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갑질대장’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11 17:24:21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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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부부 장병들 하인 부리듯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사령관 박찬주 대장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군 검찰은 박 대장과 그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으며, 공관과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박 대장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장성들의 공관병들의 실태가 최초로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국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과 그의 아내 전성숙씨가 공관병과 조리병들에게 저지른 갑질과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없어진 물건들
찾으라고 질책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의 가족은 같은 공간서 생활하는 공관병, 조리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병 표준 일과와 무관하게 허드렛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국가에 헌신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을 ‘현대판 노예’로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상대로 저지른 갑질 사례는 이랬다.

조리병에게 과중 근무를 강요했다. 아침 6시부터 밤까지 일하며, 손님이 오는 경우 자정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조리병은 별채서 거주하는데 아침 6시부터 퇴근 시까지 본채의 주방에서 대기했다. 


휴식 시간에도 주방에 대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기 중에는 몰래 주방에 숨어서 졸았지만 조리병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쉴 시간도 거의 없었다.

조리병은 이런 과중 업무로 집에 전화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박 대장의 아내 전씨는 “정말 필요할 경우 전속부관의 전화를 빌려서 통화하라”고 지시했다. 당연 병사가 간부 휴대전화를 빌리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사실상 본인의 신상에 이상이 생겼거나 집에 큰일을 당해서 꼭 통화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제보자들은 일상적인 안부전화나 친구들과 통화는 아예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조리병은 제대로 된 식사도 못했다. 박 대장 전임인 이순진 대장은 공관에 조리병을 두는 것이 악습이라고 판단했다. 공관병 1명만 두고 생활했으며 조리는 아내가 직접했다. 공관병은 공관 근처의 병사 식당서 식사하게 했다고 한다. 

육군 최고봉, 갑질 논란으로 추락 
군검찰 소환 조사에 압수수색까지 

반면 전씨는 ‘공관에 중요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관병과 조리병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병사 식당서 조리병들이 밥을 도시락 통에 넣어서 공관으로 배달, 공관병과 조리병은 공관 주방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조리병들은 주로 사령관 부부가 식사를 마쳤을 때 밥을 먹었고, 그마저도 후식 준비를 이유로 1명씩 교대로 식사했다.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착용시켜 세간을 경악케 했다. 공관은 2층으로 160평가량 되는데, 1층 식당 내 식탁과 2층에 각각 1개씩 호출용 벨이 붙어 있다. 공관병 중 1명은 상시 전자 팔찌를 차고 다닌다. 사령관 부부가 벨을 누르면 팔찌에 신호가 온다.

이때 호출에 응해 달려가면 물 떠오기 등의 잡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벨을 눌렀을 때 늦게 오면 공관병에게 벨을 집어던지며 심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전자팔찌 충전이 덜 돼서 울리지 않자, 전씨는 공관병에게 “느려터진 굼벵이”라고 모욕하며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2층에서 벨을 눌렀는데 1층에 있던 공관병이 뛰어서 올라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갔다가 다시 뛰어서 올라오라고 시켰다.

공관병들의 화장실 사용도 제한했다. 공관에는 본채와 별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간을 본채서 일했는데 전씨는 본채 화장실을 못 쓰게 했다. 공관병들이 본채서 일을 하다가 별채 화장실을 자주 오가면 전씨는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숨겨두었느냐”며 구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 내 개인 골프장서 박 대장의 골프장을 가꾸는 일도 했다. 골프장에는 골프공이 나오는 기계도 있고 홀도 다 꾸며져 있다. 박 대장은 골프를 칠 때면 공관병·조리병 등은 마당서 골프공 줍는 일을 했다.

공관병 실태 폭로 
얼굴에 음식 투척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의 종교 자유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씨는 일요일이 되면 공관병·조리병 등을 무조건 교회에 데려가 예배에 강제 참석시켰다. 병들 중에 불교 신자도 있었으나 별 수 없이 교회에 따라갔다고 한다. 

전씨는 “공관에 너희들끼리 남아 있으면 뭐 하냐, 혹 휴대전화를 숨겨둔 것은 아니냐? 몰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냐”며 교회로 데려갔다. 

공관병들은 밤늦게까지 대기하며 박 대장의 장남에게 간식까지 챙겨줬다. 인근 공군 부대서 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박 대장 차남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 세팅도 했다. 전씨는 아들이 훈련병일 때, 밤이면 수시로 아들이 소속된 소대장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들과 무단으로 통화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휴가 나온 차남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관병 얼굴에 전까지 집어던졌다고 한다. 공관병은 휴가를 나온 박 대장 차남의 속옷 빨래까지 해야 했다. 전씨는 아들의 속옷에 주름이 졌다는 이유로 공관병에게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장 부부는 병사들에게 모과청까지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대에 모과나무가 많은데, 박 대장 부부는 본부 소속 병사에게 모과를 모두 따게했다. 100개가 넘는 모과를 조리병들에게 주며, 모과청을 만들게 했다. 모과청 만들기는 모과를 다 썰고 나면 손이 헐 만큼 힘든 일이다.
 

전씨는 만든 모과청을 손님이 왔을 때 선물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음식을 상당히 많이 보관하기 때문에 공관에 냉장고가 무려 10개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장이 군용물인 공관 비품을 전출시마다 멋대로 들고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모과나무는 원래 사령부에 있던 것으로, 박 대장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채취해서도 안 된다. 


전씨는 음식 문제로도 병들을 타박했다. 먼저 공관병이 과일을 전씨에게 내가면 몇 조각 남길 때가 있다. 이때에 남은 과일을 버리면 ‘음식을 아낄 줄 모른다’고 타박했다. 남은 과일을 다음 날 다시 내가면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내온 것이냐'며 또 질책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병들에게 부모 욕도 서슴지 않다. 특히 전씨는 조리할 때 간섭과 질책이 매우 심했다. 조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엄마가 너 휴가 나오면 이렇게 해주냐”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느냐”며 부모에 대한 모욕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화가 나면 발코니에 공관병을 감금하기도 했다.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발코니에 가뒀다. 그 바람에 공관병은 추운 날씨에 1시간가량 갇혔다

외부와의 접촉도 금지시켰다. 전씨는 공관병의 전화와 인터넷 사용·면회·출타를 전부 금지했다. 공관에는 전화가 없고, 가장 가까운 전화기는 도보로 30분 떨어진 본부대대에 있었으나, 공관 밖 외출 자체를 금지해서 갈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전속부관이 눈치껏 공관병의 출타를 보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 대장 부부의 갑질로 자살까지 기도한 병사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전씨는 한 공관병에게 물건을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공관병이 이를 찾지 못하자 크게 화를 냈다. 후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물건은 박 대장 부부가 이전 근무지에 두고 왔기 때문에 공관에 없었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물건을 찾아오라고 공관병을 질책한 셈이다. 수 시간 동안 창고를 뒤졌음에도 물건을 찾지 못한 공관병은 박 대장의 부인에게 질책당할 것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행히 부관이 이를 목격, 제지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해당 공관병은 타 부대로 전출됐다.

호출용 전자팔찌
아들 간식 차려


박 대장이 자신의 아내를 여단장급으로 대우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공관 밖으로 뛰쳐나간 공관병에게 “내 부인은 여단장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야단쳤다는 것. 이에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박 대장 측은 “계속되는 발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중하는 것이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감사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박 대장은 지난해 공관병 갑질 문제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구두 경고를 받고 별거한 사실도 밝혀졌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박 대장은 지난해 7월 한 전 장관으로부터 “부인이 공관병 등을 부당 대우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부인 전모씨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약 한 달 동안 수도권에 있는 집에 머무르게 하며 대구에 있는 제2작전사령부 공관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달 동안 따로 산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4일 박 대장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군 검찰은 지난 7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 대장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박 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어 9일에는 박 대장의 공관과 집무실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이 쓰던 대구 2작전사령부 공관, 집무실, 경기도 용인과 충남 계룡시 집, 2작사 일부 사무실 등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수첩, 공관 비품, 집무실 서류, 2작사 사무실 장부 등 박 대장을 둘러싼 광범위한 의혹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부인을 여단장급 대우?
장관이 경고까지 했는데…

군 검찰이 박 대장의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일 박 대장을 형사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이다. 군 검찰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박 대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은 박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뿐 아니라 냉장고 등 공관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을 폭넓게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대장을 상대로 군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장은 지난 8일 발표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면직돼 자동 전역 대상이지만, 국방부는 그에게 ‘정책연수’ 발령을 내고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계속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했다.

박 대장은 군 검찰 조사에서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부당 대우를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며 “부인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상태다. 

박 대장은 부인인 전씨가 공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공관병이 일하는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나름대로 부당 대우를 막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막지 못했다. 

박 대장은 충남 천안 출생(1958년 9월5일)으로 천안고등학교 졸업 후 1977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입교해 1981년 졸업과 함께 기갑 소위로 임관했다. 
 

대령 시절 독일 육군청 교환 교관으로 다녀온 이색 경력이 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친위 사조직으로 의심되고 있는 같은 독일 육군사관학교 유학파 인맥으로 구성된 ‘독사파’의 일원이라고 한다. 

독일서 돌아온 후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참모장과 제9기계화보병여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전력과장, 합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실무단장을 역임했다. 

한민구 경고 
한달간 별거

2007년 10월에 진급한 후엔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합동참모본부 전시작전권전환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0년 6월에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상부지휘구조개편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3년 4월에 중장으로 진급 후 육군 제7기동군단장을 역임하고 육군참모차장을 지냈다.

박 대장은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하반기 장성 인사서 대장 진급자로 내정됐다. 보직은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다. 대한민국 국군 역사 상 첫 기갑 병과 출신 대장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하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불명예를 뒤집어썼으며 자칫 형사 기소될 위기마저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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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