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들 ‘체육단체장 겸직’ 열풍 내막

내 돈 안들이고 이름 알리는 덴 ‘최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지난 3일 프로농구인 단체인 한국농구연맹(KBL)의 제7대 총재에 당선되면서 정치인과 체육단체장 간의 관계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체육인인 정치인들의 체육단체장 겸직 열풍과 낙하산 인사로 지탄 받고 있는 실상을 파헤쳐 봤다.

돈 물어오는 권력-표 모아주는 조직 ‘공생 관계’
KBL 총재, 경선 선출로 낙하산 인사 누명 벗나?
     
그간 체육단체장 자리는 밀어주기 식 ‘낙하산 인사’로 지탄 받았다. 단체장 선출 때마다 각 종목별 전문성과는 전혀 무관한 인사 내정으로 체육계와 정치권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그간 추대를 통해 선임되는 악 관례 속에 최근 한선교 의원이 체육단체장 선출 사상 최초로 치열한 경선으로 선출돼 화재가 되고 있다. 평소 ‘농구광’으로 소문난 한 의원이지만 그토록 총재자리에 목을 맸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체육 ‘계약커플’

현재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은 한 의원을 비롯해 총 4명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은 2008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직을 맡고 있고,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대한야구협회장을,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대한농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공성진 한나라당 전 의원도 한국종합격투스포츠연맹 총재직을 맡고 있었지만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아직 총재직은 수행중이다.

뿐만 아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또한 지난해 7월 청와대로 가면서 의원 배지를 포기했지만 지난 2008년부터 맡고 있는 대한배구협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쁜 의정활동에도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 관계자는 “스포츠단체장이라는 자리를 통해 종목 동호인들은 물론 일반인에게 쉽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데다, 활기찬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을 수 있는 강점이 있어 결국 ‘표심’ 장악에 유리하다”며 “한 마디로 ‘노다지 밭’이다”고 설명했다.

대한태권도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홍 전 최고위원만 봐도 체육단체장 자리가 얼마나 큰 자산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유단자 회원 650여만명에 달하는 신분증에는 협회장인 ‘홍준표’라는 이름석자가 선명하게 새겨진다. 또 전 세계 500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과 관계자들에게도 각인 시킬 수 있어 협회장 자리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9시뉴스에 열 번 나오는 것보다 스포츠뉴스에 한 번 나오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체육단체장의 홍보효과는 크다는 것이다.

의원들 뿐 아니라 체육단체들도 의원들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재정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한 경기단체 관계자는 “단체들은 거의 후원금이나 협찬금으로 운영된다”며 “사업을 진행할 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아무래도 유력 정치인이 오면 자금 동원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밝혔다.

또 해당 분야에 문제가 생길 시 정치인들이 입법이나 제도 개선 등의 의정활동을 통해 보호막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것도 체육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사안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결국 스포츠계와 정치인들이 윈·윈하는 관계가 되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 스포츠단체장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과 체육계의 ‘계약커플’ 사이에 여러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성이 결여된 밀어주기 식 낙하산 인사다.

한 예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을 자부하는 프로야구가 축구계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축구인들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축구와는 대조적으로 프로야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이사회에서 추대해 선임한다. 하지만 문제는 야구인들의 ‘자율의지’로의 추대가 아닌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야구계 현장에서는 박용오 전 총재나 유영구 전 총재처럼 자율로 추대하는 세번째 ‘민선총재’를 부르짖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사장단과 사전 교감을 가진 뒤 민선을 가장한 낙하산 총재를 추대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편, 현장의 야구인들은 박용오 전 총재처럼 야구에 애정을 갖고 있고 수십년간 야구단을 운영해온 구단주 중에 한 명이나, 야구인 출신 가운데 명망과 지도력이 있는 사람이 총재를 맡아 야구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총재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문화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고,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은 “체육단체장은 체육인끼리 알아서 하는 게 좋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농구광’ 출신 총재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선교 KBL 총재 선출은 주목을 끌고 있다. 평소 농구장을 자주 찾으며 ‘농구광’으로 불린 그는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파벌 다툼과 낙하산 인사 선출이 아닌 치열한 경선 끝에 당선된 최초의 체육단체장에서다.

지난 2008년 KBL 총재직에 도전했다가 추대 받지 못한 한 의원은 KBL은 지난 1일 임시총회를 열고 총재 경선에 출마한 전육 전 총재와 한 의원, 이인표 KBL 패밀리 등 세 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를 실시했다.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전 총재와 한 의원을 놓고 재투표를 실시했지만 5차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당선됐다.
정치인이 프로 단체장을 맡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한 의원은 “말이 필요 없다. 결과로 보여주겠다. 여의도 국회와 KBL 센터는 매우 가깝다. 공간적인 거리감이 거의 없다. 또한 나는 문방위 위원이기도 하다. KBL 발전을 위해 법과 제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부정적인 측면을 지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 의원의 총재 선출로 타 종목 단체장도 투명한 경선 과정을 통해 선출되어 건강한 스포츠 문화가 자리 잡고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만족을 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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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