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33> 연령별 투자 요령

늙어가는 대한민국…언제 어디가 좋을까

대한민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5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2.3%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27.8%로 증가할 예정이고, 2026년에는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특히 7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2005년 3.0%에서 2025년 7.9%, 2035년 13.0%로 늘어나 2030년에는 지금의 노인인구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1000만 노인인구라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연령별 투자 요령을 알아봤다.

고령화 속도 빠르게 진행…2026년 노인 1000만명
연령대 맞는 부동산 선택해야 안정·효율 극대화
“생애주기별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안정적으로 월세가 나오는 임대용 부동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 초년생부터 신혼부부에 이르기까지 늘어난 수명을 대비해 미리 노후를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연령대에 맞는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며, 투자전략 및 주의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부동산은 여전히 생애재무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이 타 재테크 상품과 다른 매력은 실거주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물자산을 갖고 있으므로 불경기 때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보다 안정성이 높다. 호경기 때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자산 가격이 함께 올라가므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부동산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애주기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20대 후반∼3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미혼직장인이 대부분인 이 연령대는 대부분 집이 없고 자금을 가지고 있거나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는 무리다. 부동산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등 거주비용을 줄이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 시기에는 내 집 마련을 단연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주식이나 펀드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예/적금 등 안전한 재테크로 종자돈을 불려 나가는 게 좋다. 처음 받는 월급으로 어떻게 첫 단추를 꿰느냐가 중요한데 새내기 시절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 보면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차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경한씨(32)에게 지난해는 영원히 잊지 못할 해가 됐다. 직장 동기들보다 한 해 빨리 과장으로 승진한 데다 서울의 24평형짜리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기 때문이다.

그는 신입사원 때부터 청약통장을 만들어 월급의 50% 이상을 부지런히 저축했다. 박씨가 부모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에 빨리 성공한 것도 청약통장 덕이 컸다. 청약통장에 돈을 불입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경제신문을 꾸준히 구독하는 등 부동산 정보 수집에도 열을 올렸다. 철저한 자금계획을 세워 종자돈을 마련해 갔다.

박씨처럼 사회 초년병 세대의 경우 청약통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 물론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늘어나는 미분양 아파트 탓에 청약통장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 핵심 지역에 보금자리주택(공공주택)과 민간건설 주택의 공급이 확대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청약통장을 쓸 곳은 많은 편이다. 청약통장을 이용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우선 분양가가 적정한지, 앞으로 개발호재 등 상승 여력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현재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따라 분양가는 점차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 당분간 분양가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신중하게 청약에 나서는 게 좋다. 청약통장으로 내 집 마련을 할 때는 입주시점까지의 금융비용 등 기회비용을 감안해 분양내용, 중도금 등과 관련된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30대 중반~40대 초반

30대 중반∼40대 초반은 목돈을 불리는 시기에 해당한다. 직장에서의 위치나 수입이 어느 정도 올라가 있고 자녀도 어려서 재산을 불리기에 좋은 시기다.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했다면 이때에는 무엇보다 금융상품을 이용해 목돈을 먼저 불린 후 주택부터 마련하는 것이 좋다. 40대에는 자녀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해 학업에 더 많은 자금이 들기 때문에 30대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치면 훨씬 많은 부담이 생기게 된다.

근로자우대저축 비과세 금융상품에 가입해 절세효과를 보면서 총소득의 50% 정도를 저축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이용하면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보다 쉽게 대출할 수 있고, 고객 기여도에 따라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알차게 모으다 보면 30대 후반기에 내 집을 장만할 기회가 왔을 때 그동안 모은 목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초기 재개발지역 내 소형 주택지분을 매입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분양 받으면 최소 2∼3년 안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일반 아파트 매매시세보다 20% 이상 싸고,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을 받으므로 로열층을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특히 직장과 가까운 도심 재개발 지분은 반드시 눈여겨볼 만한 재테크 상품이다. 아파트 분양권도 시세차익은 물론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준다. 떠도는 소문만 믿고 매입하기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투자하고, 단기차익보다는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하면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

내 집 마련 시 목돈이 필요한 도심 아파트를 고집하면 ‘장기전’에 실패할 수 있다. 현재 자금은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미래를 보고 투자할 때는 되도록이면 주거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이 경우는 아파트보다는 빌라나 소형 단독주택을 먼저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저가로 매입해야 환금성 면에서 유리하므로 경·공매, 또는 은행의 유입 물건 등 취득원가를 낮춰서 매입한 다음 시가보다 싸게 내놓으면 쉽게 팔 수 있다. 내 집이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40대 중반∼50대 초반

부동산 투자가 가장 왕성한 연령층은 바로 40대 중반∼50대 초반 세대다. 이들 중에는 과거 내 집 마련에 성공해 부동산 투자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윳돈이 있다고 해서 기획부동산에 속아 터무니없는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상가든, 토지든, 주택이든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철저한 수익 및 비용 분석을 한 뒤 투자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먼저 상가에 투자할 때는 우수한 상권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상권 활성화 여부에 따라 임대수익과 자본수익이 좌우된다. 물론 기존 상권이 유리하겠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 상권도 가격만 적당하다면 매입해도 괜찮다.

자금계획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시장이 불확실한 때는 여유자금을 갖고 투자하는 게 원칙이다. 만약 대출을 끼고 투자한다면 금융비용을 감안한 임대수익이 연 4∼5% 정도는 나와야 한다. 중·소형빌딩의 경우엔 수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들어가는 만큼 세금을 비롯해 매입자금이나 수선비 등도 세심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50대 중반∼60대 초반


자녀들이 분가하고 본격적인 노후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로, 최근 50대는 그동안 모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투자방법에서 재산을 늘리는 투자방법으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기에는 투자의 규모가 크고 한 번 실패하면 회복하기가 힘든 만큼 다양한 형태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자칫 고수익을 위해 무리해서 규모가 큰 부동산에 돈을 모두 투자할 경우 상속문제와 각종 세금문제 등에 걸리고 환금성도 떨어지게 된다.

30∼40대에는 적극적인 투자전략으로 목돈 불리기에 나서야 하지만 본격적인 노후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50대로 들어서면 무엇보다도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하므로 임대수입이 보장되는 다양한 소형 물건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여유자금이 다소 부족하다면 상대적으로 자금 투입이 적은 펜션 임대사업이 좋다. 펜션은 부부가 함께 전원생활을 하면서 안정된 현금을 벌어들이기 용이하다.

하지만 일정규모 이상의 펜션은 숙박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또 경매를 통한 소형 물건 낙찰, 즉 지하 매물이 유망하다. 비록 지하 물건이지만 취득가가 매우 싼 데다 임대수요가 충분해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청년층, 내 집 마련이 최우선
중년층, 목돈 최대한 불려야
장년층, 재산 늘리기에 중점
노년층, 상속이냐 처분이냐


반지하 빌라, 지하상가, 대형 빌딩 내의 지하 구분사무실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지하라고 우습게보면 안 된다. 지하이기 때문에 낙찰가가 60%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역에 따라 임대가는 투자 원금 이상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 30∼40% 이상을 올릴 수 있으며 아무리 목 좋은 곳이라도 지하라는 이유로 5000만원 미만에 매입할 수 있고 경쟁률도 아주 미미하다.

20평형 이하 소규모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 후 월세를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투자금액은 1억원 안팎이 적당하며, 상가에 투자할 때에는 기존 상권이 형성된 곳의 점포가 괜찮다. 자금 여유가 많은 투자자들은 재개발 아파트단지 내 상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임대주택사업, 다가구주택, 상가주택은 투자규모가 크지만 입지에 따라 임대수익이 높다.

전철 역세권 등 요지에 위치한다거나 소형 부동산이라면 월 100만원 이상의 높은 소득이 보장되고, 싸게 매입했다가 되팔 경우 시세차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소형 아파트, 도심 오피스텔이나 원룸주택도 임대수익이 높은 상품으로 집 수선 등 세입자 관리가 손쉽고, 월세 비중이 높아 위험 부담이 낮다.

그러나 규모가 큰 임대용 부동산은 구입가격만 비싸고 입주자들이 자금 부담을 느껴 세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오피스텔은 고정 수입은 있지만 시세차익 가능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직장에서 은퇴해 전원주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자녀들이 찾기 쉬운 농가를 싸게 구입하면 전원형 주택으로 안성맞춤이다. 5000만원 안팎의 주택이 많고 텃밭이 딸린 경우라도 1억원 미만에 매입할 수 있다. 이러한 물건을 매입할 때는 환금성이 높은 수도권 지역이나 관광지 주변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60대 중반 이후

60대 중반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부동산 처분에 있다.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팔거나 역모기지론을 받아 현금 확보를 원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자녀들에게 물려 줄 것인지, 아니면 처분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들 세대에서 가장 큰 이슈는 상속 및 증여다. 현행법상 최고 세율이 50%인 상속·증여세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증여를 해두는 게 좋다. 현행법상 증여 후 10년이 지나면 상속 재산으로 합산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세금이 높은 편이다. 증여세를 줄이려면 일단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으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부동산 가격이 싼 시점(저평가된 시점)에 증여할 경우 과세표준을 줄여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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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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