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미스터리’ 청와대 캐비닛 음모론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39:27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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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잡으려고…진짜 타깃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서 전 정부의 문건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문건들이 대거 검찰에 넘겨지면서 박 전 대통령 재판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이 미칠 예정이다. 이밖에 과거 국정농단에서 검찰의 칼끝을 피해간 인물들도 이번 문건으로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박근혜정부 민정비서관실서 생산한 문건 300종을 발견했다며 언론에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자료는 300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나오는 문건들
박·이 겨냥?

청와대에 따르면 문건은 내용별로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자료 등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내역, 고 김영한 민정수석 자필 메모 등을 언급해 해당 문건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해당 자료의 사본을 검찰에 넘기고 원본은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았다. 

청와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7일 정무수석실서 박근혜정부 문건이 또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민정수석실서 문건 발견 뒤 추가 점검 도중 발견됐다는 것이다. 발견된 문건은 13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 등에 있는 캐비닛 3곳서 이전 정부 문건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도 청와대는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이전정부 청와대 문서와 관련해 ‘2015년 4∼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기조’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활성화 등 홍보 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해당 공간은 이전 정부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하던 곳으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504개의 문건이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전 정부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측은 청와대가 문건을 공개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해당 문건에 대해 함구하다 갑작스럽게 공개한 게 어떤 정치적 고려가 담겼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14일 최초 공개…민정실·정무수석실 탈탈
하필, 왜 지금? 단순히 국민 알권리 차원?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 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에 대한 비리 캐기는 이번 정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청와대 문건 공개는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키도 했다. 한국당이 고발한 대상은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박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이다. 이들은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받는다.

한국당이 청와대를 고발까지 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정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박 청와대 대변인을 고발한 것은 “얼토당토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둑이라는 행위가 잘못이지 도둑질 한 사람의 이름을 밝혔다고 해서 개인정보 누설이라고 얘기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당 측이 고발까지 불사하며 열을 내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건 공개 시점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3일 문건을 발견한 뒤 11일이 지난 발표의 경우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닌지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했고, 해외 순방을 비롯한 일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신난 민주당
뿔난 한국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 문건 발견에 대해 “검찰은 해당 문서를 철저히 분석해 박근혜정권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실체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 검찰에 인계된 문서들은 박근혜 정권이 특검의 압수수색에 응했다면 당연히 검찰의 손에 넘어가 있었어야 될 것들”이라며 “여전히 가려진 국정 농단의 전모를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민정수석실서 발견된 문건을 두고 “최순실 국정 농단의 중요한 증거물”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목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최순실 국정 농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중요한 증거물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황교안 직무대행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아냈는지, 수십만건의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수십년동안 열람을 금지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한 대통령기록물이 국정 농단을 입증할 중요 자료로 인식하고 있다. 우선 특검에 넘긴 문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검은 지난주 청와대가 넘긴 문건과 마찬가지로 분석 및 검찰 이첩을 거쳐 공소유지와 추가수사에 활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증거채택에는 재판 일정과 문건 내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다음 달 초 결심공판을 갖겠다고 재판부가 밝힌 이 부회장 재판의 경우, 증거 제출에 대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위·변조는 없는지 규명하고 원 작성자를 법정으로 불러 작성 여부를 따진 뒤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는 앞으로 국정농단 재판서 추가문건 내용에 따라 ‘안종범 수첩’과 같이 정황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보수단체 지원 
방산비리 의혹

재판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검찰은 청와대 문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검찰관계자는 지난 20일 “현재 특수1부 수사 검사가 8명으로 증원돼 평상시 특수부 2개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1부는 최순실게이트를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주축이었다. 현재 특수1부는 특검이 넘긴 민정비서관실 문서와 메모 내용 분석에 주력하고 있는데 정무수석실 문건, 국정상황실, 안보실 문건도 특검을 거쳐 검찰로 넘어올 전망이다. 


민정실과 정무수석실 문건의 생산 시기와 내용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사의 방향도 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정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메모와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이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해당 문건은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유지와 관련해 보강 자료로 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2015년 3월2일부터 지난해 11월1일까지 생산된 정무수석실 문건은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외에 새로운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가 확연히 드러난 점도 민정실 문건과의 차이점이다. 정무수석실 문건은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 근무 당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건으로 확인됐다. 

정무수석실 문건 중에는 지난해 4·13총선에 보수단체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여권과 보수진영에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및 관제 시위 의혹 수사와도 연결된다.

전·전전 정권 정조준…방산비리까지 턴다
이병기·이원종 노심초사…우병우 끌려가나?

또 해당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 특조위 활동까지 조직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가능성에 두고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검찰의 칼날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자리한 이 전 수석은 앞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관여 정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기소 대상서 빠졌다. 해당 문건을 토대로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관여 의혹 등으로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관련성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문건과 관련한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해 관련성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을 토대로 전 정부의 ‘방산비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해당 문건이 반부패·사정 드라이브에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민정수석실서 감사원 등 9개 사정기관의 국장급 실무자가 참석한 가운데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를 열고, 사정기관별 역할 분담, 방산비리 관련 정보공유, 방산비리 근절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리온 헬기 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키로 했다. 이와 함께 민정실과 정무수석실서 발견된 전 정부 청와대 생산 문건을 매개로 전 정부에 대한 사정 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의 직·간접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건에 따라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당국으로 이뤄진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키도 했다. 

거센 사정 바람
적폐청산 본격화

정치전문가들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 공개가 문재인정부 초반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 전 수석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기록물 누설? 
            
이번에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을 두고 기록물 누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법리 검토를 마친 끝에 기록물 누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 기록물 누설이 되려면 비밀 문건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문건은 생산과 동시에 비밀등급이 부여되지 않아 비밀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전임 대통령만 지정할  권한이 있고, 전임 대통령 본인이나 허락된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다. 이번 문건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해당되지 않아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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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