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위협하는 암초 ‘넷’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04 19:21:27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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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시동…끝까지 밀고 나갈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경 정국을 돌파한 문재인정부가 암초를 만났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대북·외교 정책부터 증세 방안까지 야당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첫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정부가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달 29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기습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의식해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토록 지시했다. 그는 “필요시엔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며 강경 대응했다. 

사드 임시배치 
오락가락 행보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추가를 지시했지만 각 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일부서 반발 조짐이 감지됐다. 당 지도부 공식 입장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에 공감한다”였지만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식으로 (사드 관련 입장을) 바꿔도 되느냐”며 “노무현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결정처럼 지지층 균열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민주당 사드특별대책위원회는 이번 주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드특위 소속 김영호 의원은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에 깜짝 놀란 의원들이 많다. 상황이 바뀐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며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드 강경파’들의 반발 조짐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드 임시 배치 결정이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 민주당 지지층 내부서 균열이 생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싸늘한 야3당…대 정부 파상공세
사드 임시배치 강행 ‘이랬다저랬다’ 

청와대가 사드 임시배치를 결정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염두에 둔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도무색해지는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1일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일관되게 하겠다고 했던 것이고 사드 발사대를 임시 배치해도 나중에 최종 배치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문재인정부의 ‘선 사드 임시 배치, 후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내법에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하도록 돼있는데 환경영향평가를 포기하고 임시 배치를 한다고 한다. 그럼 배치를 했다가 환경영향평가서 곤란하다고 나오게 되면 철수 시킬 거냐”고 지적했다. 

비단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안팎서도 북한의 도발·위협이 새롭게 불거진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연내 불가능하다는 듯이 했다가 급작스럽게 임시배치로 돌아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동산 대책
노정부 시즌2?

사드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문재인정부는 서울 강남권과 세종시 등에 대한 투기과열지역·투기지역 지정 등을 골자로 한 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업계는 8·2부동산대책이 노무현정부 때 발표된 8·31부동산대책에 버금가는 규제로 평가했다. 투기수요 억제를 통해 부동산 상승요인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을 놓고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지난 2일 8·2부동산대책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우선적인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 모두발언을 통해 “서민 주거문제 해결이야말로 최고의 민생 대책이고 정치가 해야하는 일”이라며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인 만큼 강력한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제2의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듭할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한국당 송석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시장 경제 추체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측면서 경제활동을 도모해야 하는데 반시장 정책이 너무 난무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수도권 규제와 같은 시대착오적 규제 등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정부는 8월에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단 한가한 소리하다 발표했지만 결국 뒷북”이라며 “미온적 대책이란 평가를 받고 정책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정부의 시즌2 정책’이라는 비판을 한귀로 듣고 흘리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부 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주도 성장은 증세와 연결된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일 소득세와 법인세를 동시에 인상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연 3억∼5억원에 달하는 과표구각능 신설해  현재 38% 세율을 40%로 상향조정했고, 5억원 초과 구간은 현행 40%서 42%로 올렸다. 소득세 증가분에 적용되는 대상자는 약 1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추가세수분은 2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부자 잡는 부동산 정책
노무현 정권이 보인다

이명박정부서 22%로 낮춘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도 25%로 상향 조정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일 “비과세 감면 등 일부 정비를 통해 세입보충 노력을 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세율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계층과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율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재인정부의 역점사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 수를 늘리고 2년 동안 고용을 유지하면 1인당 중소기업은 1400만원, 중견기업은 1000만원의 세금이 감면된다. 

문 대통령이 대선과정부터 심혈을 기울인 정부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야당은 일제히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졸속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인세 인상 반대를 주장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아 온도차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브리핑을 갖고 “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의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모든 주주, 근로자, 협력중소기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증세이자 기업 발목 잡는 증세, 일자리 감소 증세”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재정개혁을 위한 청사진 제시를 요청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서면논평을 통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생색내기용 세제개편안”이라며 “100대 국정과제에  필요한 소요재원 마련 등 향후 재정소요 및 조달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없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도 청와대의 ‘불도저식’ 행정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증세 논의는 하루 만의 말바꾸기 증세”라며 “여야청 협의를 하자더니 그대로 밀어붙인 독선·독주 증세”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최대 쟁점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번 증세법안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정부의 철학이 담긴 만큼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당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과의 공조가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1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법인세 딜레마
불안한 탈원전

정부 초기 문재인정부는 탈원전을 화두로 던졌다.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 문 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은 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원전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6기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등 단계적 원전 감축계획을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특히 이 계획에는 신고리 5·6기 건설 중단 여부도 포함돼 여야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에 돌입했다. 정부는 신고리 5·6기 공론화위원회를 지난달 24일 출범시켰다. 공론화위는 오는 10월21일까지 3개월간 활동하면서 설문조사, 배심원단 구성, 공청회 등을 진행한다.

공사 중단 혹은 재개 결정은 실질적으로 시민배심원단이 내리도록 했다. 이에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신고리 5·6기 건설중단은)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배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고리 원전 중단
혈세 낭비 시작?  

국민의당도 공론화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탈원전 TF팀장을 맡고 있는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론화위가 지난달 27일 원전 중단 여부는 공론조사를 통해서가 아닌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명분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 구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역시 신고리 원전 중단은 국회서 먼저 논의돼야 하는 것이 맞다며 공론화위 활동을 부정적으로 봤다. 야권의 공세가 계속되자 민주당은 지난 1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서 “2022년 이후 원전 설비 감소로 10GW(기가와트) 설비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15년 동안 신재생 에너지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건설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며 “(항간의) 전력 대란이나 블랙아웃을 우려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서도 “탈원전 정책이 오해를 사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키도 했다. 

막연한 과제
매서운 공세

내각을 모두 마친 문재인정부는 대북·외교, 정부주도 성장, 부동산 대책, 탈원전 등에 있어서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야권은 더욱 공세 수위를 높일 수밖에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행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나라의 진로와 미래를 급격하게 변경하는 정책을 결정할 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정책 과제가 성과를 내고 국민들이 체감하기 위해선 막연하게 100대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하기 보다는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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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