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만난 ‘성형수술 뻥튀기’ 이벤트 주의보

쉽게 예뻐지려다 팍 망가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최근 성형외과가 바빠졌다. 그동안 외모에 자신 없던 사람들이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을 이용해 ‘변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따라 터지고 있는 성형수술 관련 부작용, 환불 거부, 거짓·과장 광고 등의 소식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이 다가왔다. 각 성형외과서 실시하는 가격할인 등의 다양한 여름 맞이 이벤트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돌다리도…
거짓 후기 범람

그러나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시술 후기 등을 거짓 조작된 내용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31일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시술 가격을 심하게 할인해주거나 성형 전·후 사진만을 전면으로 내세워 홍보하는 성형외과는 과장·허위 광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라고 성형 후기글에 대한 의심은 필수다. 보통 성형외과 정보 공유를 원하는 사람들은 성형 카페에 올라온 후기글에 댓글을 달고 원글 게시자는 쪽지를 통해 자신이 수술을 받은 병원과 가격 정보 등을 공유한다. 


이러한 방법을 악용해 성형외과 원장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거짓 성형수술 후기와 댓글을 쓰는 것이다. 최근엔 성형카페서 거짓 수술 후기와 댓글을 올려주는 대가로 성형외과 원장 6명으로부터 6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성형카페 운영자들에게 징역형이라는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거짓 수술 후기는 법으로 금지된 범죄행위다. 의료법 제56조 1항은 ‘의료법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시술 및 병원에 관한 홍보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밖에 의료법은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시장서 공정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인터넷광고재단도 성형 관련 인터넷 카페와 앱에 올라온 성형 시·수술 경험으로 가장한 거짓 후기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재단은 최근 1개월간 회원 수 10만명 이상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26곳을 선정해 이들 카페에 올라온 성형 후기 976건 내용을 분석해 이 같은 주의를 내렸다. 분석 결과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상위 26곳의 게재 후기 976건 중 308건(31.6%)이 거짓 후기로 의심됐다. 3개 중에 1개는 거짓 후기라는 것이다. 

조작 후기와 과장·허위광고 급증
3개 중에 1개는 거짓 후기로 의심

시·수술에 대한 만족도를 과장하거나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과장된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재단은 ▲부작용 등 안전성 과장 ▲묶음 상품 수술 유도 ▲저렴한 비용 강조 ▲댓글과 쪽지를 통한 문의 유도 ▲작성자 아이디가 다르지만 복수의 성형 후기나 게시글, 댓글, 문구 형식이 유사한 경우 등도 의심 사례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광고재단 관계자는 “의료행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부작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수술에 대한 정확한 의료정보, 관련 부작용 사례, 타 의료기관과의 비교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분야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의사 선택’인 만큼 진료를 받을 병원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형수술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경남 거제시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자신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환자가 사망하자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인면수심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사 윤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단순히 프로포폴 투약 오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사망 후 진료기록부 조작과 함께 시신을 버린 극도의 비윤리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번 사건서 위법을 저지른 의사 A씨의 경우 환자가 사망하자 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범행을 감행했다. A씨는 단지 환자의 시신을 유기하고 은폐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서 기록한 CCTV 기록을 삭제하고 진료기록부도 조작했다. 

차트 조작에 
사체 유기도 

경찰은 수사 과정서 증거조작을 한 A씨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가 많은데 피해자 유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까 두려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의사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강남 G성형외과에 재직 중이던 2013년 12월 수술받는 18세 여성 환자가 심정지에 이른 사실을 모른 채 쌍꺼풀과 코 수술을 하다가 응급 처치가 늦어져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면 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는 환자는 산소 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지고 뇌로 가는 산소가 5분 넘게 공급되지 않으면 회복되기 어려운 뇌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B씨는 수술 당시 환자의 산소포화도 측정장치가 꺼져 있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작동법도 모른 채 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환자 얼굴이 창백해지고 발톱 색이 변하는 등 심정지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수술을 계속하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간호조무사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를 켠 채 수술하다 제때 조치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사실도 드러나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환자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결국 2015년 1월 숨졌다. B씨는 사건 후 병원서 퇴직했다.


애플과 SNS
청소년에 무방비

일각에선 성형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특정 외모와 신체를 강요하고 청소년의 성형을 조장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애플, 구글, 아마존서 성형 앱을 삭제하라는 청원서에 2만명 이상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검색해보면 티안나, 성형얼마, 앱미인 등 가상성형을 통한 성형 견적을 제공하는 앱을 손쉽게 찾아 다운 받을 수 있다. 

앱 뿐만 아니라 각종 SNS에도 성형외과 모델 모집, 성형 파격 할인 이벤트 등 자극적인 광고가 넘친다. 또 SNS 속 ‘페이스북 여신’ ‘인스타 여신’ 등은 아름다우면 인기 있다는 식의 인식을 심어줘 성형수술 욕구를 자극한다. 

이렇듯 성형과 관련된 SNS 정보와 앱이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돼있는 것이다. 수술 후기, 전후 사진 등 자극적인 정보 속에서 특히 청소년들은 성형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만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서도 성형수술에 대한 10대들의 고민이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름방학 시즌이 다가오면 성형 수술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예약 문의가 빗발친다. 이런 상황에 이상한 풍토까지 생겨났다.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형수술 상담을 받으러 병원에 가면서 딸이 어머니에게 “엄마가 아니라 가정부 아줌마라고 말해달라”고 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중학생 딸이 하도 졸라 쌍꺼풀 수술을 시켜주기로 했는데 수술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에 딸이 우물쭈물하더니 ‘가정부 아줌마라고 해달라. 그러면 엄청 부잣집인 줄 알고 일부러라도 수술을 잘 해줄 것 아니냐’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10대 고민 순위 2위 ‘외모’
너도나도 SNS 여신 따라하기 

작성자는 “내 아이가 착하고 바르게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어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성형수술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며 부모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C씨는 ‘양악 수술을 시켜 줄 때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딸과 일주일째 냉전 중이다. 

C씨는 “처음에는 치아 교정을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는 아예 턱뼈를 잘라내야 하는 양악 수술을 해달라고 한다”며 “치료 목적이면 당연히 해줘야겠지만 성형을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6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13∼18세)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1위는 압도적으로 공부(53.7%)였지만 2위가 외모(12.5%)였다. 3위는 직업(10.4%)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청소년상담학과 교수는 “일선서 청소년들을 만나 상담해보면 대부분이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생각하고 있다”며 “외모를 위한 성형수술을 취업이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환자는 수술, 치료 후 조치, 사후관리 등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본인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의사를 선택할 때 다양한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존할 수 밖에…
의사에 달렸다

현재 성형외과의사회는 ‘성형 코리아’라는 전문포털 사이트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구별하는 방법부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 회원 명단까지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성형상담도 받을 수 있으며 불법 의료신고센터를 통해 잘못된 의료 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상태다. 특히 회원 자격정지 등 징계를 받은 의사 명단도 확인할 수 있어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의사회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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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