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운 좋은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9.11 10:26:46
  • 호수 1131호
  • 댓글 0개

지금 좋다고 웃을 때가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축구가 우여곡절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며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번 최종예선서 보여준 전력이라면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서도 지난 2014년 브라질대회 때처럼 예선탈락이 자명하다. 신태용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랭킹 49위)은 지난 6일 0시(이하 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서 열린 우즈베키스탄(FIFA 랭킹 64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K리그 슈퍼스타
대표팀은 글쎄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4승3무3패(승점 15점)를 기록, 이미 본선 진출에 성공한 이란(승점 21점)에 이어 조 2위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우즈베키스탄은 4승1무5패(승점 13점)를 기록, 이란과 2-2로 비긴 시리아(3위)에 밀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2014년 9월 브라질월드컵 예선서 한국축구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서 1무2패로 조 최하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이후 전열을 갖추기 위해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는 2015 호주 아시안컵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갓틸리케’라는 찬사를 받았다. 상승세를 살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뿐만 아니라 본선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1일 최종예선으로 돌입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중국과의 1차전부터 삐걱거렸다. 3-0으로 앞서고 있다가 후반 집중력 부족을 노출하며 2골을 내리 내줬다. 자칫 비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이후 A조 최약체로 분류된 시리아와의 제3국 원정 경기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어 지옥의 이란 테헤란 원정에선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한 끝에 0-1로 패했다. 슈틸리케를 향한 시선이 급싸늘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후 지난해 11월 안방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서 2-1 승리를 거두며 급한 불을 끄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대표팀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7년 3월 치른 첫 최종예선 경기서 창샤로 원정을 떠나 0-1 참패를 당하고 왔다. 곧바로 시리아를 안방서 1-0으로 물리치긴 했으나 6월에는 카타르 원정서 2-3으로 패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사실상 경질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을 떠나면 그만이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한국 축구가 떠안아야 했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서 소방수 신태용 감독이 나섰다.

우여곡절 끝 러시아 본선티켓 획득
최악의 최종예선…이대론 3패 탈락

대승적인 차원서 K리그 각 구단들이 조기 소집에 응하는 등 적극 협조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이란과의 홈경기에선 0-0으로 비겼다. 수적 우위. 그리고 6만 관중이 넘는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우즈벡전은 자칫 월드컵서 떨어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는 배수진의 각오로 이번 우즈벡 원정에 임했다. 그리고 0-0 무승부로 승점 1점을 따내며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파란만장했던 지난 1년 간의 최종예선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불안전한 경기력 때문에 벌써부터 신 감독의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거스 히딩크 부임설’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신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 받은 상황에서 때 아닌 루머로 대표팀은 곤욕을 치르게 됐다. 

신 감독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그중에서도 무딘 공격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서 무득점 무승부를 거뒀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서 화끈한 공격축구로 16강에 올랐던 신 감독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한국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2연전서 한 번도 득점하지 못했다.

이란전서도, 우즈벡전서도 손흥민과 황희찬 조합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 우즈벡전서 신 감독은 손흥민과 황희찬 그리고 이근호를 공격 전방에 배치했다. 활동량이 좋은 세 선수를 전반에 배치해 상대를 흔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구원투수 등판 
두게임 낙제점

결과는 실패였다. 크로스는 잦았지만 부정확했고 몇 차례 얻어낸 기회 역시 결정력이 부족했다. 오히려 염기훈의 후반 교체 투입 후 공격 전개가 살아난 모습을 보여줬다. 이동국 역시 중요한 기회를 만들어내며 베테랑다운 활약상을 펼쳤지만 2% 부족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신 감독은 지난 7월4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 후임으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대표팀은 클럽과 다르다. 소집이 제한적이며 훈련 시간도 짧다. 신나게 공격하는 신 감독 스타일을 마음껏 활용하기에는 2경기가 주는 무게감이 컸다. 
 

어쩌면 신 감독 스스로 작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수비를 강조했고 무실점을 입에 올렸다. 열흘의 절반을 수비 조직력을 다듬기 위해 혈안이었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2경기서 원하던 무실점을 통해 월드컵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수비 역시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수치로 보면 나쁘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서 8경기서 10골을 내줬던 수비력과 비교하면 분명 좋아졌다.

그러나 무례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수비수 김영권. 우즈벡전서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로 나선 장현수 모두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무리한 볼 돌리기와 백패스로 상대에 기회를 내줄 뻔했다. 

수비진용서의 압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상대에 공간을 허용했다. 우즈벡 선수들이 조금만 더 결정력을 높였다면 충분히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이란이 시리아와의 경기서 비긴 덕분에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력 진출이지만, 이란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칫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뻔한 상황이었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월드컵 본선서도 힘든 경쟁을 이어갈 것이 뻔하다. 

신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남은 9개월 간 대표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 감독에게 기대를 걸어볼만한 구석은 있다.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비춰볼 때 충분히 이번 숙제도 풀어갈 수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감독은 1969년 10월 경북 영덕군서 태어났다. 대구공고, 영남대를 거쳐 1992년 일화 천마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프로 생활은 화려했다. 

데뷔 첫해 영리한 플레이로 일화의 공수를 조율하며 신인상을 받았다. 신 감독이 합류한 일화 천마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K리그 3년 연속 우승 위업을 달성한다. 


1995년 신 감독은 20득점 20도움을 기록해 20-20 클럽에 가입, 리그 MVP를 차지했다. 또한 연말에 열린 1995-1996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마저 제패하며 일화 천마는 명실상부한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한다. 그해 포항 아톰즈와 벌인 챔피언결정전은 지금도 K리그의 대표적인 명승부로 꼽힌다.

1996년 일화 천마는 암흑기에 들어간다. 천안시로 연고지를 옮기며 상부와 불화를 겪은 박종환 감독이 해임됐다. 이장수 당시 수석코치가 감독을 맡았는데 이 때부터 리그 최하위권을 맴돌게 된다. 

하지만 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K리그 MVP를 수상하는 등 신 감독의 활약은 변함없었다. 특히 MVP 2회 수상은 신 감독만 갖고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1998년 개인 통산 30득점 30도움을 기록. 이 때 독일 분데스리가의 한자 로스토크의 영입 제의를 받아 유럽에 진출할 듯했으나 무산됐다. 이듬해인 1999년 차경복 감독이 천안 일화를 맡는다. 이때 첫 FA컵 우승을 맛본다.

지금 같으면
세계적 망신

2000년 개인 40득점 40도움을 기록한다. 그해 일화 천마는 천안서 성남으로 다시 옮기며 상위권으로 도약한다. 신 감독은 2001년 50득점 50도움을 달성했다. 그리고 성남 일화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또 K리그 3년 연속 우승의 전설을 남긴다. 

이때도 초호화 멤버를 자랑했는데 우승 청부사 샤샤를 비롯해 김대의, 김상식, 김영철, 김도훈, 윤정환, 이싸빅, 이성남 등이다. 실제로 K리그의 골수팬들 사이에선 2003년의 성남 일화 천마를 K리그 역사상 최강의 스쿼드로 거론하기도 한다.

2004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으나 성남과 재계약하지 못하며 K리그를 떠났다. 2005년 호주로 떠나 퀸즐랜드 로어 FC에 입단해 1경기에 출장한 후, 발목 부상을 입고 그 해 9월에 완전히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K리그 통산 401경기 99득점 68도움 2실점을 기록했다. 또 최초 4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현역 시절 신 감독의 국가대표로서의 경력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거친 엘리트 선수였지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선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1993년과 1997년까지 A매치서 23경기 3골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K리그서 신 감독의 위상을 생각해 볼 때 상당히 아쉬운 기록이다. 1996년 AFC 아시안컵 8강 이란전서 2:6 참패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는 국가대표팀 명단에 그의 이름이 포함되는 일이 없었다. 이 대회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후 월드컵 명단에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휘청거리는 태극호…숙제 산적 
급기야 히딩크 부임설까지 부상

차범근 감독 체제에선 1997년 상반기까지는 뽑혔으나 최종예선 때부터는 제외됐다. 이후 허정무 감독과 거스 히딩크 감독 때에도 소속팀과 함께 엄청난 활약을 보였는데도 발탁되지 않았다. 사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국가대표 축구의 조직력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감독들은 신 감독 대신 다른 젊은 선수들을 발탁해 세대교체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거나 대표팀의 리더를 맡을 고참 선수들로는 황선홍과 홍명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월드컵 출전 경력만 있었으면 K리그서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될 수 있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신 감독은 은퇴 직후인 2005년 호주로 넘어가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그가 첫 지휘봉을 잡은 건 2008년이었다. 김학범 감독의 후임으로 성남 일화 감독 대행을 맡아 첫 감독직을 수행했다. 그는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 K리그와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지도력은 대표팀서 더욱 빛났다. 신 감독은 각급 대표팀이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지휘봉을 잡아 ‘구원투수’로서 맹활약했다. 

그는 축구대표팀 코치 재직 시절이던 2015년, 리우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고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중책을 이어받았다. 초반에는 우려를 표했지만 그는 와일드카드 손흥민(토트넘) 등 23세 이하 대표팀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아시아 예선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팀을 변화시켰다. 이승우, 백승호(이상 FC바르셀로나) 등 개성 넘치는 선수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신태용식 패스 축구로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했다.

남은 9개월
처음부터 시작

U-20 월드컵 본선 무대에선 조별리그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젊은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권위적인 모습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도모한 신 감독 특유의 리더십이 빛났다는 평가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신 감독의 용병술과 형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그에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