와 세계적인 차원서 고민하는 친구 이광재가 자랑스럽고 이 원장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지사가 대선 당시 제시한 ‘대연정 카드’의 기초가 여시재 모임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 바 있다. 여시재가 주목받은 이유는 실질적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데 있다. 여시재 이사회는 한 달에 한번 ‘대화당’이란 한옥 건물서 열린다.

새벽 6시30분부터 이사진들과 연구진들이 도착해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이사회에 이름만 올리고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구조다. 또 상근 연구원들의 구성도 단순한 규모의 확장보다는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상근연구원도 20여명에 달한다. 
 

여시재는 고유한 연구를 수행하는 전통적 싱크탱크 모델을 넘어 연구자와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싱크 허브’를 지향한다. 프로젝트 별로 진행기간을 설정한 뒤 해당 주제를 토대로 전문가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구조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여시재의 연구방법론 연구’ ‘신문명 지수 연구’ ‘C프로젝트(기술경진대회)’ 등이다. 

이밖에 여시재는 강연, 토론, 연구모임 등을 주최해 정치 담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국회에서 ‘남북자원협력과 국가미래전략산업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해당 토론회는 여시재와 민주당 김경수 의원, 박재호 의원, 송기헌 의원, 이인영 의원, 홍의락 의원 등이 주최했다.

해당 토론회에는 북한자원 및 남북자원협력 관련 기관, 전문가, 산업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자원협력을 둘러싼 실제적 고민과 현실적 한계, 전략 대응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현 상황서 이번 토론회는 경제협력 모델을 통해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정책 솔루션

이 원장은 여시재가 특정 인물의 대선캠프가 아니냐는 이야기에 대해 “이곳은 특정 정치인이나 개인을 위해 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이사진 스펙트럼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여야를 떠나 정책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지개 켜는 이광재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향후 정치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의원과 나란히 토론회를 주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전 지사는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정치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면·복권 후 강원지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선 주말마다 오대산 등 강원도 내 산을 찾아 등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만남을 갖기고 했지만 정치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행보는 최대한 자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전 지사 측근 그룹 인사들이 최근 도지사 특보와 여당의원 보좌진 등으로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이 전 지사가 향후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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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