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발’ 경찰청장 교체설 내막

‘국감 타깃’ 이철성 끌어내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 수뇌부 인사발령이 난지 한 달을 갓 넘긴 상황서 경찰청장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민주화의 성지’ 발언과 관련된 경찰 수뇌부들의 다툼이 다가오는 10월 국정감사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선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악화된 여론에 청와대와 정부서도 어떠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여기에 후임 경찰청장의 하마평 또한 무성해 교체설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지난달 경찰 수장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사이 한차례 공방이 벌어졌다. 강 학교장은 지난해 11월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공식 페이스북에 ‘민주화 성지’라는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올리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질책하고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청장은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폭로 대잔치
진흙탕 싸움

두 사람 간 공방은 폭로전으로 치달았다. 당시 광주청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강 학교장은 바로 이 게시글 때문에 이 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7일 한 매체를 통해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까 좋으냐’는 등의 비아냥 섞인 질책을 했고 ‘바로 글을 내리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기술적으로 (처리)하든지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청은 당시 해당글을 삭제했다. 

이 청장은 같은 날 입장자료를 내고 “강인철 당시 광주경찰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게시글 관련해 전화를 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강 학교장의 주장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기도 했다. 
 

두 사람 간 공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강 학교장의 폭로 직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폭로 나흘 전인 지난달 3일 강 학교장이 이 청장과 독대한 자리서 “감찰 결과 비리가 드러나 곧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 학교장이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이자 이 청장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행안부장관이 나서 일단락됐지만
거세게 부는 ‘민주화 성지’ 후폭풍

실제 경찰청은 지난달 7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강 학교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강 학교장은 고급 관용차를 불법으로 개조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으며 상조회 돈 7000만원을 사용해 학교 내에 치킨 매장을 설치할 것을 지시(직권남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강 학교장은 감찰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강 학교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8일 이 청장의 발언을 더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강 학교장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19일 전화통화 당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덮으려 했지만
몰려오는 후폭풍

‘이철성 vs 강인철’의 진실공방에 제3의 인물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7일 오후 김모 경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학교장의 갑질을 고발했다. 강 학교장은 김 경감의 주장 역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감은 “중앙경찰학교장 재직 당시 학교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자 문책성 징계를 받았고 ‘자기 일도 못한다’는 식의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강 학교장이) 차량업무 담당자를 불러 4시간 동안 추궁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튿날 전체 회의석상에 불러 재차 추궁하면서 모욕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학교장에 대한 경찰청의 ‘표적 감찰’ 논란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관련자 회유, 제보자 색출작업 등 갑질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다”며 “저의 진정에 따라 경찰청의 감찰 조사가 시작됐고 민원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화 성지글 논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시기에 논란이 이는지 그 배경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경찰청장 흔들기는 아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작동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경찰 수뇌부의 진흙탕 싸움을 덮기 위해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까지 나섰다. 김 장관은 경찰 지휘부서 벌어진 이번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경찰의 자체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달 13일 김 장관은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소재의 수뇌부 회의를 찾았다. 당시 회의에는 논란의 당사자인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 간부와 경찰청 본청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장관은 자리에 앉아마자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하셔야 할 여러분이 이번에 국민께 걱정을 넘어 분노를 끼치고 있다”며 “이 시각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논란의 중심이었던 이 청장은 “매우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강 학교장 역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정말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김 장관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마평 무성
진짜 바뀌나?

이어 김 장관과 이 청장, 강 교장 등 경찰 수뇌부는 방송 생중계가 진행된 가운데 다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숙였다. 

김 장관은 일각서 나오는 경찰 지휘부 경질설에 대해서는 “제가 답할 자리는 아닌 거 같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간부들 사이의 분쟁을 두고 행안부가 지휘권 발동이라고 밝히면서 직접 개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장관의 경찰청 방문에는 경찰 수뇌부의 갈등을 봉합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 개혁의 동력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장관은 이 청장과 강 교장을 향해 향후 비방·반론을 중지하라고 지시하고 국민을 향해서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번 사태를 봉합하겠다는 의도였다. 

최근 김 장관은 최근 갈등이 봉합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들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조금 미루는 게 좋겠다”며 당장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한 언론서 김부겸 안행부장관이 이철성·강인철 두 경찰 수뇌부 인사에 대해 질타한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인권경찰로 거듭나라는 말씀을 분명히 하셨다“며 “그래야만 검경 수사권 독립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에 경찰이 안하무인했던 그런 관행서부터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반복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번 기회를 빌어 일벌백계해야 한다. 특히 경찰 수뇌부가 견제받지 않고 자신들의 내부 문제를 외부로 외화시켜서 국민들에게 민망한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김 장관도 사과했지만 우리 집권여당서도 대단히 민망한 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매듭지어져 새롭게 거듭나는 경찰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도 했다.

10월말 전후 여론 불씨
차기에 인천청장 유력

이렇게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찰 내부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도 국정감사 기간인 10월 말을 전후로 경찰청장 교체설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화의 성지’ 발언이 국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악화된 여론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경찰청장 등 관계자들의 국감 증인출석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는 다음달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 동안 열린다. 

국회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행안부 장관이 가까스로 중재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국감서 쟁점이 되면 악화된 여론에 청와대와 정부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경찰청장 인선을 놓고 하마평 또한 무성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물러날 경우 외형상으론 치안정감 6명 모두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 된다. 이들 중 김정훈 서울청장과 이주민 인천청장이 유력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정훈 서울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 유연하게 대처해 현 정권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당시 승승장구했던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민 인천청장도 최근까지 계속 차기 경찰청장 유력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는 과거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서 파견근무하면서 현 정부 주요 인사들과 손발을 맞췄던 만큼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인천청장으로 부임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는 게 승진 인사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남은 임기 1년
한치 앞도 깜깜

정부는 최근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경찰청장을 유임시켰다.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 청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이 청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자신의 임기를 온전히 마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이 청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과 논란을 이겨내고 임기를 온전히 마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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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