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멈추는’ 롯데월드, 왜?

  • 김태일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27:10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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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번도 아니고…사람 잡을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롯데월드 놀이기구가 또 멈췄다. 무려 한달 사이에 두 번이나 일어난 사고다. 롯데월드 측은 사태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미 사람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계속되는 사고에 ‘꿈과 희망’의 롯데월드는 이제 옛말이 됐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내 놀이기구가 멈춰서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5일 오전 10시50분께 롯데월드 내 총 51개 놀이기구 중 바이킹, 롤러코스터, 열기구, 자이언트 루프 등 19대의 놀이기구가 정전으로 갑자기 멈췄다. 

“무섭다”

이날 사고는 같은 시각 한국전력 강동 송전선 변압기가 벼락을 맞아 순간 전압강하가 발생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전 직후 19개 놀이기구에선 정지 또는 감속 조치가 내려지며 안전장치가 작동했다.

끊겼던 전기는 바로 복구돼 놀이기구는 테스트를 거친 후 10분 만에 운행이 재개됐다. 이 사고로 다친 이용객은 없었으나 사고 당시 입장객이 7000명에 이르러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네티즌들은 롯데월드를 ‘데스월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안전 문제로 인한 사망 및 부상사고의 발생빈도가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심각한 안전사고들이 발생, 롯데월드의 이미지 악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결국 롯데월드는 2007년 초 시설 전면 보수를 위해 6개월 전면 휴장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1992년 8월에는 롯데월드를 관람하던 조선족 이모(39)씨가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의 540도 뱅킹 수평회전 구간 근처서 사람 허리춤 높이의 안전펜스를 넘어서 트랙구간에 무단출입해 레일 위로 목을 내밀고 사진촬영을 하려다 시속 80km로 달리는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사고 지점의 안전펜스는 사람 키 높이만큼 높아졌다.

1995년 3월에는 민속관 저잣거리 부근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방재실서 1분 만에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사고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신고하지 않다가 30분 정도 지나서야 신고하는 바람에 소방서 출동이 늦어졌다. 

스프링쿨러도 작동 기준 온도 미달로 가동되지 않아 초기 진화에도 실패했다. 화재 발생 8시간 뒤 민속관 내부 시설이 잿더미로 변하고 나서야 진압이 됐다.

1999년 4월에는 롯데월드를 방문한 모 여고 2학년 박모(17)양이 ‘신밧드의 모험’ 탑승 중 스릴을 느끼고 싶다며 자리서 일어났다가 천장에 얼굴을 강타당하고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박양은 이 사고로 얼굴 등에 64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실제 신밧드의 모험 차량에는 안전바 장치가 없었다. 이후 신밧드의 모험의 탑승 차량에는 절대 일어서지 말라는 문구가 부착됐다. 이용객이 아닌 직원들 사고도 있었다. 2003년 8월4일에는 아르바이트생 김모(19)군이 고장 난 혜성특급 동체를 견인하다가 레일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2006년 3월6일에는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서 ‘아틀란티스’ 놀이기구에 탑승한 롯데월드 안전과 직원 성모(28)씨가 맨 앞좌석에 앉아 있다가 시속 70km의 속도로 급하게 회전하는 구간에서 기구에 머리를 부딪힌 후 튕겨나가 12m 아래 석촌호수로 추락, 사고발생 25분뒤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으나 익사한 채 발견된 사고도 있었다.

놀이기구 19개 정지 “천재지변 때문?”
사고 발생 열흘 만에 또… 불안 증폭

2006년 6월에는 최모(10)군이 다크라이드인 ‘환타지 드림’을 타던 도중 갑자기 4m 위 천장서 떨어진 가로 30cm, 세로 30cm 크기의 석고로 만든 캔디마감재에 머리를 맞아 상처를 입는 일도 있었다. 

옆에 있던 13살된 최군의 형도 파편 조각에 얼굴을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마감재 뒷면엔 드릴로 박은 못이 박혀 있어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이외에도 2010년 10월, 2015년 4월과 2016년 9월에 자이로드롭이 상공 60m 지점서 멈춰서는 사건이 벌어졌고 2011년 9월15일에는 ‘혜성특급’이 정전 사태로 인해 10분간 멈추는 사고, 2012년 2월12일 롤러코스터 ‘후렌치 레볼루션’이 출발 직후 멈춰서 탑승객 20여명이 비상 대피통로를 통해 긴급 대피한 적이 있었다.

롯데월드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벼락 때문에 순간 정전이 발생하면서 놀이기구가 멈췄다”며 “복구는 1분 만에 이뤄졌고, 안전 테스트를 10여 분간 거친 다음에 정상 운행했다. 피해 상황 신고가 접수된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월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양새다. 불과 열흘 전 안전사고가 발생한 터라 더욱 그렇다. 지난 5일 롯데월드에서는 운행 중 놀이기구가 멈춰서 탑승객 70여 명이 3시간 동안 공중에 매달려 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신고마저도 롯데월드 측이 아닌 탑승객 중 한 명이 직접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롯데월드 측은 지난 9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를 입은 고객과 롯데월드를 사랑하는 모든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롯데월드 측은 또 놀이기구가 갑자기 멈춘 사고와 관련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해당 놀이기구의 운영을 무기한 중지하고 전체 놀이시설에 대해 외부기관이 참여하는 안전점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체 놀이기구에 대해 제작사와 제3자 외부기관이 참여하는 안전점검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만에 다시 놀이기구가 멈추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현재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안전사고가 염려돼 롯데월드를 이용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직장인 A씨는 “롯데월드는 좋은 이야기보다 사고 났다는 이야기로 뉴스에 더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며 “친구들 사이에선 롯데월드 가는 사람은 목숨 걸고 놀러가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인명피해 우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노후된 시설로 돈 벌어보겠다고 안전 점검은 제대로 안 하고 계속 장사를 하고 있으니 매일 이런 문제가 터지는 것 아니겠냐”며 “한 달에 두 번씩이나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 보니 롯데월드는 절대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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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