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07 17:26:59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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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오가던 광주 한복판에 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영화 <택시운전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주연 배우 송강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총성이 오가던 광주의 한 복판서도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하나 같이 송강호의 인생영화라고 호평했다. 전 정부 영화 <변호인>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연기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 동안 스크린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가 <택시운전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첫 날 69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개봉 첫 날 무려 69만785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총 누적관객수는 78만4571명이다. 

개봉 전부터 대규모 전국 시사회를 통해 가슴 아픈 현대사를 소시민적인 밝은 웃음과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은 <택시운전사>는 개봉 당일 7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본격적인 1000만행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신뢰받는 
최고의 배우

<택시운전사>의 오프닝 스코어는 1761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명량>의 68만2701명을 뛰어넘었다. 또한 지난 2015년 여름에 개봉해 나란히 천만 관객을 모은 <암살>(47만7541명)과 <베테랑>(41만4219명)의 기록도 압도적으로 능가해 앞으로의 흥행 행보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송강호를 비롯,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장훈 감독 특유의 담백한 연출, 그리고 1980년 5월을 따뜻한 웃음과 감동, 희망으로 그려낸 가슴 울리는 스토리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영화로 관객과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는 자타공인 현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다. 어떻게 꼽아도 현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로 통한다. 수년째 관객이 꼽은 ‘최고의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등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영화계 최고 네임밸류라는 충무로 대표 트로이카의 1인이자, 이병헌, 황정민 등과 함께 최고 대우를 받는 배우기도 하다. 

송강호를 원탑으로 내세운 영화들 실제 흥행 성적도 압도적이다. 실제 흥행 관객수 1000만을 넘은 작품 두 개를 포함해 500만 관객이 넘은 작품도 11개나 된다. 최근 드디어 총 관객이 1억명을 돌파했다.

<택시운전사> 흥행 돌풍
또 한 번 1000만 신화 전망

송강호는 중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당시에는 전국에 연극영화과가 5개밖에 없었다. 그는 입시에 한 번 실패하고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내 영장이 나와 한 학기 만에 군인 신분이 된다.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스물셋 청년은 복학생의 길을 접어두고 연극 무대로 향했다.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사회적 격변기 속에서 부산지역의 극단을 찾아 ‘민족극’에 참여한다.
 

민족극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민족극의 경직된 방식 속에서 염증을 느꼈고 1990년 12월 극단 연우무대의 작품인 <최선생>을 만났다. 전교조 문제를 다뤄 기존의 민족극 소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연극의 ‘방식’에 끌렸다. 


그 방식은 구호와 주장에 호소하는 게 아닌 현실적인 감동으로 다가가는 연극이었다. <연우30년>이라는 책에서 송강호는 “연우무대는 내가 지향하던 점을 정확히 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연은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집어준 기회이자 새로운 용기와 목표를 가지게 한 계기였다”고 고백했다.

1991년, 송강호는 무작정 상경해 연우소극장으로 향했다. 무려 네 번 상경하며 연락처를 남겼다. 이후 연우무대가 주최하던 행사에 부족한 일손을 도우며 연출가 이상우를 만났다. 

이상우는 “연우무대가 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우무대는 너의 목적을 위해 몸을 담그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송강호를 단원으로 받아줬다. 그리고 이상우의 첫 영화인 <작은 연못>에 송강호도 참여하게 된다.

당시 송강호는 <동승>의 노인 역을 맡았고 <박첨지>에도 참여했다. 이후 <국물 있사옵니다> <지젤> <비언소> 등 10여편의 연극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 중이던 연극계 선배 김의성의 추천으로 극 중 김의성의 동창 역을 맡았다.

본격적인 영화계 입문은 <초록 물고기>으며, 이창동 감독은 <비언소>를 통해 송강호를 발견했다.

민주화운동 실상
전세계에 알리다

<넘버3>는 대중들에게 송강호를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그리고 <조용한 가족>이 이어지며 그의 이미지는 코미디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했지만 틀에서 벗어났다. <살인의 추억>에선 형사 역할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정독한 후엔 다시 읽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연기자가 발휘할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민식은 <조용한 가족> DVD 서플먼트서 송강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감각이 있어도 배우는 일단 몸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설득력 있게. 그런데 송강호는 그게 완벽하게 표현이 되죠.”

그래서 그는 극중 특정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그들과 함께 지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나쁜 영화>서 행려 역할을 맡았다. 정선우 감독은 행려 역을 맡은 배우들이 실제 행려 생활을 경험하기를 원했지만 송강호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연기든 자기가 편안하고, 자기 안에서 나오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죠. 연극영화과 나오고 공부 많이 하면 모두 훌륭한 감독,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진 않죠. 그 논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결국 다 자기가 해결해야 할 몫인 거죠.”

<쉬리>는 한국영화의 새 시대를 열었던 작품이었지만 그에게는 조금 힘들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이때 만난 <반칙왕>은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영화를 시작한 지 3년 남짓된 배우에게 ‘원톱 주연’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제작사에선 다른 배우들을 얘기했지만 저에게 <반칙왕>은 오로지 송강호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송강호는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그 어려운 레슬링 테크닉들을 모두 소화해냈고요. 멋진 일이죠. 서른 살이 넘은 배우가, 그런 고도의 기술을 마스터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고요.” 

그런 믿음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이어졌고 그들은 또 한 번의 멋진 만남을 이뤘다.
 

<반칙왕> 이후 송강호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공동경비구역 JSA>서 박찬욱 감독과 만난다. ‘코미디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서 관객에게 다가선 것.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작품 이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다. 

영화 속 모든 ‘얼굴’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살인의 추억>은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호주의 커뮤니케이션&문화인류학 교수인 브라이언 예시즈는 2004년 쓴 글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적어도 최근 3편의 영화 <반칙왕> <YMCA야구단> <살인의 추억>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송강호를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송강호는 관객인 우리들을 들여다보고 또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송강호는 문자 그대로 현대 한국영화서 특히 두드러지는 페이스 중 하나인 셈이다.”


영화 평론가 김영진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클로즈업을 “한 시대를 요약하는 표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송강호를 “어떤 역을 맡아도 자기화해서 송강호적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그 직업, 계층, 성격의 인물에 맞는 분위기를 절대적으로 창조한다는 점에서 아주 미세한 일상적인 결에서 감성을 창조하는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보편의 존재를 흡수하고 밖으로 튕겨내는 단단한 탄력이 있다는 것.

이러한 송강호의 매력은 이창동,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등의 감독들을 매료시켰다.

한 인터뷰서 송강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것이 미리 규정된 장르 영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연기뿐 아니라 세상살이 역시 쉽게 규정 지을 수 없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저는 한 번 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쪽인 것 같아요. <넘버3> 이후에 조폭 배역이 쏟아져 들어왔고 <살인의 추억> 이후엔 형사 배역이 계속 들어왔지만 그런 이유로 거절했어요.”

<초록물고기> 데뷔
어떤 역할도 소화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일까. 관객들은 언제나 새로운 송강호를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괴물> <우아한 세계> <밀양>은 국내외 영화제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연이어 선사했다. 그는 시상식서 “책임감을 느낀다” “갚아야 하는 빚을 지는 느낌이다” 등의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다.

2009년 4월,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에선 흡혈귀가 된 신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러나 영화 평은 갈리는 편. 또한 장률 감독의 <이리>(2008년 작) 이후 최초로 남자배우 성기 노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과 하루 꼬박 의견을 나눈 결과 꼭 필요한 장면이기에 응했다고 한다.

2011년 <푸른 소금>이 흥행서 실패하며 2012년 <하울링>도 주춤했다. 언론에선 한석규를 거론하며 송강호 몰락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두 작품의 흥행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추진력을 얻고자 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2013년 <설국열차>가 934만 관객, <관상>이 913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대흥행, 2편으로 한 해에 약 1847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대기록을 세운다. 
 

이어 12월18일 영화 <변호인>이 개봉했다. <변호인>은 ‘부림 사건’의 변호를 통해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배경은 1980년대 초 부산.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그는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든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서 제일 잘 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대한민국 슬픈 현대사 단골 출연
매번 열연해 국민들 가슴 뜨겁게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앞에 둔 송우석.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우석은 모두가 회피하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한다. “제가 할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진우의 변호를 맡고 다섯 번의 공판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3년 12월22일 <변호인>이 관객 175만을 돌파하면서 한 해에 2000만 관객을 돌파한 최초의 배우가  됐다. 송강호는 노 전 대통령을 열연하며, 국민적 호감도가 상승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말투, 화법, 몸동작 등을 놀랍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뷰에 따르면 감독의 주문도 아니고 본인도 따로 계산한 것이 아닌 ‘송강호표 노무현’을 추구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다소 정치적인 내용으로 인해 송강호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배우로 이름이 올랐다. JTBC <뉴스룸> 인터뷰서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주변서 불이익을 받지 않았나 걱정해주는 분들도 많다”며 “제작자나 투자자분들이 곤란을 겪고 불이익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송강호는 “가장 무서운 건 그런 소문만으로도 어느 정도 블랙리스트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라며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정부서 싫어할 것 같다’는 거다. 자기 검열하게 되면 위축감이 들 수밖에 없다. 저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이런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극서 영화로
그동안 고충도

송강호는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영화에 출연한 이유로 한 동안 스크린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는 또 다시 한국사의 가장 중요한 배경을 한 영화에 출연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택시운전사>는 그에게 있어 인생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cmp@ilyosisa.co.kr>

 

[송강호 출연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초록 물고기>(이창동) 
▲<넘버3>(송능한)
▲<조용한 가족>(김지운)
▲<쉬리>(강제규)
▲<반칙왕>(김지운)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YMCA야구단>(김현석)
▲<살인의 추억>(봉준호)
▲<효자동 이발사>(임찬상)
▲<남극일기>(임필성)
▲<괴물>(봉준호) 
▲<우아한 세계>(한재림) 
▲<밀양>(이창동)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박쥐>(박찬욱) 
▲<설국열차>(봉준호) 
▲<관상>(한재림)
▲<변호인>(양우석) 
▲<사도>(이준익)
▲<밀정>(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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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구도는 여전히 ‘1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쳐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그의 대형 ‘리스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당선’이 상수가 된 걸까? 12일,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대선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최고의 선택을 위한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남은 결정의 순간 여론조사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독주 중이다. 어떤 후보와 맞붙어도 지지율 격차가 10~15%p가량 나고 있다. 당락을 가른다는 중도층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과반인 상태다. 현재 분위기로는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모래주머니’처럼 발목에 매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도 일단 털어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대선 이후로 바꾸면서다. 지난 1일 대법원이 항소심서 무죄를 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후보는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판결 과정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의 취지를 받아들였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됐다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이 나올 가능성이 컸던 것. 파기환송심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을 받고 재상고심서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입장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었다. 실제 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탄핵 예고, 대법관 수를 늘리는 내용의 법안 발의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을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과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인 ‘허위 사실 공표죄’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은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다음 달 18일로 변경한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안팎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재판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기일 연기로 사법 리스크 해소 법원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으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던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 후보로선 안 그래도 독주 상황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 추가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수 결집 가능성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또다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배경엔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사태까지 있다. 헌재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의 결집력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역대 선거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이 대형 선거 때마다 보수 진영을 떠받쳤다. 지금보다 지역 갈등이 강했던 과거에는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과 비교해 표밭이 큰 편이었다. 진보 진영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일정 정도의 표를 얻어야 보수 진영과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이번 대선과 똑같은 이유로 치러진 19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통령은 진보 진영서 나왔지만 전체 표수는 보수 진영이 더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진행된 19대 대선은 투표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싱거운 싸움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간의 표차는 무려 557만표였다. 17대 대선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정동영 후보 간의 표차인 531만표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하지만 당시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뜯어보면 양 진영의 표 크기가 대략 보인다. 풀린 족쇄 훨훨 날까 19대 대선서 문 전 대통령에 이어 홍 전 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전 국민의힘 의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전 정의당 의원) 순으로 표를 얻었다. 총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서 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이다. 문 전 대통령과 심 후보는 진보 후보로, 홍 전 시장과 안 후보, 유 후보는 보수 후보로 크게 묶인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범진보 후보는 1544만1258표, 범보수 후보는 1705만9962표를 얻었다. 150만표가량 보수 진영이 많이 득표했다. 제3당 후보의 사퇴로 1 대 1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서도 박 전 대통령이 1577만3128표(51.2%), 문 전 대통령이 1469만2632표(48%)를 얻었다. 108만표 차이다. 당시 투표율은 75.8%였다. 17대 대선보다 12%p 오른 수치로 양 진영에서는 ‘총력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상태였다. 양 진영 모두 투표장에 나올 만큼 나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냐, 이재명이 아니냐’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명연대’의 선봉에 서서 이 후보 외에 모든 후보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선거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이 후보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후보가 출마했던 20대 대선 때는 역으로 진보 진영의 표가 더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639만4815표(48.6%)를, 이 후보는 1614만7738표(47.8%)를 득표하면서 24만표(0.7%p)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당시 제3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의당 심 후보가 얻은 표는 80만3358표였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대통령이 바뀔 수도 있었던 수치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결국 표심이 나뉘는 걸 얼마나 저지하느냐에 따라 대통령 당락이 바뀌기도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일화 이슈가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선은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서 1명의 후보만 나와 1대 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함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완주하면 지난 대선 때와 달리 보수표가 갈릴 가능성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가상 대결서 6~7%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이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는 6%, 국민의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꿨을 때는 7%였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2.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지만 이 후보는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투표 용지에 후보 이름이 찍히는 오는 25일까지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20~30대 청년층의 표심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20대와 30대는 지난 대선서 성별에 따라 투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 세대다. 남성은 윤 전 대통령을,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대에서는 그 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과반이 이 후보를, 남성의 과반은 윤 전 대통령에 표를 던졌다. 보수 결집하고 단일후보 누가 더 지지층 끌어오나 30대 역시 남녀 간 차이를 보였지만 그 격차는 20대보다 작았다. 반면 40~50대는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은 윤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서 20~30대 여성은 탄핵 찬성 쪽에, 남성은 반대 쪽에 선 사례가 많았다. 실제 지난 대선, 탄핵 반대 집회 등을 보고 20~30대 남성의 ‘보수화’를 조명하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시절 그 선봉에 대학생이 섰던 때와 비교하면 한 세대 만에 젊은 남성이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쪽으로 이른바 ‘전향’이 이뤄진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투표율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선 세 번의 대선은 투표율이 모두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4명 가운데 3명은 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진영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중년, 노년층은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반면 청년, 장년층은 상대적으로 투표 의지가 약하다는 과거 사례서 비롯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75% 이상 나온 세 번의 대선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한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다. 단순히 전체 투표율이 높은 걸로 당락을 가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대별, 성별로 투표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세부 투표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다 된 밥’이라는 인식을 깨야 하고, 보수 진영은 ‘어차피 진 싸움’이라는 생각을 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국 투표 포기층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지지 세력을 끌고 올 수 있느냐에 대선 결과가 달린 셈이다. 삐끗하면 골로 간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말실수’를 하나의 변수로 꼽았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후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선거서 후보의 말실수가 낙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대선 토론회 등 주목도가 높은 자리에서의 말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