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잡은 배명고 김경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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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7.28 18:57:20
  • 호수 12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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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믿었다. 그리고 그들이 해냈다”

지난 2015년11월 배명고 야구부 감독으로 갓 부임했던 김경섭 감독은 그때까지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결정에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배명고 야구부는 20년이 넘도록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배명고 출신의 전설적인 스타였던 김동주(전 두산 베어스)가 활약하던 1992년 3관왕(황금사자기, 봉황대기, 전국체전)을 차지한 이후 전국대회 우승과는 점차 멀어져만 가던 시기였다. 

게다가 전임 윤여국 감독의 뒤를 이어 부임한 게 된 김 감독은 직전까지 배명중 야구부의 감독을 20년 이상 성공적으로 수행해 오며 수많은 우승과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했던 지도자로서는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의 배명고 야구부 감독으로의 취임이 본인의 의지보다는 학교 당국과 재단, 그리고 동문들의 강권에 의한 것이었기에 그로 인한 본인의 고뇌는 더욱 깊었을 것이다.

그의 선택은 ‘Go’였다. 부임 직후 코칭스탭진을 새로 구축하고, 그들에 대한 보직 분담과 보고체계를 확립했다. 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훈련프로그램과 개별적인 면담을 진행하며 내부의 전력도 점검했다. 

외적으로는 학교 당국과 재단, 동문들을 접촉하며 훈련장내 시설 확충과 야구부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의 노력은 전통에 빛나는 배명고 야구부의 저력을 살려냈다. 감독 부임 첫 번째 시즌이었던 2016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4강의 성적을 올렸고, 두 번째 시즌인 올해 2017년 제72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으로 결실을 거뒀다.
 

청룡기 우승 직후 다시 찾아간 김 감독은 한결 확신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청룡기 제패에 대한 모든 공을 제자들에게 돌리며 그들 모두를 자랑스러워했다. 때마침 배명고 출신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한국프로야구 원년 MVP였던 박철순(전 OB 베어스)이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 하고 있었다.

-청룡기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이번 우승은 전적으로 모든 선수들의 공이다. 경기에 투입됐건 투입이 안됐건, 그리고 투입이 됐어도 아주 작은 역할만 수행한 채 경기장을 나왔건 간에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수행해줬다.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벅찬 보람을 느낀다. (배명)중학교 감독일 때도 우승을 많이 해봤는데 고등학교 감독으로 우승을 해보니 또 다른 느낌과 보람을 가지게 된다.

-배명고 집중력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다. 전국대회의 결승전서 서울고라는 강팀을 상대로 1점 차의 승부를 겨루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준비 과정서부터 우리의 선수들을 믿었다. 우승하자는 열망 아래 팀워크로 뭉쳤고, 누구 하나 긴장을 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모두가 전부 희생을 할 각오였고 팀 동료들을 믿고 있었다.

-우승까지 비하인드가 있다면?


▲예를 들면 박종현 같은 투수다. 그는 경기 전 나를 찾아와 자기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밝히더라. 3학년 선수가 자신의 진로와 대학 진학을 위해 경기에 나가서 성적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컸었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시합서 감독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나 역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박종현은 결승전서 서울고 핵심 전력이었던 강백호를 상대로 원포인트 맞춤형 투수로 나가 커브 4개를 던져 그를 잠재우는 공을 세웠다. 마음가짐이 훌륭한 선수다.

김성주 같은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맞춤형의 원포인트 투수로 나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 원래 야수 출신인데 투수 역할도 충실히 잘 해주고 있다. 성민종 또한 타격에 재질이 많은 선수인데 투수로도 9개월 정도 훈련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대타로 나가면 꼭 안타를 쳐주는 훌륭한 선수다.

-결승전 서울고를 상대로 대비했던 전략은?

▲사실 내심으로는 덕수고가 결승전에 올라오기를 바랐었다. 작년 청룡기대회서 우리가 4강전에 만나 무릎을 꿇었었고, 다시 한 번 승부해 설욕하고 싶었다. 그런데 서울고가 올라오더라. 현재 서울고서 투타의 핵을 이루고 있는 선수는 투·포수로 뛰고 있는 강백호고, 우리 전략의 핵심은 그러한 강백호를 투타서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타격 시 강백호의 약점은 느린 공을 공략하기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투수로는 선발이 아닌 구원이나 마무리 투수로 올라올 것이라는 예측으로 그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선취점이나 점수를 미리 뽑아내는 전략으로 경기에 들어갔는데, 고맙게도 그러한 시프트와 전략에 따라 투입됐던 선수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줬다. 

사실 그 동안의 감독 경험에 비춰볼 때 상대팀이 우리를 쉽게 볼수록 오히려 우리는 대처하기가 편하고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서울고와의 결승전에선 아주 단순하게 서울고의 핵심이었던 강백호를 대상으로 준비를 했었다.

-에이스 곽빈이 마운드에 올라 폭투로 1점을 주며 승부를 긴박하게 만들었다. 이때 무엇을 지시했나?

▲당시 서울고 주자가 루상에 있던 상황서 그냥 1점을 줄 생각으로 편하게 투구하라고 지시했다. 우리의 투수들은 모두 정신력이 최고 수준인 선수들이고 나 역시 그들을 믿었을 뿐이다. 더구나 곽빈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1차로 지명돼 이미 자신의 진로가 결정이 난 상황이었는데도 조금의 나태함이나 게으름 없이 대회 기간 내내 팀을 위한 희생과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곽빈이 무너지면 그 후 어떤 카드가 있었나?

▲만약에 곽빈이 무너지면 이후에는 준결승전서 안산공고를 상대로 위력을 보여 주었던 이재승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우리는 곽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재승 또한 150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또 하나의 카드였다.

-사실 곽빈과 이재승은 올 시즌 투수로써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들이다. 그동안 왜 주목받지 못했나?


▲작년 시즌에 곽빈은 투수로는 단 한 경기에만 투입됐었다. 타격에도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선수이기에 1루수를 맡으며 그의 어깨를 보호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었다. 내가 욕심을 부려서 작년에도 투수로 기용했으면 많은 과부하가 걸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올해와 같은 활약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내 욕심을 누린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생각이다. 

이재승은 훌륭한 신체조건을 갖춘 곽빈 못지 않은 강속구 투수인데,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에 따른 재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완쾌해 올 시즌부터 투수로 투입했는데, 오랜 공백기 때문인지 시즌 초반부터 이번 대회 초반기까지 경기감각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준결승 상대인 안산공고와의 시합 때부터 그의 힘을 동반한 강속구가 제구력이 따라주며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선수들이다.

-감독으로 부임 이후 배명고의 팀컬러가 많이 바뀌었다.

▲고등학교 선수들, 특히 3학년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의 진로와 대부분 대학 진학과 연관된 본인 자신들의 개인성적이다. 감독의 역할 중 하나는 그러한 부담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주며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서도 감독은 또한 이들을 기용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 팀에는 현재 12명의 고3 수험생인 투수들이 있고, 올 시즌 전반기 주말리그부터 지금까지 이들을 어떻게 기용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개인성적을 올리게 해줄 수 있나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또한 팀의 성적을 높이는 것에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평소 선수들과 어떠한 소통을 하나?

▲나 역시 야구를 해왔던 내 인생에 비추어 야구 후배들인 선수들에게 그들의 인생에 관한 충고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인생서 야구가 잘 안 풀릴 때도 있지만, 항상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야구로써 성공을 못할 수도 있지만 항상 또 다른 기회가 인생에서는 찾아온다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야구뿐만 아니라 많은 공부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야구 이외에 직업적인 선택의 폭도 매우 넓다는 것을 항상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들이 진로를 잘 선택해 인생이 잘 풀릴 수 있도록 감독인 나 역시 끝까지 도와주겠다는 것, 그러니 야구뿐만 아니라 인생의 무엇이든 미리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라는 것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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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