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여성대표 리더십 비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1:33:09
  • 호수 1127호
  • 댓글 0개

여의도 트로이카 시대 열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성 당 대표 전성시대다. 원내 5당 가운데 3당을 여성이 이끌면서 정당 정치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그들이 이끄는 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는 여성 당 대표의 리더십을 비교해봤다. 
 

여성 당 대표 시대를 처음 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추 대표는 지난해 8·27전당대회서 친문 진영의 절대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다. 추 대표는 화법이 직설적이고 목표가 생기면 좌우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로 평가된다.

추다르크 리더십
연일 작심 발언

15대 대선서 김대중 캠프 선거유세단장을 맡으면서 ‘추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그는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면서 유세활동을 벌였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정치적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5선 의원이지만 측근으로 불리는 의원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추 대표는 “계파정치를 하지 않아 그런 오해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7일 당 대표 수락연설서 “계파의 곁불조차 쬐어본 적이 없는 정치인생을 21년간 외롭고 외롭게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낙 강골인 탓에 화법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입사 특혜의혹 관련 제보조작 사건을 두고 벌인 국민의당의 자체 조사 결과를 두고 ‘머리자르기’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당시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리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서 추 대표는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리 사과를 두고 추 대표는 “청와대서 대리 사과를 하겠다면 사전에 제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더욱이 사과하러 오는 장소가 국회였다. 임 실장이 마땅히 여당 대표실부터 들렀어야 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른바 ‘추미애 패싱’이란 지적에는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권을 받쳐주는 그릇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5당 중 3당 여성 당대표 선출
시작부터 강렬한 존재감 과시

추 대표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정치인생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당초 추 대표는 “탄핵은 아직 익지 않았다”며 민주당 지도부서 유일하게 탄핵에 반대했지만 표결 직전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추 대표는 당시 탄핵 찬성 이유를 그의 회고록 <물러서지 않는 진심>을 통해 밝혔다.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대표가 ‘3불가론’을 들어 탄핵에 맞서자 “당내 2인자가 당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지도부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구치소에 수감됐던 의원 2명에게까지 탄핵 서명을 받겠다고 하자 추 대표는 “숯댕이(범죄자)가 검댕이(노무현 전 대통령)를 나무랄 순 없다. 민주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내가 기꺼이 표를 드리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 역풍은 거셌고 17대 총선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추 대표는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삼보일배에 나섰다. 이후 총선서 낙선한 뒤 2년 동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추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은 18대 총선이지만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된 계기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되면서부터다. 당시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를 도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었다.

또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던 다른 최고위원들과 선을 그었다. 이때의 정치적 스탠스가 훗날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을 때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추 대표는 연일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호남을 두고 경쟁을 펼칠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물론 청와대와 당 내부에도 작심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추경예산 표결 당시 외유 등으로 불출석한 당내 26명 의원을 거론하며 “원내대표가 도장을 찍어줬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또 “이런 보고를 당 대표인 내게는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의 광폭행보의 이면에는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한 행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본인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선 추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의지가 남다르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추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마 리더십
당 내분 조짐

지난 6월26일에는 바른정당 당 대표 지명대회가 열렸다. 3선의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보수정당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당 대표가 탄생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서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백번이라도, 아니 천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해의 대표가 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선출 직후 대변인 성명으로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잘 알고 지낸 한 언론인도 “이혜훈은 말솜씨가 뛰어나 어떤 질문에도 간결하고 명쾌하게 대답한다”며 “훌륭한 인터뷰 대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성격을 다혈질이라고 평가하며 “바른 소리를 많이 해서 당에서 미움도 받는다. 억울하고 부당한 것은 못 참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이후에는 바른정당의 기틀을 세우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바른정당의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를 열었다. 개소식서 이 대표는 “우리는 사회와 괴리된 보수를 지양하고 사회 흐름을 먼저 읽고 개혁해 사회 흐름을 선도하는 ‘변화하는 보수’가 되고자 한다”고 말해 비전을 제시했다. 


이 밖에 정치인재 양성을 위한 ‘청년정치학교’를 열어 바른정당 의원과 광역지자체장 등에 강의를 맡기고 오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돌며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는 ‘국민소통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바른정당의 외연확장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선출 직후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어머니이 마음으로 감싸겠다”며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갈등설을 빚은 김무성 의원을 찾으면서 당내 갈등 요소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인재영입 1호로 박종진 전 앵커를 영입하면서 당내 갈등은 결국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인숙 의원은 이 대표가 박 전 앵커를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불만을 표시하며 시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자신과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조강특위서 공개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드렸고 박 의원이 ‘당의 결정을 잘 알겠다’고 해서 결정했다”며 “또 최고위 의결 당시에도 박 의원이 자리에 있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오신환 수석대변인도 대변인직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론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 물러난다고 했지만 오 의원의 사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오 대변인 사퇴 이후 원내 의원 가운데 선뜻 대변인직을 맡겠다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당직 인선 정체 현상도 불거졌다. 

최근 불거진 당내 불협화음에 대해 당 관계자는 “홍보 등 주요 업무서 이 대표의 다소 독단적인 업무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내 갈등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연확장 딜레마 
강한 야당 만들기

여성 당 대표 ‘3인’ 중 마지막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다. 초선의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정의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정의당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며 “국회에선 ‘진짜 야당 정의당’, 국민 속에선 ‘민생 제1당 정의당’의 대표로 혼신을 다해 뛰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를 향해서는 “촛불혁명을 함께 만들어 이 정부의 성공에 사명이 있는 만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잘못된 점은 제대로 비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20대 총선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이 대표는 정의당 부대표 겸 원내수석부대표로 활동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심상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선거를 지휘했다. 특히 심 후보가 사용할 메시지, 여론조사 분석 및 타깃 설정, 유세동선 등을 짰다.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소신과 일관성이 있는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힘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심 후보가 역대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연일 문정부에 쓴소리
좌우 보지 않고 돌진

이 대표는 소수자의 대변인으로 통한다. 여성, 청년,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줄기차게 대변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5일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국정치의 주류를 교체하겠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의 노동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는 “정당 안의 정당, ‘청년정의당’을 건설하겠다. 청년 정치에 더 이상 ‘나중에’는 없다”며 “당으로부터 준 독립된 청년정의당에 과감히 자리와 재정을 내주겠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몇 안되는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지난달 15일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자리서 그는 “아시아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성정체성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범죄국민으로 낙인찍히는 이런 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내년 지방선거는 선거 연대 없이 우리 당의 독자 역량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이 대표는 “서울시장, 경기지사뿐 아니라 호남 등 전국에 최대한 모든 후보를 내서 광역단체장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기초단체장 3석까지 꼭 얻겠다”고 했다. 

정의당이 문재인정부의 2중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민주당 정부를 돕는다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며 “우리 당은 나라를 바꿔 달라는 촛불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성혼 합법
선거연대 NO

이 대표는 당 대표 재임 중 달성할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국회의원 300명 중 150명을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청년 열정페이 방지 ▲여성 임금 격차 해소 ▲세월호 특조위 2기 활동 개시 등을 꼽았다.

또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창당과 관련해선 “이제야 우리 당의 정체성을 찾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 정당과도 통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3당 대표가 여성으로 채워졌지만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여전히 부족하다. 20대 구고히 여성 의원은 전체의 17%다. 16대 국회서 5.9%를 기록한 여성 의원 비율은 17대 13%, 18대 13.7%, 19대 15.7%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절대적 수치로는 아직도 적은 숫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기준,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2.7%다. UN이 권고하는 여성 의원 비율은 30%다. 

전체 의석 중 80%를 차지하는 지역구 의석을 보면 여성 의원의 비율은 더욱 적다. 20대 국회서 지역구로 선출된 여성 의원은 단 26명이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절반을 여성에게 공천토록하는 의무 조항 덕분에 여성 의원이 17%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지역구 여성 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지난해 8월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도의원 선거서 후보자의 30%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추천토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계류 중이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