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7성급 호텔 특혜 의혹 추적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정치권 특혜 의혹 제기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정치권이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고 있다.” 대한항공이 경복궁 인근에 호텔을 건립하는 것과 관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같이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이 우리 문화유산을 간접 훼손하는 데 정치권이 힘을 더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12일 대한항공의 호텔 건축이 계획된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황 소장을 직접 만나 그 사연을 들어봤다.

경복궁 인근, 여중고에서 50m 거리…“문제 없다?”
종로구 공공부지 개발 계획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시간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생명은 국방부로부터 송현동 49-1번지 일대에 위치한 옛 주한미국대사관 숙소부지 3만6000㎡를 매입했다. 미술관을 건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행복한 눈물 사건’으로 삼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촉발되면서 미술관 건립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던 2009년 대한항공이 이 부지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2900억원. 호텔을 짓는다는 명목이었다.

대항항공은 이곳에 7000억원을 투입, 지상4층 지하4층 연면적 13만 7천여㎡의 규모로 7성급 고급 한옥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객실 수는 150~200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인 신라호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지만 한옥으로 지어 전통미를 살리고 상징성과 차별화, 고급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곳은 경복궁 인근이고 북촌 한옥마을과도 가까운 지역이다. 문화재 보호는 물론 국민정서상으로도 민감한 지역이다. 결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줄을 이었다. 황 소장도 그중 한명이다.

황 소장은 “바로 건너편에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고, 인근에 광화문 국가상징거리가 있으며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 북촌한옥마을과 인사동 전통문화거리가 있어 일반 상업시설을 짓기에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황 소장은 “아무리 영리목적을 가진 기업 소유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한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중요 지역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호텔 건립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풍문여고, 덕성여·중고와 너무 가까워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대다수 관광호텔에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설명이다.

KAL 2009년 부지 인수
호텔 건립 계획

학교보건법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 호텔이나 여관, 여인숙 등의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인 ‘절대정화구역’이 아닌 상대정화구역(학교경계선으로부터 200m)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립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부지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 정문으로부터 50미터 안에 있다. 빼도 박도 못 할 처지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의 태도는 완강했다. 어떻게든 호텔을 올리고야 말겠다는 것이었다.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교육청과 대한항공은 이 문제를 들고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지난해 말 법원은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숙박업소 안에서 윤락, 음란, 사행행위 등이 이뤄지는 사례가 빈번하고, 어린 학생들이 이같은 불건전한 행위를 접하면 비행행위에 빠질 개연성 높기 때문에 학교보건법은 호텔, 여관 등을 정화구역 내에서의 금지시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한항공의 7성급 특급호텔은 불건전행위 발생 빈도가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역시 숙박업소인 이상 불건전행위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생들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황 소장에 따르면 판결이후 구청은 이 부지를 매입, 공원과 열린문화공간,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상에는 시민공원과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관광버스 100대와 승용차 4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이 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요충지임에도 불구, 공원이나 주차장 등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북촌과 인사동, 각종 고궁이 몰려 있는 종로를 방문하는 관광버스는 하루 평균 1490여대에 달하지만, 대형차량 주차장은 80개면에 불과하다.

공공장소 조성 계획
대한항공 심기 불편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건립을 앞두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연평균 관람인원이 300만명으로 예상되는 만큼 극심한 혼잡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종로구는 대한항공을 설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 같은 종로구의 행보에 구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나섰다. 당시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구청 측 방침에 “기업 사유지에 대해 인허가 주무관청이 기업과 사전협의도 없이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사”라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내 돈 주고 산 내 땅인데 왜 ‘배 놔라 감 놔라’ 하냐는 것이었다.

황 소장에 따르면 이곳에 호텔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대한항공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2900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이 땅을 매입, 불도저식으로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12월부터 정부와 국회의 특혜에 가까운 ‘아낌없는’ 지원이 이어졌다. 황 소장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장 먼저 나선 건 국토해양부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을 반영, 관광호텔을 학습환경 저해시설에서 제외하는 건축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호텔은 3~4성급 이상 호텔로서 여관이나 여인숙과는 달리 교육환경을 저해하지 않을 뿐더러 건축법과 관련해서는 이중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토부, 문체부, 국회 호텔 건립 가능하게 법 개정
최대 수혜자 호텔사업 주도 한진가 맏딸 조현아 전무


특히, 문체부는 중부교육청에 가서 관광숙박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덕성여중 관계자를 만나는 등 대한항공 호텔 건립에 발 벗고 뛰었다. 그 끝에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관광호텔의 건립이 가능하도록 관광진흥법이 일부 개정됐다.

국회도 한진을 돕는데 양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 2월에는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43명은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호텔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을 건설할 때 각종 개발계획에서 결정된 건축물의 높이·층수·용적률에 완화가 필요한 경우 특별시와 광역시와 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호텔업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국민주택채권매입을 면제받도록 하고, 호텔 건설시 국·공유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는 우선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황 소장은 “모든 상황의 전개가 자칫 자본과 권력에 굴복해 특혜를 베푸는 꼴이 됐다”며 “중부교육청 심의결과는 물론 행정소송에서도 호텔 건립이 불가하다는 판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건축법과 관광 진흥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면서까지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준 것은 대한항공을 위한 특별조치”라고 주장했다.

“문화재·학습권 보장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이번 정부와 국회의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무다.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모양새다. 지난 2007년 1월부터 대한항공의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경영에 참여해 온 조 전무는 호텔 사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차기 목표는 종로구 송현동 옛 대사관저 터에 호텔을 건립하는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흐름은 대한항공에 넘어갔다. 이변이 없는 이상 호텔 건립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황 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소장은 “높은 담벼락 때문에 그동안 국민들과 단절되었던 이 지역이 이제부터라도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져야 한다”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경복궁의 역사문화경관과 사랑스러운 우리 자녀들의 안정적인 학습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평우 소장은>


- 학력
고려대학교 환경보건학과 /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유산학 석사과정 중

- 경력
1988 - 1990 서울 민통련 북부지구 사무국장
1989 - 1990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 운영위원
1997 - 1999 해라시아문화연구소 총무부장
1997 - 2000 참여연대 집행위원, 운영위원, 청년회 회장, 답사모임 회장
2002 - 2006 덕수궁터 미국대사관아파트 신축 반대 시민모임 공동대표
2004 - 2010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역임
2010 - 현재 종로역사(육의전)박물관 부관장
2010 - 현재 문화연대 외규장각 약탈문화재환수 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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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 끝낸’ 이재명 한가위 플랜

‘워밍업 끝낸’ 이재명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2·3 내란 사태로 전 정부가 물러선 뒤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재명정부에 있어 이번 추석은 국정 운영 정상화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아직 여야 협치가 까마득한 가운데 정부는 검찰개혁, 부처 개편, 민생·경제를 아우르는 과제를 떠안았다. 검찰개혁이 급물살을 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 검찰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숙원이다. 민주당이 띄우고 이재명정부가 이를 받으면서 이번에야말로 개혁이 완수될 지 이목이 쏠린다. 제자리 빙빙∼ 지난 22일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전체회의서 범여권의 주도로 통과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개혁은 타이밍’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시절 정치·사법 분야를 정책 순위 2번으로 지정했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를 비롯해 ▲검사 징계 파면 및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확대 등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실질적 보장 ▲국민참여재판 및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국민의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 등 폭 넓은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는 본격적으로 검찰개혁 채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을 정부가 주도하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주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검찰의 최대 피해자”라고 칭하면서도 “개혁 과정에서 여야·피해자·검찰 의견도 다 들어서 논쟁을 통해 문제를 다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석하고 제도도 만들고 공간을 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며 “그래도 1년 안에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 기소의 분리 중요성도 거듭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검찰에서 내부 분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의 칸을 치는 것이 최초 논의 아닌가. (그런데) 요즘 검사는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 않게 됐다.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체적으로 수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도록,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적절한 시점이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논의됐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또는 법안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의견 낼 상황이 있으면 내는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검찰개혁’ 기어 잡고 정부여당 진땀 “추석 연휴에 검찰청 폐지” 가능성은? 다만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검찰개혁 법안은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경찰의 불송치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 피해자 권익 침해가 우려된다며 정기국회에서 숙의를 거쳐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민주당이 추석 전을 검찰개혁 적기로 못을 박은 만큼 빠르게 처리해야 하지만 섣불리 조직을 해체하기에는 정부로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렸지만 ‘추나(추미애-나경원) 대전’에 묻히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끝났다. 검찰개혁이 더뎌질 기미가 보이자 민주당 지지층도 들끓기 시작했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을 주장하는 당과 신중한 개혁에 무게를 실은 정부가 충돌하면서 ‘엇박자’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추석 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던 정 대표의 발언은 “검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우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검찰개혁 시기가 추석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강성 지지층의 원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 외에도 곳곳에서 부처 개편안 소식이 들려온다. 이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정부 개편안 청사진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추석 이후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현행 19부 3처 20청의 정부 조직은 19부 6처 19청 6위원회로 변경됐다. 대선 정국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은 입 모아 당시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이던 때부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눈여겨봤다고 귀띔했다. 예년도 예산을 짜는 기재부가 돈줄을 쥐고 각 부처를 군림하는 등 권력이 비대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예고한 대로 이정부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재경부)로 분리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섰다. 먼저 기재부의 명칭은 2008년 사용했던 재정경제부로 환원되며 가장 중요한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기획예산처’로 이관된다. 쪼개고 붙이고 국무위원격인 기획예산처장은 예산 편성을 비롯한 재정 정책과 관리와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기후환경에너지부 설치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여성가족부 명칭 변경 및 개편 ▲과학기술부총리 부활 등의 내용이 정부 조직 개편안에 포함됐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행정조직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이라고 수위 높게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빠르고 효율적인 개편”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50일, 약 5개월이 지나서야 정부 개편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권력 집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합의 없는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경제 부처 조직 개편안이 공개되던 당시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감독기구를 재경부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고 반발해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운을 띄운 이상 정부는 안정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 관계자와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렸다. 민심과 가장 맞닿은 경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이후의 지지율 변동을 주목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취임 100일이 겨우 지났지만 국민의 기대 속 출범한 만큼 해당 지지율을 이정부의 성공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추석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부터 발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금액 6조177억원의 88.1%(5조2991억원)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꼬투리 잡아야…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40.3%로 가장 높았으며 ▲마트·식료품 15.9% ▲편의점 9.5% ▲병원·약국 9.1% 등으로 나타났다. 1차 소비쿠폰으로 숨통을 튼 소상공인도 2차 소비쿠폰 지급 시기와 연휴가 맞물린 추석 대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도 지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 가락시장과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농축산물 공급 상황과 가격 점검에 나섰으며, 행정안전부는 내달 9일까지 추석 물가 안정 관리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석 대목으로 지지율 상승을 노릴 수 있지만 장기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쟁과 민생을 분리하겠다는 합의 하에 꾸려진 여야 민생경제협의체가 몇 주째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협의체는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난 자리서 구성됐다. 이날 여야 대표가 처음으로 악수를 하는 등 모처럼 훈풍이 부나 싶었지만 채 하루도 가지 못하면서 협의체 역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9일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측이 이를 미루면서 무기한 순연됐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도 여야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민생경제협의체 가동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모든 선택이 정부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꼬집으며 발목 잡기에 나섰다. 이는 정부여당과 마찬가지로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조직 개편안을 놓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부처의 통폐합을 쉽게 생각할 뿐 더러 세종 이전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정국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다. 부처 개편으로 전 정부 갈아엎고 소비쿠폰으로 추석 대목 노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조직의 유기적 기능은 살피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쪼개고 붙이는 식의 조직 개편은 결과적으로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크다”며 “조선시대에도 당파가 있었고 군사정권 시절에도 야당이 있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야당을 말살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유를 없애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박멸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야당에서는 “여당이 모든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하나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15일에 발의됐고 17일에 행안위에 상정됐는데, 오는 2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야당을 배제한 일방적 처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수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휘몰아치듯 일처리를 한다”며 “오직 이 대통령 한 명을 위해 당을 불사르고 있다. 그런 정당이랑 협치를 논하자니 이쪽(국민의힘)도 얼굴을 마주보기가 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내 사기가 많이 꺾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다같이 궤멸하자는 소리 밖에 더 되겠나? 보는 눈(지지층)이 있으니 뭐라도 한마디씩 보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이 주장한 배임죄 폐지를 ‘이재명 구하기’라고 규정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배임죄 폐지를 결단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하나로 묶어 표적으로 삼는 등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성남 FC 사건 등 배임죄로 재판을 받았던 이 대통령의 면소 판결을 받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는데, 배임죄 폐지는 충실 의무를 면제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상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뒤엎는 자기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가 내란 프레임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추석 이후 정국이 국정감사 모드로 돌입하면 오히려 민주당이 반발 양보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가 ‘민주당발 전 정부 청산’ 난타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취지에 맞게 감사를 중점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어쩌면 폭풍전야? 최근 민주당 내에서 ‘책임 있는 여권의 모습’을 부각해야 한다는 기류가 퍼지면서 무분별한 증인 세우기 관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 위주로 증인 채택을 하되 민생, 내란 청산 등 다방면에서 송곳 질문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조는 민생경제, 청산, 개혁, 국민주권”이라며 “국민주권 국감은 국감을 통해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효능감과 성과를 도출하는 그런 내용으로 국정감사를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첫 추석 선물, 무엇이 담겼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추석을 맞아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기원하며 사회 각계각층에 추석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이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탁상시계와 8도(道) 수산물, 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시계는 ‘대통령의 1시간은 온 국민의 5200만 시간과 같다’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물 제공 대상은 각계 주요 인사는 물론 호국영웅과 재난·재해 피해 유족, 사회적 배려 계층 등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올해는 노동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다 안타깝게 생을 마친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선물을 전달한다”며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