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민영화에 불거지는 ‘의혹’

‘황금알 낳는 거위’ 팔아 무엇에 쓰려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인천국제공항은 6년 연속 서비스 수준 세계 1위, 화물처리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6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알토란같은 공공기업이다. 그런데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인천공항 민영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 등 나라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공항 팔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 “민영화 아니고 49%만 민간에 넘겨”
야 “권력실세 인척 위한 매각 의혹 의심”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비공개 정책협의를 통해 이번 6월 국회에서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관련 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수익이 낮음에도 과도한 인력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세계 1등 공항’으로 선정되는 위엄을 과시했고, 2004년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지금까지 흑자를 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민영화의 당위성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영화가 추진되면 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전망 때문이다.

꿀단지 인천공항 왜 팔아?

당정이 처리키로 한 법안은 두 가지로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위한 필수적인 항목들이다. 하나는 외국인과 항공사의 지분 보유 한도를 각각 30%와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이고, 다른 하나는 공항 사용료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사용료 승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항공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들은 지난해 3월 한나라당이 발의했지만, 인천공항 민영화의 시점이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 그리고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처리되지 못해 1년 넘게 국회 국토해양위에 계류 중이었다.

이에 인천국제공항 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도 빛을 보지 못했던 것. 그러나 최근 다시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를 여당이 받아들여 처리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인천공항 설립 당시부터 민영화는 계획됐다”며 “51%의 지분을 국가가 갖고 선진화, 개방화라는 목표 하에 49%의 지분만 민간이나 외국인이 갖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하네다, 상해, 북경, 심지어 홍콩이 지금 약 7000만명이 쓰는 공항이지만, 인천공항은 4400만명밖에 이용할 수 없다”면서 “우리 공항도 6600만명이 쓸 수 있는 공항으로 3단계사업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엄청난 비용을 위해서도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박 의원과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분 49%를 민간에 넘긴다는 것은 민영화의 전초전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이미 작년 9월에 한번 이슈가 돼 국민적인 반대가 확실하게 드러났다”면서 “작년에 이미 아니라고 판정이 난 것을 지금 다시 무리하게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하는 의도가 뭔지, 문제라고 본다”고 의심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만약 이것이 나중에 상당한 부분, 어느 정도의 지분매각이 필요하더라도 아직은 공항초기이기 때문에 지금 팔더라도 오히려 건설보다 싸게 팔 위험이 더 높다, 훨씬 더 키운 다음에 할 필요가 있다”며 민영화의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드러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22일 평화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매각한다고 알려진 것이 호주의 투자펀드 회사인 맥쿼리은행”이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매매차익을 위한 투자펀드에 인천공항을 넘긴다는 것은 선진경영기법이나 새로운 고객 확보나 기술력의 제휴나 이런 것과는 상관이 없는, 단순히 빨리 급하게 팔아서 돈을 융통해 쓰겠다는 것 이외에는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질책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 보유 뚝섬 땅을 비싸게 팔아 서울시 빚 3조원가량을 갚았다. 하지만 서울시 빚은 갚았을지 모르나 전체로는 아파트값 폭등을 부채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황금알을 낳는 인천공항’을 임기말에 서둘러 헐값에 매각하는 것도 4대강 사업 등에 막대한 비용을 사용해 재정 적자를 메우려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한 관계자도 “4대강에 쏟은 막대한 예산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데 더 근본적으로는 부자감세로 인해 재정적자의 폭이 컸다. 인천공항 즉 나라 재산을 파는 만큼 재정을 메우려 한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심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혹의 불씨들 타올라

인천공항의 민영화 문제는 지난 2008년에도 논란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갖가지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그라었다.

당시 인천공항을 매각하려 알려진 맥쿼리라는 그룹에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자 이 대통령의 조카인 이지형씨가 맥쿼리IMM 자산운용의 대표로 있었다. 또 이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고 알려진 송경순씨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의 감독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에 논란이 불거지며 결국 민영화는 백지화로 돌아갔다.

야권 한 관계자는 “맥쿼리는 현재 우리나라 민자도로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을 매각하면 인수에 나설 0순위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상황에서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맥쿼리에 현 정권과 관련있는 인사들이 있었기에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갖가지 의혹제기로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법안통과를 제지하고 나서며 여권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화의 정치를 하겠다는 제 1 야당인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날치기 법안통과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법안처리를 두고 극심한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타협점을 찾아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