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맞수’ 김문수-오세훈 엇갈린 명암

‘대권 밑그림’ 먹칠하거나 혹은 무지개색칠하거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생명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제’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감사원이 서해뱃길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오히려 반발하며 사업 강행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한지붕 밑에 살고 있는 ‘맞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의회와 타협을 통해 무상급식 해법을 모색했고, 뉴타운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오 시장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 사면초가 속에서도 타협은 없다
김- 친서민 정책 펼치며 의회와 타협

지난 16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선 비장함이 감도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놓고 ‘점진적 실시냐’ ‘전면적 실시냐’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80억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여야 안팎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지만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윽고 그는 지난 반년동안 발길을 뚝 끊었던 시의회에 출석의사를 밝혔다.

반년만의 시의회 출석
마찰과 갈등은 여전히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시의회 민주당 측이 서울시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강행 처리한데 대한 항의로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하고 시의회 출석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제 새로운 화해와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히며 “시의회에 조건 없이 출석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일 6개월 만에 서울시 정례회의에 출석했다.

하지만 반년 만에 참석한 시의회에선 또 다시 극심한 마찰이 빚어졌다. 오 시장은 “시의회가 반대해도 여의도에서 중국까지 뱃길로 연결하는 서해뱃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

오 시장이 강행하려는 서해뱃길사업은 대형 크루즈선이 여의도까지 드나들 수 있도록 서울에서 김포까지 뱃길을 만든 뒤 아라뱃길과 연계해 중국을 배로 한 번에 갈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서해뱃길사업이 완공되면 서울 여의도에서 중국까지 배를 타고 13시간 만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오 시장의 설명. 그는 이 사업을 시의회가 반대하면 대통령과 담판지어 국비로라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자신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뱃길과 여객터미널 등을 만드는데 36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그 중 2250억원이 서울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관광객 유치 효과는 거의 없다”면서 수익성 없는 사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시민단체들도 환경오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감사원 요구 묵살하며
사업 강행의지 공고히

여기에 감사원이 수익성 없다고 비판한 야권의 지적을 사실로 확인시켜줬다. 지난 19일 감사원은 감사결과에서 서울시가 이 사업의 수요예측과 경제적 효과를 부풀렸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와 KDI 평가지침과 다르게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여객, 화물)를 반영하지 않았고, 수도권 총교통량을 부풀렸으며, 상위 국가계획이나 해당 사업의 추진 현황과 다르게 수요를 예측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무려 400억원의 적자사업을 600억짜리 흑자사업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선박 이용객 부족 및 사업의 경제적, 재무적 타당성 부족으로 운영적자가 누적돼 사업효과를 얻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시의회 이틀째인 지난 22일 박운기 시의원은 “서해뱃길사업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감사원의 지적은 서해뱃길이 필요하나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는 경제성이 없으니 탄탄히 보완하라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오 시장은 “2조2000억원이 투입된 아라뱃길이 올해 말이면 개통하는데 2200억원이 투입되는 서해뱃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아라뱃길은 무용지물이 된다”며 계속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박 의원이 서해뱃길사업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자 오 시장은 “조금이라도 빨리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서둘러 서해뱃길을 열어야 한다”며 즉각 거절했다.

MB 사돈에 특혜(?)
오 시장의 무모한 도전

또 감사원은 서울시가 한강 인공섬인 ‘세빛둥둥섬’ 건설시 시행사 플로섬에 불공정계약을 맺어 113억의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세빛둥둥섬의 사업시행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인 효성그룹 계열사 소유 전체지분의 57%를 쥔 주인으로 알려졌다.

세빛둥둥섬엔 964억 원이 투입됐다. 플로섬이 800억 원 빚을 얻어 준공했는데 서울시민은 800억 원 빚에 대해 25년간의 이자 1200억원을 세금이나 관람료로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편이 이러자 일각에서는 그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 사업에 어떤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말대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화물선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은 곧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대운하사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차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 대통령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 보고 있다.

항간에서는 오 시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국민들 뇌리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기엔 혈세 낭비가 심하다는 것.

김문수, 뼈있는 말 던져
오 시장과  차별적 행보

반면 잠룡 맞수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도의회와 갈등 속에서도 대화와 타협으로 여러 가지 현안들을 속속 풀어나가고 있어 오 시장과 비교되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경기도청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오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찬반투표에 대해 “주민투표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찬반논란이 있는 모든 정치적 쟁점 사안을 모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듯이 무상급식이란 조그만 사안이 과연 그럴 만한 현안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시의원도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3권분립의 한 축”이라며 “다투더라도 의회에서 해야지 그것을 밖으로 가져나가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 맞지 않는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이어 “난들 못 싸워서 안 싸우겠나. 무상급식을 찬성하지도 않는데…”라고 말하며 자신은 대화를 통해 무상급식을 친환경급식비 지원으로 대체해 풀어나간 점을 들어 오 시장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오- 감사원 지적에도 실패 인정할 수 없다
김- 뉴타운 실패인정 할 말 없고 책임질 것


김 지사는 또한 민선4기 초기 취임 축하금으로 돈을 가져온 사람이 있었지만 다 잘랐다고 밝히면서 “그런 면에선 내가 제일 깨끗하고 투명하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곳곳에서 찬반이 대립하고 있는 뉴타운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 생각한 것보다 상황이 안 좋아 실패한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 “책임지겠다고 말한 만큼, 불신임안이 올라와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하며 실패라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오 시장과 김 지사 두 사람은 친이계가 주목하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게다가 비슷한 과정을 거쳤고 현재 비슷한 위치에 서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야권 후보를 물리치고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에 당선됐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 힘겹게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행보로 두 사람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시장은 세빛둥둥섬에서 모피쇼를 열고, 서해뱃길사업 등을 추진하며 공공장소를 상류층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착수해 스스로를 사면초가를 자초한 상태다.

하지만 김 지사의 경우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사업’ 등을 내세우며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친서민 정책을 골라 국민들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올해 안에 대권 출마 여부 정리하겠다고 밝혔고, 김 지사도 대권 도전 시기를 결정하는데 있어 내년 총선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붕 아래 살며 최근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두 사람. 과연 두 사람은 또 어떤 반전을 보일지 그들의 앞날에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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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