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 ‘박근혜당 만들기’ 프로젝트 전모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고 ‘마지막 퍼즐’만 남았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명실상부한 당의 주류로 등극하기 일보직전이라는 당 안팎의 분석에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당의 굵직한 현안에서 직접 나서 판을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원내대표 경선과 전대룰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이로써 당의 실질적인 주류로 부상하고 있으며, 7·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까지 자신과 우호적 관계의 인물을 세우면 하반기부터 ‘박근혜당’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지층 결집 시 더 이상의 대권후보 경쟁 무의미
‘정권 재창출?’, ‘정권 교체?’ 그의 속내는 과연…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 모두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들의 절반은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는 ‘전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주류로서 지난 3일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양측의 협력관계가 재확인됐다는 평가와는 다른 결과에 한나라당은 크게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정권 교체’를 모티브로 선거전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민주당 역시 당혹하기는 마찬가지. ‘박근혜 파워’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약점부터 보완하고
대권행보 첫걸음 ‘사뿐’
 
박 전 대표는 당분간 당내에서 범접 불가능한 존재로 부상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최근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국민들 또한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박 전 대표로 꼽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여론조사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평가에 박 전 대표가 가지는 최대 득점 요인은 전통적 지지층의 쏠림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도가 50%를 넘어서 중간층과 호남에서 이탈하고 있는 지지층을 보충해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지지층의 결집은 한나라당 내 다른 대권주자들과의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대세론’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지층의 결집 외에 친박계의 외연확대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친박계 의원이 중심인 연구단체 ‘여의포럼’은 출범 3년을 맞아 지난 17일 열린 토론회에 친이계는 물론 소장파와도 함께했다. ‘한나라당 재집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친이계 김영우 의원과 소장파로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식 의원을 토론자로 초청한 것이다. 김영우 의원은 “초청을 받고 처음에는 사실 부담스럽고 고민도 됐다”면서 “국민들은 당청을 한 묶음으로 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차기 총선ㆍ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김영우 의원은 친이계지만 같은 상임위인데다 합리적이어서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아 섭외했다”고 말했다. 소장파인 정두언 의원도 올 초 여의포럼에 가입해 토론을 벌였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갈수록 친박계에 관심을 갖는 의원들의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역시 다양한 인물과 함께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며 ‘월박(越朴·친박계로의 계파이동)’이 실제 일어나고 있음을 귀띔했다.

오랜 대세론 속에 그동안 ‘침묵’을 지키다 시피 해온 박 전 대표는 6·3 회동 이후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차근차근 펼쳐 나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된 ‘외교’분야는 대통령 유럽특사를 성공적으로 마쳐 보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약점으로 지적된 ‘경제에 문외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자신의 경제·복지 정책을 단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장소는 다름 아닌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장이다. 국정감사 기간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사흘 연속 출석해 자신의 경제·복지정책 기조와 나름의 해박한(?) 경제지식을 내비쳤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고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25%밖에 안 된다”며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영세 사업주 및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소득에 따라 최고 절반까지 차등 경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이은 빈곤층과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 제안은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인식을 심어 줌과 동시에 ‘민생’까지 챙기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풀이된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지난해 하반기 기재위로 상임위를 옮긴 뒤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침묵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이며, 그간 고착되다시피 한 ‘수첩공주’ 이미지도 탈피하는 모습이었다.

‘근혜’ 좇던 ‘MB’
레임덕 쳐다본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재위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를 상대로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지적하며, 한은의 금리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는가 하면, 이인실 통계청장에게도 “2010년 소득분배 지표를 보면 지니계수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정부 통계의 허점을 꼬집었다.

사흘 연속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잇달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MB노믹스’에 대한 ‘정책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당이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현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구체화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청와대도 적잖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민생을 챙기기 위해 현안의 잘못을 지적 한 것이지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 나선 것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표를 ‘여당 내 야당’으로 보는 생각이 줄어들고, 박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는 이상 이 대통령과 한배를 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동인화 현상’이 나타나면 ‘정권실패 공동책임론’이 일 것으로 예상돼 박 전 대표 측은 고심하는 중이다.

내년 총선 ‘여소야대’ 성적표 받을 시
‘박근혜 불가론’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

따라서 박 전 대표는 필연적으로 이 대통령과 차별화된 전략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박근혜식 한나라당’으로 만들어나가려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 협력은 기본적으로 ‘동지’ 관계가 아닌 ‘비즈니스’의 측면이 커 이명박표 정책을 비판하고 갈등하는 순간 두 사람의 분열이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전망 속에서도 지난 97년 대선과 2007년 대선에서 집권당 대선 후보들의 현직 대통령과의 섣부른 차별화 전략을 펼치다 패배를 당했던 점을 비추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총선’ 승리로 실질적
마지막 퍼즐 맞추기?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어느 시점에서 한나라당을 자기 당으로 만드느냐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선 사실상 대권후보로 첫 발걸음을 뗀 박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또는 자신의 우호적 인사가 대표로 당선됐을 경우를 유력한 기점으로 보고 있다. 그 경우 그의 대권행은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고 바야흐로 ‘박근혜당’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자신과 우호적인 원내대표 당선으로 당내 입지를 넓힌 시점에 관리형 당 대표와도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경우 총선공천권 등 부수적인 소득도 챙겨 총선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지난 18대 총선 때와 같은 ‘공천학살’에 대한 공포감이 다가와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당’의 마지막 퍼즐조각은 내년 총선을 전후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된 이후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당내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왔던 것으로 비추어 보아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여소야대’의 성적표를 받아 쥐면 당내에서 ‘박근혜 불가론’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확정된 단계에서의 총선 패배라 흔들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박 전 대표는 경선 전의 총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출신 모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총선 결과다. 20년 만에 찾아오는 대선과 총선 해에 1당을 놓치면 대세론에 치명타를 입어 급격히 흔들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내년 총선은 대선으로 가는 박 전 대표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최근 야권 단일후보와 맞대결할 경우 엇비슷한 일부 여론조사 결과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알현’ 논란 등에서 보인 권위적 행보, 동생 지만씨의 삼화저축은행 사건 연루 의혹과 그를 감싸는 발언 등도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끈질긴 공세도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박근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야당이 아닌 ‘여당 내 야당’으로 평가 받는 박 전 대표로 돌릴 태세이다. 민주당 그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동일 공동체’로 인식하게끔 일관된 여론작전을 펼쳐 왔다. 최근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반복하고 있는 부분이 그 전략인 셈이다.

정치권 뒷면에 숨어 있으니 흠집 낼 명분이 없었던 민주당으로서는 대권행보에 첫걸음을 뗀 박 전 대표가 반갑기만 한 모습이다. 그동안 2선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아 잡을 수 없었던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순탄치 많은 않다
칼 가는 민주당

향후 박 전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민심의 딜레마’를 실감하게 된 만큼,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는 박 전 대표에게 여권의 실책과 책임을 떠안게 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을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박 전 대표 역시 이명박 정권과의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된 정책과 행보를 통해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버릴 수 없는 만큼, 상당히 신중한 정치적 행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틈을 탄 야권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대 잠룡인 박 전 대표의 움직임으로 최근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그 요동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머릿속도 복잡해 보이지만 칼자루를 쥔 쪽은 그러나 역시 박 전 대표이다. 그의 행보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움직임인지 정권 교체를 향한 움직임인지 현재로선 미지수이지만 ‘주류 박근혜’, ‘실세 박근혜’, ‘박근혜 대세’인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박근혜당 만들기’ 프로젝트가 그의 계획대로 척척 진행된다면 대선을 앞두고 당내 장악력을 높임은 물론, 여권의 파상적인 공세까지 차단하는 이중효과를 누릴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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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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