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 ‘박근혜당 만들기’ 프로젝트 전모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고 ‘마지막 퍼즐’만 남았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명실상부한 당의 주류로 등극하기 일보직전이라는 당 안팎의 분석에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당의 굵직한 현안에서 직접 나서 판을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원내대표 경선과 전대룰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이로써 당의 실질적인 주류로 부상하고 있으며, 7·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까지 자신과 우호적 관계의 인물을 세우면 하반기부터 ‘박근혜당’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지층 결집 시 더 이상의 대권후보 경쟁 무의미
‘정권 재창출?’, ‘정권 교체?’ 그의 속내는 과연…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 모두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들의 절반은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는 ‘전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주류로서 지난 3일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양측의 협력관계가 재확인됐다는 평가와는 다른 결과에 한나라당은 크게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정권 교체’를 모티브로 선거전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민주당 역시 당혹하기는 마찬가지. ‘박근혜 파워’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약점부터 보완하고
대권행보 첫걸음 ‘사뿐’
 
박 전 대표는 당분간 당내에서 범접 불가능한 존재로 부상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최근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국민들 또한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박 전 대표로 꼽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여론조사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평가에 박 전 대표가 가지는 최대 득점 요인은 전통적 지지층의 쏠림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도가 50%를 넘어서 중간층과 호남에서 이탈하고 있는 지지층을 보충해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지지층의 결집은 한나라당 내 다른 대권주자들과의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대세론’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지층의 결집 외에 친박계의 외연확대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친박계 의원이 중심인 연구단체 ‘여의포럼’은 출범 3년을 맞아 지난 17일 열린 토론회에 친이계는 물론 소장파와도 함께했다. ‘한나라당 재집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친이계 김영우 의원과 소장파로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식 의원을 토론자로 초청한 것이다. 김영우 의원은 “초청을 받고 처음에는 사실 부담스럽고 고민도 됐다”면서 “국민들은 당청을 한 묶음으로 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차기 총선ㆍ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김영우 의원은 친이계지만 같은 상임위인데다 합리적이어서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아 섭외했다”고 말했다. 소장파인 정두언 의원도 올 초 여의포럼에 가입해 토론을 벌였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갈수록 친박계에 관심을 갖는 의원들의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역시 다양한 인물과 함께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며 ‘월박(越朴·친박계로의 계파이동)’이 실제 일어나고 있음을 귀띔했다.

오랜 대세론 속에 그동안 ‘침묵’을 지키다 시피 해온 박 전 대표는 6·3 회동 이후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차근차근 펼쳐 나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된 ‘외교’분야는 대통령 유럽특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보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약점으로 지적된 ‘경제에 문외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자신의 경제·복지 정책을 단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장소는 다름 아닌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장이다. 국정감사 기간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사흘 연속 출석해 자신의 경제·복지정책 기조와 나름의 해박한(?) 경제지식을 내비쳤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고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25%밖에 안 된다”며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영세 사업주 및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소득에 따라 최고 절반까지 차등 경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이은 빈곤층과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 제안은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인식을 심어 줌과 동시에 ‘민생’까지 챙기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풀이된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지난해 하반기 기재위로 상임위를 옮긴 뒤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침묵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이며, 그간 고착되다시피 한 ‘수첩공주’ 이미지도 탈피하는 모습이었다.

‘근혜’ 좇던 ‘MB’
레임덕 쳐다본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재위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를 상대로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지적하며, 한은의 금리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는가 하면, 이인실 통계청장에게도 “2010년 소득분배 지표를 보면 지니계수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정부 통계의 허점을 꼬집었다.

사흘 연속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잇달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MB노믹스’에 대한 ‘정책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당이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현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구체화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청와대도 적잖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민생을 챙기기 위해 현안의 잘못을 지적 한 것이지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 나선 것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표를 ‘여당 내 야당’으로 보는 생각이 줄어들고, 박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는 이상 이 대통령과 한배를 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동인화 현상’이 나타나면 ‘정권실패 공동책임론’이 일 것으로 예상돼 박 전 대표 측은 고심하는 중이다.

내년 총선 ‘여소야대’ 성적표 받을 시
‘박근혜 불가론’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


따라서 박 전 대표는 필연적으로 이 대통령과 차별화된 전략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박근혜식 한나라당’으로 만들어나가려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 협력은 기본적으로 ‘동지’ 관계가 아닌 ‘비즈니스’의 측면이 커 이명박표 정책을 비판하고 갈등하는 순간 두 사람의 분열이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전망 속에서도 지난 97년 대선과 2007년 대선에서 집권당 대선 후보들의 현직 대통령과의 섣부른 차별화 전략을 펼치다 패배를 당했던 점을 비추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총선’ 승리로 실질적
마지막 퍼즐 맞추기?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어느 시점에서 한나라당을 자기 당으로 만드느냐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선 사실상 대권후보로 첫 발걸음을 뗀 박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또는 자신의 우호적 인사가 대표로 당선됐을 경우를 유력한 기점으로 보고 있다. 그 경우 그의 대권행은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고 바야흐로 ‘박근혜당’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자신과 우호적인 원내대표 당선으로 당내 입지를 넓힌 시점에 관리형 당 대표와도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경우 총선공천권 등 부수적인 소득도 챙겨 총선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지난 18대 총선 때와 같은 ‘공천학살’에 대한 공포감이 다가와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당’의 마지막 퍼즐조각은 내년 총선을 전후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된 이후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당내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왔던 것으로 비추어 보아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여소야대’의 성적표를 받아 쥐면 당내에서 ‘박근혜 불가론’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확정된 단계에서의 총선 패배라 흔들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박 전 대표는 경선 전의 총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출신 모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총선 결과다. 20년 만에 찾아오는 대선과 총선 해에 1당을 놓치면 대세론에 치명타를 입어 급격히 흔들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내년 총선은 대선으로 가는 박 전 대표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최근 야권 단일후보와 맞대결할 경우 엇비슷한 일부 여론조사 결과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알현’ 논란 등에서 보인 권위적 행보, 동생 지만씨의 삼화저축은행 사건 연루 의혹과 그를 감싸는 발언 등도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끈질긴 공세도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박근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야당이 아닌 ‘여당 내 야당’으로 평가 받는 박 전 대표로 돌릴 태세이다. 민주당 그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동일 공동체’로 인식하게끔 일관된 여론작전을 펼쳐 왔다. 최근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반복하고 있는 부분이 그 전략인 셈이다.

정치권 뒷면에 숨어 있으니 흠집 낼 명분이 없었던 민주당으로서는 대권행보에 첫걸음을 뗀 박 전 대표가 반갑기만 한 모습이다. 그동안 2선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아 잡을 수 없었던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순탄치 많은 않다
칼 가는 민주당

향후 박 전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민심의 딜레마’를 실감하게 된 만큼,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는 박 전 대표에게 여권의 실책과 책임을 떠안게 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을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박 전 대표 역시 이명박 정권과의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된 정책과 행보를 통해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버릴 수 없는 만큼, 상당히 신중한 정치적 행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틈을 탄 야권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대 잠룡인 박 전 대표의 움직임으로 최근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그 요동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머릿속도 복잡해 보이지만 칼자루를 쥔 쪽은 그러나 역시 박 전 대표이다. 그의 행보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움직임인지 정권 교체를 향한 움직임인지 현재로선 미지수이지만 ‘주류 박근혜’, ‘실세 박근혜’, ‘박근혜 대세’인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박근혜당 만들기’ 프로젝트가 그의 계획대로 척척 진행된다면 대선을 앞두고 당내 장악력을 높임은 물론, 여권의 파상적인 공세까지 차단하는 이중효과를 누릴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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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