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갑질대장’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11 17:24:21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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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부부 장병들 하인 부리듯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사령관 박찬주 대장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군 검찰은 박 대장과 그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으며, 공관과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박 대장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장성들의 공관병들의 실태가 최초로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국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과 그의 아내 전성숙씨가 공관병과 조리병들에게 저지른 갑질과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없어진 물건들
찾으라고 질책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의 가족은 같은 공간서 생활하는 공관병, 조리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병 표준 일과와 무관하게 허드렛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국가에 헌신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을 ‘현대판 노예’로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상대로 저지른 갑질 사례는 이랬다.

조리병에게 과중 근무를 강요했다. 아침 6시부터 밤까지 일하며, 손님이 오는 경우 자정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조리병은 별채서 거주하는데 아침 6시부터 퇴근 시까지 본채의 주방에서 대기했다. 


휴식 시간에도 주방에 대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기 중에는 몰래 주방에 숨어서 졸았지만 조리병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쉴 시간도 거의 없었다.

조리병은 이런 과중 업무로 집에 전화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박 대장의 아내 전씨는 “정말 필요할 경우 전속부관의 전화를 빌려서 통화하라”고 지시했다. 당연 병사가 간부 휴대전화를 빌리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사실상 본인의 신상에 이상이 생겼거나 집에 큰일을 당해서 꼭 통화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제보자들은 일상적인 안부전화나 친구들과 통화는 아예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조리병은 제대로 된 식사도 못했다. 박 대장 전임인 이순진 대장은 공관에 조리병을 두는 것이 악습이라고 판단했다. 공관병 1명만 두고 생활했으며 조리는 아내가 직접했다. 공관병은 공관 근처의 병사 식당서 식사하게 했다고 한다. 

육군 최고봉, 갑질 논란으로 추락 
군검찰 소환 조사에 압수수색까지 

반면 전씨는 ‘공관에 중요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관병과 조리병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병사 식당서 조리병들이 밥을 도시락 통에 넣어서 공관으로 배달, 공관병과 조리병은 공관 주방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조리병들은 주로 사령관 부부가 식사를 마쳤을 때 밥을 먹었고, 그마저도 후식 준비를 이유로 1명씩 교대로 식사했다.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착용시켜 세간을 경악케 했다. 공관은 2층으로 160평가량 되는데, 1층 식당 내 식탁과 2층에 각각 1개씩 호출용 벨이 붙어 있다. 공관병 중 1명은 상시 전자 팔찌를 차고 다닌다. 사령관 부부가 벨을 누르면 팔찌에 신호가 온다.

이때 호출에 응해 달려가면 물 떠오기 등의 잡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벨을 눌렀을 때 늦게 오면 공관병에게 벨을 집어던지며 심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전자팔찌 충전이 덜 돼서 울리지 않자, 전씨는 공관병에게 “느려터진 굼벵이”라고 모욕하며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2층에서 벨을 눌렀는데 1층에 있던 공관병이 뛰어서 올라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갔다가 다시 뛰어서 올라오라고 시켰다.

공관병들의 화장실 사용도 제한했다. 공관에는 본채와 별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간을 본채서 일했는데 전씨는 본채 화장실을 못 쓰게 했다. 공관병들이 본채서 일을 하다가 별채 화장실을 자주 오가면 전씨는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숨겨두었느냐”며 구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 내 개인 골프장서 박 대장의 골프장을 가꾸는 일도 했다. 골프장에는 골프공이 나오는 기계도 있고 홀도 다 꾸며져 있다. 박 대장은 골프를 칠 때면 공관병·조리병 등은 마당서 골프공 줍는 일을 했다.

공관병 실태 폭로 
얼굴에 음식 투척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의 종교 자유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씨는 일요일이 되면 공관병·조리병 등을 무조건 교회에 데려가 예배에 강제 참석시켰다. 병들 중에 불교 신자도 있었으나 별 수 없이 교회에 따라갔다고 한다. 

전씨는 “공관에 너희들끼리 남아 있으면 뭐 하냐, 혹 휴대전화를 숨겨둔 것은 아니냐? 몰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냐”며 교회로 데려갔다. 

공관병들은 밤늦게까지 대기하며 박 대장의 장남에게 간식까지 챙겨줬다. 인근 공군 부대서 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박 대장 차남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 세팅도 했다. 전씨는 아들이 훈련병일 때, 밤이면 수시로 아들이 소속된 소대장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들과 무단으로 통화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휴가 나온 차남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관병 얼굴에 전까지 집어던졌다고 한다. 공관병은 휴가를 나온 박 대장 차남의 속옷 빨래까지 해야 했다. 전씨는 아들의 속옷에 주름이 졌다는 이유로 공관병에게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장 부부는 병사들에게 모과청까지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대에 모과나무가 많은데, 박 대장 부부는 본부 소속 병사에게 모과를 모두 따게했다. 100개가 넘는 모과를 조리병들에게 주며, 모과청을 만들게 했다. 모과청 만들기는 모과를 다 썰고 나면 손이 헐 만큼 힘든 일이다.
 

전씨는 만든 모과청을 손님이 왔을 때 선물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음식을 상당히 많이 보관하기 때문에 공관에 냉장고가 무려 10개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장이 군용물인 공관 비품을 전출시마다 멋대로 들고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모과나무는 원래 사령부에 있던 것으로, 박 대장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채취해서도 안 된다. 


전씨는 음식 문제로도 병들을 타박했다. 먼저 공관병이 과일을 전씨에게 내가면 몇 조각 남길 때가 있다. 이때에 남은 과일을 버리면 ‘음식을 아낄 줄 모른다’고 타박했다. 남은 과일을 다음 날 다시 내가면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내온 것이냐'며 또 질책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병들에게 부모 욕도 서슴지 않다. 특히 전씨는 조리할 때 간섭과 질책이 매우 심했다. 조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엄마가 너 휴가 나오면 이렇게 해주냐”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느냐”며 부모에 대한 모욕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화가 나면 발코니에 공관병을 감금하기도 했다.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발코니에 가뒀다. 그 바람에 공관병은 추운 날씨에 1시간가량 갇혔다

외부와의 접촉도 금지시켰다. 전씨는 공관병의 전화와 인터넷 사용·면회·출타를 전부 금지했다. 공관에는 전화가 없고, 가장 가까운 전화기는 도보로 30분 떨어진 본부대대에 있었으나, 공관 밖 외출 자체를 금지해서 갈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전속부관이 눈치껏 공관병의 출타를 보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 대장 부부의 갑질로 자살까지 기도한 병사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전씨는 한 공관병에게 물건을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공관병이 이를 찾지 못하자 크게 화를 냈다. 후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물건은 박 대장 부부가 이전 근무지에 두고 왔기 때문에 공관에 없었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물건을 찾아오라고 공관병을 질책한 셈이다. 수 시간 동안 창고를 뒤졌음에도 물건을 찾지 못한 공관병은 박 대장의 부인에게 질책당할 것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행히 부관이 이를 목격, 제지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해당 공관병은 타 부대로 전출됐다.

호출용 전자팔찌
아들 간식 차려


박 대장이 자신의 아내를 여단장급으로 대우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공관 밖으로 뛰쳐나간 공관병에게 “내 부인은 여단장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야단쳤다는 것. 이에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박 대장 측은 “계속되는 발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중하는 것이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감사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박 대장은 지난해 공관병 갑질 문제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구두 경고를 받고 별거한 사실도 밝혀졌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박 대장은 지난해 7월 한 전 장관으로부터 “부인이 공관병 등을 부당 대우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부인 전모씨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약 한 달 동안 수도권에 있는 집에 머무르게 하며 대구에 있는 제2작전사령부 공관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달 동안 따로 산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4일 박 대장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군 검찰은 지난 7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 대장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박 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어 9일에는 박 대장의 공관과 집무실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이 쓰던 대구 2작전사령부 공관, 집무실, 경기도 용인과 충남 계룡시 집, 2작사 일부 사무실 등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수첩, 공관 비품, 집무실 서류, 2작사 사무실 장부 등 박 대장을 둘러싼 광범위한 의혹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부인을 여단장급 대우?
장관이 경고까지 했는데…

군 검찰이 박 대장의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일 박 대장을 형사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이다. 군 검찰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박 대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은 박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뿐 아니라 냉장고 등 공관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을 폭넓게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대장을 상대로 군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장은 지난 8일 발표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면직돼 자동 전역 대상이지만, 국방부는 그에게 ‘정책연수’ 발령을 내고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계속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했다.

박 대장은 군 검찰 조사에서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부당 대우를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며 “부인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상태다. 

박 대장은 부인인 전씨가 공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공관병이 일하는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나름대로 부당 대우를 막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막지 못했다. 

박 대장은 충남 천안 출생(1958년 9월5일)으로 천안고등학교 졸업 후 1977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입교해 1981년 졸업과 함께 기갑 소위로 임관했다. 
 

대령 시절 독일 육군청 교환 교관으로 다녀온 이색 경력이 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친위 사조직으로 의심되고 있는 같은 독일 육군사관학교 유학파 인맥으로 구성된 ‘독사파’의 일원이라고 한다. 

독일서 돌아온 후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참모장과 제9기계화보병여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전력과장, 합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실무단장을 역임했다. 

한민구 경고 
한달간 별거

2007년 10월에 진급한 후엔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합동참모본부 전시작전권전환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0년 6월에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상부지휘구조개편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3년 4월에 중장으로 진급 후 육군 제7기동군단장을 역임하고 육군참모차장을 지냈다.

박 대장은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하반기 장성 인사서 대장 진급자로 내정됐다. 보직은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다. 대한민국 국군 역사 상 첫 기갑 병과 출신 대장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하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불명예를 뒤집어썼으며 자칫 형사 기소될 위기마저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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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재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