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MB 순방 수행 내막

서먹서먹했던 관계 풀고 ‘은밀한 대화’ 나눌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왕의 남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뒤 곧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동해 순방단에 합류했으며, 11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특임장관이 무슨 일로 대통령 해외순방에 포함된 것일까. 작년 8월30일 취임한 이래 이 대통령의 외국 방문 첫 동행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개월간 장관직 수행하며 대통령 외국 순방 첫 동행
전대 이후 정국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 나눌 것 예상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은 대통령의 순방 목적에 따라 수행단에 종종 포함된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 문제와 관련한 업무를 다루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 대통령을 따라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7, 8월 소폭 개각설이 나도는 시점에서 전당대회 당일 떠난 이 장관의 이번 아프리카 수행은 지난 재보선 참패 이후 친이계 내부분열 및 혼란에 대해 오해를 풀고 당에 복귀해 새로운 지도부 체제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대통령과 첫 해외 나들이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해 지난 2일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길에 합류했다.

이 장관의 한 핵심 측근에 따르면 “이 장관이 이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수행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이 장관이 정부의 대(對)정치권 관계를 담당하는 만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잠시 참석한 직후 따로 출국해 수행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방점은 이 장관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과 1주일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라고 말해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이 전대 이후의 정국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돌아 올 것임을 시사했다.

그 간 이 장관은 재보선 이후 한 달간 여의도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뒀었다. ‘왕의 남자’  ‘정권2인자’라고 불리던 여권의 실세 이 장관이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 연달아 두 차례 불참했고 전당대회에도 개입을 하지 않으며 정치행보를 최소화 한 것이다.

이 장관의 한 달여 침묵은 4·27 재보선 참패와 친이계의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복잡해진 심경과 무관치 않았다. 여당 내에서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이 대두되자 이 대통령에게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때가 아니다’며 만류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청와대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유럽특사 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청와대가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이 ‘남 탓’만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이 대통령을 자신의 아들에 비유해 우회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순방 수행은 지난 4·27 재보선 참패 후 소원해졌던 대통령과의 관계를 불식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이번 순방을 통해 1주일간 이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불거진 온갖 추측을 일축하고 이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대통령과의 사이는 전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번 수행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장관으로서 힘을 보태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과의 불화설은 언론이 조장하고 부추겼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수행은 그간 홀대했던 이 장관에 대해 대통령이 주는 ‘선물’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순방에서 둘은 국정운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전대 결과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편 이 장관은 이번 7·4 전당대회와 관련해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장관은 직원들에게 “전대와 관련해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철저히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고 국회나 정당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들도 말조심하고 각별히 처신에 유의하라”는 엄명을 내리기도 했다.

이 장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대에 나선 홍준표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오 계파의 핵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친이계 전체도 아닌 일부 친이계에서 일부 기관들과 함께 의원들에게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계파 줄 세우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가만히 있는 사람 끌어들여 온갖 욕설(을) 해대는 것도 부패”라고 반박했다. 홍준표, 남경필 후보 등이 자신의 계파와 친이계가 계파투표를 획책하고 있다고 한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7·4전대 당일 출국, 당과 거리두기냐, 복귀 임박이냐
친이계 내부분열 및 혼란 풀 적임자, 중책 맡을 전망?

이 장관은 “태풍걱정을 많이 했다. 피해복구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5호 태풍 ‘메아리’를 짤막하게 언급 한 뒤 “섬사람들은 이 판국에 무슨 돈이 있어 수백명씩 호텔에 불러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표 부탁하고, 그것은 부패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장관이 말한 섬은 여의도, 사람은 국회, 정당 등의 정치권 관계자를 지칭한다. (이 장관은 최근 트위터 글 등에서 여의도 국회를 부를 때 종종 섬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이 장관은 이어 “각종 조사에서 가장 부패한 분야 1등이 항상 정치권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엇하느냐”고 덧붙여 자신의 개입설을 전면 부정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파가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은 당내에서 이 장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순방 수행은 전대 결과에 따른 당내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전대 결과에 한 발 물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 둔 상황에 당내에서 이 장관의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8월 예정된 소폭개각
장관직 물러나 당 복귀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 장관의 수행 후 행보로는 7월내지 8월로 예정된 개각을 통해 장관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로 지난달 말 여권 일각에서는 ‘7, 8월 소폭 개각설’이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장차관들을 7월이나 8월에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달 청와대 참모진 중 총선 출마 예정자들을 내보낸 상황에서 내각에서도 총선 출마자들을 정리해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 할 ‘집권 후반기 내각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의원 겸직 장관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갈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고, 검찰총장 교체에 따른 내각 변화 요인 등이 있다”며 “총선 출마자들은 미리 총선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므로 총선 출마 예정 장차관들의 조기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7월 개각설’은 검찰총장 임기 만료와 법무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과 함께 거론되고 있었다. 임기가 8월19일까지인 김준규 검찰총장의 후임을 국회 청문회를 고려해 7월에는 내정해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이에 맞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대검찰청 수뇌부 5명이 대거 사의를 표명했고 김 총장도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해 ‘7월 개각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저축은행 사건이 완료 되지 않아 총장과 수뇌부의 공백을 오래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장관들은 이재오 특임, 진수희 보건복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명이다. 이 장관과 진 장관은 지난해 8월에 취임해 7월이면 만 1년이 된다. 정 장관은 올해 1월에 취임했다.

이 중 이 장관의 경우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한나라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순방 수행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친이계와 내각을 재정비해 당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임무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점점 레임덕이 가속화 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고 일을 맡길 만한 인재로 이 장관만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특임장관 임명 후 첫 순방 수행 특명을 내린 이 대통령이 그에게 과연 어떠한 ‘선물’을 안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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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