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만난 ‘성형수술 뻥튀기’ 이벤트 주의보

쉽게 예뻐지려다 팍 망가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최근 성형외과가 바빠졌다. 그동안 외모에 자신 없던 사람들이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을 이용해 ‘변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따라 터지고 있는 성형수술 관련 부작용, 환불 거부, 거짓·과장 광고 등의 소식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이 다가왔다. 각 성형외과서 실시하는 가격할인 등의 다양한 여름 맞이 이벤트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돌다리도…
거짓 후기 범람

그러나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시술 후기 등을 거짓 조작된 내용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31일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시술 가격을 심하게 할인해주거나 성형 전·후 사진만을 전면으로 내세워 홍보하는 성형외과는 과장·허위 광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라고 성형 후기글에 대한 의심은 필수다. 보통 성형외과 정보 공유를 원하는 사람들은 성형 카페에 올라온 후기글에 댓글을 달고 원글 게시자는 쪽지를 통해 자신이 수술을 받은 병원과 가격 정보 등을 공유한다. 


이러한 방법을 악용해 성형외과 원장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거짓 성형수술 후기와 댓글을 쓰는 것이다. 최근엔 성형카페서 거짓 수술 후기와 댓글을 올려주는 대가로 성형외과 원장 6명으로부터 6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성형카페 운영자들에게 징역형이라는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거짓 수술 후기는 법으로 금지된 범죄행위다. 의료법 제56조 1항은 ‘의료법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시술 및 병원에 관한 홍보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밖에 의료법은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시장서 공정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인터넷광고재단도 성형 관련 인터넷 카페와 앱에 올라온 성형 시·수술 경험으로 가장한 거짓 후기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재단은 최근 1개월간 회원 수 10만명 이상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26곳을 선정해 이들 카페에 올라온 성형 후기 976건 내용을 분석해 이 같은 주의를 내렸다. 분석 결과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상위 26곳의 게재 후기 976건 중 308건(31.6%)이 거짓 후기로 의심됐다. 3개 중에 1개는 거짓 후기라는 것이다. 

조작 후기와 과장·허위광고 급증
3개 중에 1개는 거짓 후기로 의심

시·수술에 대한 만족도를 과장하거나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과장된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재단은 ▲부작용 등 안전성 과장 ▲묶음 상품 수술 유도 ▲저렴한 비용 강조 ▲댓글과 쪽지를 통한 문의 유도 ▲작성자 아이디가 다르지만 복수의 성형 후기나 게시글, 댓글, 문구 형식이 유사한 경우 등도 의심 사례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광고재단 관계자는 “의료행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부작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수술에 대한 정확한 의료정보, 관련 부작용 사례, 타 의료기관과의 비교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분야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의사 선택’인 만큼 진료를 받을 병원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형수술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경남 거제시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자신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환자가 사망하자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인면수심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사 윤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단순히 프로포폴 투약 오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사망 후 진료기록부 조작과 함께 시신을 버린 극도의 비윤리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번 사건서 위법을 저지른 의사 A씨의 경우 환자가 사망하자 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범행을 감행했다. A씨는 단지 환자의 시신을 유기하고 은폐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서 기록한 CCTV 기록을 삭제하고 진료기록부도 조작했다. 

차트 조작에 
사체 유기도 

경찰은 수사 과정서 증거조작을 한 A씨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가 많은데 피해자 유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까 두려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의사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강남 G성형외과에 재직 중이던 2013년 12월 수술받는 18세 여성 환자가 심정지에 이른 사실을 모른 채 쌍꺼풀과 코 수술을 하다가 응급 처치가 늦어져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면 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는 환자는 산소 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지고 뇌로 가는 산소가 5분 넘게 공급되지 않으면 회복되기 어려운 뇌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B씨는 수술 당시 환자의 산소포화도 측정장치가 꺼져 있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작동법도 모른 채 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환자 얼굴이 창백해지고 발톱 색이 변하는 등 심정지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수술을 계속하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간호조무사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를 켠 채 수술하다 제때 조치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사실도 드러나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환자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결국 2015년 1월 숨졌다. B씨는 사건 후 병원서 퇴직했다.


애플과 SNS
청소년에 무방비

일각에선 성형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특정 외모와 신체를 강요하고 청소년의 성형을 조장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애플, 구글, 아마존서 성형 앱을 삭제하라는 청원서에 2만명 이상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검색해보면 티안나, 성형얼마, 앱미인 등 가상성형을 통한 성형 견적을 제공하는 앱을 손쉽게 찾아 다운 받을 수 있다. 

앱 뿐만 아니라 각종 SNS에도 성형외과 모델 모집, 성형 파격 할인 이벤트 등 자극적인 광고가 넘친다. 또 SNS 속 ‘페이스북 여신’ ‘인스타 여신’ 등은 아름다우면 인기 있다는 식의 인식을 심어줘 성형수술 욕구를 자극한다. 

이렇듯 성형과 관련된 SNS 정보와 앱이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돼있는 것이다. 수술 후기, 전후 사진 등 자극적인 정보 속에서 특히 청소년들은 성형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만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서도 성형수술에 대한 10대들의 고민이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름방학 시즌이 다가오면 성형 수술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예약 문의가 빗발친다. 이런 상황에 이상한 풍토까지 생겨났다.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형수술 상담을 받으러 병원에 가면서 딸이 어머니에게 “엄마가 아니라 가정부 아줌마라고 말해달라”고 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중학생 딸이 하도 졸라 쌍꺼풀 수술을 시켜주기로 했는데 수술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에 딸이 우물쭈물하더니 ‘가정부 아줌마라고 해달라. 그러면 엄청 부잣집인 줄 알고 일부러라도 수술을 잘 해줄 것 아니냐’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10대 고민 순위 2위 ‘외모’
너도나도 SNS 여신 따라하기 

작성자는 “내 아이가 착하고 바르게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어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성형수술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며 부모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C씨는 ‘양악 수술을 시켜 줄 때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딸과 일주일째 냉전 중이다. 

C씨는 “처음에는 치아 교정을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는 아예 턱뼈를 잘라내야 하는 양악 수술을 해달라고 한다”며 “치료 목적이면 당연히 해줘야겠지만 성형을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6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13∼18세)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1위는 압도적으로 공부(53.7%)였지만 2위가 외모(12.5%)였다. 3위는 직업(10.4%)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청소년상담학과 교수는 “일선서 청소년들을 만나 상담해보면 대부분이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생각하고 있다”며 “외모를 위한 성형수술을 취업이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환자는 수술, 치료 후 조치, 사후관리 등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본인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의사를 선택할 때 다양한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존할 수 밖에…
의사에 달렸다

현재 성형외과의사회는 ‘성형 코리아’라는 전문포털 사이트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구별하는 방법부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 회원 명단까지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성형상담도 받을 수 있으며 불법 의료신고센터를 통해 잘못된 의료 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상태다. 특히 회원 자격정지 등 징계를 받은 의사 명단도 확인할 수 있어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의사회 측 설명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