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상생, 뒤로는 등골 빼먹는 롯데그룹의 두 얼굴

“같이 살자더니…” 배고파 우는 아이 뺨 ‘찰싹’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꿈과 희망의 나라’ 롯데월드. 이곳 지하 식당가 상인들 50여명에게 ‘꿈과 희망’은 먼나라 얘기다. 떠오르는 건 절망이요,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롯데월드가 지하상가를 새롭게 꾸며 롯데쇼핑에 임대해준다는 이유로 상인들을 내쫓기로 했기 때문이다.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알 수 없는 상인들은 요즘 불안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음식점 강제 철거…권리금 등 수억원 날리게 될 상황 
대체 매장·재입점 요구 거절…제소 전 화해 들먹여

지난달 28일 정오, 롯데월드 지하 1층. 평일임에도 롯데월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이곳 식당가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롯데가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식당가가 ‘암흑가’로 변해버린 탓이다.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여긴 대부분의 손님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이곳을 스쳐지나갔다.

식당가 암흑가

최근 롯데그룹 직원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도 한몫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직원들의 외부 식당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식단의 질적 향상 및 직원 근무기강 확립 차원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식당가 상인들을 궁지로 내몰기 위한 롯데의 수법이라는 게 이곳 상인들의 주장이다.

롯데월드가 이런 ‘반칙’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건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 때문이다. 롯데월드는 매달 임대료를 받고 점포를 빌려주는 게 아니라 롯데쇼핑에 임대,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심산이다.

가장 먼저 풍랑에 휩쓸린 건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에 있는 상점들이었다. 4명의 상인들은 2009년 12월까지 가게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었다. 안 나가고 버텨봤지만 소용없었다. 롯데는 지난 5월초 퇴점 요구를 거부한 식당 중 한 곳에 직원과 용역 30여명을 투입해 집기를 빼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곳 주인 안모씨가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7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안씨는 지난 1995년부터 15년째 장사를 해왔다.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상인들 대다수는 롯데월드가 완공된 1989년 7월부터 10평 내외의 매장을 분양 받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식으로 20년 넘게 생계를 꾸려왔다. 롯데와 상인들의 20여년 ‘동거’는 롯데의 ‘과욕’에 의해 깨지게 됐고, 이곳 업주들은 일순간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야 했다.

사실, 상인들의 ‘거리행’은 2년 전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롯데월드는 지난 2009년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고, 상인들은 어떠한 금전적 청구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소 전 화해 조항’을 요구했다.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롯데의 으름장 때문이었다.

공사 기간 중 대체 매장을 마련해주고, 공사 이후에는 재입점을 시켜달라는 상인들의 요구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것도 모두 이 조항 때문이다. 조항에 서명을 했으니 군말 없이 나가란 것이다.

이 같은 처사에 상인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하 식당가에서 쫓겨나게 될 경우 그동안 투자한 권리금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까지 수억 원을 잃게 돼서다.

무엇보다 상인들을 분노케 하는 건 ‘두 얼굴의 사나이’를 방불케 하는 롯데의 태도다. 롯데월드는 인명사고로 6개월 동안 롯데월드가 문을 닫는 등 위기 때만 되면 “곧 매출이 오를 것”이라며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매출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롯데는 얼굴을 고쳤다. 롯데가 매출 급감으로 위기에 몰리자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는 서민 상인들을 ‘안정적 수익원’으로 대접하다 상황이 좋아지자 내친 셈이다.

롯데월드와 입주 상인들 사이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 2층 쇼핑몰에 입주한 상인들과도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그나마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가 2008년 호텔롯데로부터 롯데월드 1, 2층 상가 운영권을 넘겨받으면서 지난 4월 가까스로 이곳 상인들과의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합의에 16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데다 보상도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합의된 보상금 규모는 현재 보증금 (5000만~8000만원)의 2배와 9개월 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신천 인근 상권은 상가권리금만 2억원에, 새 점포 개장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결코 후한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하식당가 상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롯데가 “돈이 없으니 법대로 하자”며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 없으니 법대로

이에 대해 김성협 비대위 사무국장은 “롯데는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영세한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상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면서 겉으론 동반성장, 상생경영 등을 외치는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국장의 말대로 롯데는 현재 다양한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생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자기 배만 채우려는 작태에 “같이 살자”는 식당가 상인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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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