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갑질대장’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11 17:24:21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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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부부 장병들 하인 부리듯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사령관 박찬주 대장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군 검찰은 박 대장과 그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으며, 공관과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박 대장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장성들의 공관병들의 실태가 최초로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국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과 그의 아내 전성숙씨가 공관병과 조리병들에게 저지른 갑질과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없어진 물건들
찾으라고 질책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의 가족은 같은 공간서 생활하는 공관병, 조리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병 표준 일과와 무관하게 허드렛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국가에 헌신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을 ‘현대판 노예’로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상대로 저지른 갑질 사례는 이랬다.

조리병에게 과중 근무를 강요했다. 아침 6시부터 밤까지 일하며, 손님이 오는 경우 자정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조리병은 별채서 거주하는데 아침 6시부터 퇴근 시까지 본채의 주방에서 대기했다. 


휴식 시간에도 주방에 대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기 중에는 몰래 주방에 숨어서 졸았지만 조리병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쉴 시간도 거의 없었다.

조리병은 이런 과중 업무로 집에 전화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박 대장의 아내 전씨는 “정말 필요할 경우 전속부관의 전화를 빌려서 통화하라”고 지시했다. 당연 병사가 간부 휴대전화를 빌리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사실상 본인의 신상에 이상이 생겼거나 집에 큰일을 당해서 꼭 통화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제보자들은 일상적인 안부전화나 친구들과 통화는 아예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조리병은 제대로 된 식사도 못했다. 박 대장 전임인 이순진 대장은 공관에 조리병을 두는 것이 악습이라고 판단했다. 공관병 1명만 두고 생활했으며 조리는 아내가 직접했다. 공관병은 공관 근처의 병사 식당서 식사하게 했다고 한다. 

육군 최고봉, 갑질 논란으로 추락 
군검찰 소환 조사에 압수수색까지 

반면 전씨는 ‘공관에 중요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관병과 조리병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병사 식당서 조리병들이 밥을 도시락 통에 넣어서 공관으로 배달, 공관병과 조리병은 공관 주방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조리병들은 주로 사령관 부부가 식사를 마쳤을 때 밥을 먹었고, 그마저도 후식 준비를 이유로 1명씩 교대로 식사했다.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착용시켜 세간을 경악케 했다. 공관은 2층으로 160평가량 되는데, 1층 식당 내 식탁과 2층에 각각 1개씩 호출용 벨이 붙어 있다. 공관병 중 1명은 상시 전자 팔찌를 차고 다닌다. 사령관 부부가 벨을 누르면 팔찌에 신호가 온다.

이때 호출에 응해 달려가면 물 떠오기 등의 잡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벨을 눌렀을 때 늦게 오면 공관병에게 벨을 집어던지며 심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전자팔찌 충전이 덜 돼서 울리지 않자, 전씨는 공관병에게 “느려터진 굼벵이”라고 모욕하며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2층에서 벨을 눌렀는데 1층에 있던 공관병이 뛰어서 올라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갔다가 다시 뛰어서 올라오라고 시켰다.

공관병들의 화장실 사용도 제한했다. 공관에는 본채와 별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간을 본채서 일했는데 전씨는 본채 화장실을 못 쓰게 했다. 공관병들이 본채서 일을 하다가 별채 화장실을 자주 오가면 전씨는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숨겨두었느냐”며 구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 내 개인 골프장서 박 대장의 골프장을 가꾸는 일도 했다. 골프장에는 골프공이 나오는 기계도 있고 홀도 다 꾸며져 있다. 박 대장은 골프를 칠 때면 공관병·조리병 등은 마당서 골프공 줍는 일을 했다.

공관병 실태 폭로 
얼굴에 음식 투척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의 종교 자유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씨는 일요일이 되면 공관병·조리병 등을 무조건 교회에 데려가 예배에 강제 참석시켰다. 병들 중에 불교 신자도 있었으나 별 수 없이 교회에 따라갔다고 한다. 

전씨는 “공관에 너희들끼리 남아 있으면 뭐 하냐, 혹 휴대전화를 숨겨둔 것은 아니냐? 몰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냐”며 교회로 데려갔다. 

공관병들은 밤늦게까지 대기하며 박 대장의 장남에게 간식까지 챙겨줬다. 인근 공군 부대서 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박 대장 차남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 세팅도 했다. 전씨는 아들이 훈련병일 때, 밤이면 수시로 아들이 소속된 소대장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들과 무단으로 통화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휴가 나온 차남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관병 얼굴에 전까지 집어던졌다고 한다. 공관병은 휴가를 나온 박 대장 차남의 속옷 빨래까지 해야 했다. 전씨는 아들의 속옷에 주름이 졌다는 이유로 공관병에게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장 부부는 병사들에게 모과청까지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대에 모과나무가 많은데, 박 대장 부부는 본부 소속 병사에게 모과를 모두 따게했다. 100개가 넘는 모과를 조리병들에게 주며, 모과청을 만들게 했다. 모과청 만들기는 모과를 다 썰고 나면 손이 헐 만큼 힘든 일이다.
 

전씨는 만든 모과청을 손님이 왔을 때 선물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음식을 상당히 많이 보관하기 때문에 공관에 냉장고가 무려 10개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장이 군용물인 공관 비품을 전출시마다 멋대로 들고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모과나무는 원래 사령부에 있던 것으로, 박 대장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채취해서도 안 된다. 


전씨는 음식 문제로도 병들을 타박했다. 먼저 공관병이 과일을 전씨에게 내가면 몇 조각 남길 때가 있다. 이때에 남은 과일을 버리면 ‘음식을 아낄 줄 모른다’고 타박했다. 남은 과일을 다음 날 다시 내가면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내온 것이냐'며 또 질책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병들에게 부모 욕도 서슴지 않다. 특히 전씨는 조리할 때 간섭과 질책이 매우 심했다. 조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엄마가 너 휴가 나오면 이렇게 해주냐”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느냐”며 부모에 대한 모욕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화가 나면 발코니에 공관병을 감금하기도 했다.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발코니에 가뒀다. 그 바람에 공관병은 추운 날씨에 1시간가량 갇혔다

외부와의 접촉도 금지시켰다. 전씨는 공관병의 전화와 인터넷 사용·면회·출타를 전부 금지했다. 공관에는 전화가 없고, 가장 가까운 전화기는 도보로 30분 떨어진 본부대대에 있었으나, 공관 밖 외출 자체를 금지해서 갈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전속부관이 눈치껏 공관병의 출타를 보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 대장 부부의 갑질로 자살까지 기도한 병사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전씨는 한 공관병에게 물건을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공관병이 이를 찾지 못하자 크게 화를 냈다. 후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물건은 박 대장 부부가 이전 근무지에 두고 왔기 때문에 공관에 없었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물건을 찾아오라고 공관병을 질책한 셈이다. 수 시간 동안 창고를 뒤졌음에도 물건을 찾지 못한 공관병은 박 대장의 부인에게 질책당할 것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행히 부관이 이를 목격, 제지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해당 공관병은 타 부대로 전출됐다.

호출용 전자팔찌
아들 간식 차려


박 대장이 자신의 아내를 여단장급으로 대우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공관 밖으로 뛰쳐나간 공관병에게 “내 부인은 여단장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야단쳤다는 것. 이에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박 대장 측은 “계속되는 발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중하는 것이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감사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박 대장은 지난해 공관병 갑질 문제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구두 경고를 받고 별거한 사실도 밝혀졌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박 대장은 지난해 7월 한 전 장관으로부터 “부인이 공관병 등을 부당 대우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부인 전모씨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약 한 달 동안 수도권에 있는 집에 머무르게 하며 대구에 있는 제2작전사령부 공관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달 동안 따로 산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4일 박 대장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군 검찰은 지난 7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 대장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박 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어 9일에는 박 대장의 공관과 집무실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이 쓰던 대구 2작전사령부 공관, 집무실, 경기도 용인과 충남 계룡시 집, 2작사 일부 사무실 등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수첩, 공관 비품, 집무실 서류, 2작사 사무실 장부 등 박 대장을 둘러싼 광범위한 의혹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부인을 여단장급 대우?
장관이 경고까지 했는데…

군 검찰이 박 대장의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일 박 대장을 형사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이다. 군 검찰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박 대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은 박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뿐 아니라 냉장고 등 공관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을 폭넓게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대장을 상대로 군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장은 지난 8일 발표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면직돼 자동 전역 대상이지만, 국방부는 그에게 ‘정책연수’ 발령을 내고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계속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했다.

박 대장은 군 검찰 조사에서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부당 대우를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며 “부인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상태다. 

박 대장은 부인인 전씨가 공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공관병이 일하는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나름대로 부당 대우를 막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막지 못했다. 

박 대장은 충남 천안 출생(1958년 9월5일)으로 천안고등학교 졸업 후 1977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입교해 1981년 졸업과 함께 기갑 소위로 임관했다. 
 

대령 시절 독일 육군청 교환 교관으로 다녀온 이색 경력이 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친위 사조직으로 의심되고 있는 같은 독일 육군사관학교 유학파 인맥으로 구성된 ‘독사파’의 일원이라고 한다. 

독일서 돌아온 후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참모장과 제9기계화보병여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전력과장, 합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실무단장을 역임했다. 

한민구 경고 
한달간 별거

2007년 10월에 진급한 후엔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합동참모본부 전시작전권전환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0년 6월에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상부지휘구조개편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3년 4월에 중장으로 진급 후 육군 제7기동군단장을 역임하고 육군참모차장을 지냈다.

박 대장은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하반기 장성 인사서 대장 진급자로 내정됐다. 보직은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다. 대한민국 국군 역사 상 첫 기갑 병과 출신 대장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하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불명예를 뒤집어썼으며 자칫 형사 기소될 위기마저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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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