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미스터리’ 청와대 캐비닛 음모론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39:27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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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잡으려고…진짜 타깃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서 전 정부의 문건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문건들이 대거 검찰에 넘겨지면서 박 전 대통령 재판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이 미칠 예정이다. 이밖에 과거 국정농단에서 검찰의 칼끝을 피해간 인물들도 이번 문건으로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박근혜정부 민정비서관실서 생산한 문건 300종을 발견했다며 언론에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7월3일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자료는 300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나오는 문건들
박·이 겨냥?

청와대에 따르면 문건은 내용별로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자료 등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내역, 고 김영한 민정수석 자필 메모 등을 언급해 해당 문건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해당 자료의 사본을 검찰에 넘기고 원본은 국정기록비서관실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았다. 

청와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7일 정무수석실서 박근혜정부 문건이 또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민정수석실서 문건 발견 뒤 추가 점검 도중 발견됐다는 것이다. 발견된 문건은 13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 등에 있는 캐비닛 3곳서 이전 정부 문건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도 청와대는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이전정부 청와대 문서와 관련해 ‘2015년 4∼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기조’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활성화 등 홍보 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해당 공간은 이전 정부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하던 곳으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504개의 문건이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전 정부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측은 청와대가 문건을 공개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해당 문건에 대해 함구하다 갑작스럽게 공개한 게 어떤 정치적 고려가 담겼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14일 최초 공개…민정실·정무수석실 탈탈
하필, 왜 지금? 단순히 국민 알권리 차원?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 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에 대한 비리 캐기는 이번 정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청와대 문건 공개는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키도 했다. 한국당이 고발한 대상은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박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이다. 이들은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받는다.

한국당이 청와대를 고발까지 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정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박 청와대 대변인을 고발한 것은 “얼토당토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둑이라는 행위가 잘못이지 도둑질 한 사람의 이름을 밝혔다고 해서 개인정보 누설이라고 얘기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당 측이 고발까지 불사하며 열을 내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건 공개 시점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3일 문건을 발견한 뒤 11일이 지난 발표의 경우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아닌지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했고, 해외 순방을 비롯한 일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신난 민주당
뿔난 한국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 문건 발견에 대해 “검찰은 해당 문서를 철저히 분석해 박근혜정권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실체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 검찰에 인계된 문서들은 박근혜 정권이 특검의 압수수색에 응했다면 당연히 검찰의 손에 넘어가 있었어야 될 것들”이라며 “여전히 가려진 국정 농단의 전모를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민정수석실서 발견된 문건을 두고 “최순실 국정 농단의 중요한 증거물”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목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최순실 국정 농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중요한 증거물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황교안 직무대행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아냈는지, 수십만건의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수십년동안 열람을 금지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한 대통령기록물이 국정 농단을 입증할 중요 자료로 인식하고 있다. 우선 특검에 넘긴 문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검은 지난주 청와대가 넘긴 문건과 마찬가지로 분석 및 검찰 이첩을 거쳐 공소유지와 추가수사에 활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증거채택에는 재판 일정과 문건 내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다음 달 초 결심공판을 갖겠다고 재판부가 밝힌 이 부회장 재판의 경우, 증거 제출에 대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위·변조는 없는지 규명하고 원 작성자를 법정으로 불러 작성 여부를 따진 뒤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는 앞으로 국정농단 재판서 추가문건 내용에 따라 ‘안종범 수첩’과 같이 정황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보수단체 지원 
방산비리 의혹

재판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검찰은 청와대 문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검찰관계자는 지난 20일 “현재 특수1부 수사 검사가 8명으로 증원돼 평상시 특수부 2개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1부는 최순실게이트를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주축이었다. 현재 특수1부는 특검이 넘긴 민정비서관실 문서와 메모 내용 분석에 주력하고 있는데 정무수석실 문건, 국정상황실, 안보실 문건도 특검을 거쳐 검찰로 넘어올 전망이다. 


민정실과 정무수석실 문건의 생산 시기와 내용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사의 방향도 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정실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메모와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이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해당 문건은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유지와 관련해 보강 자료로 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2015년 3월2일부터 지난해 11월1일까지 생산된 정무수석실 문건은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외에 새로운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가 확연히 드러난 점도 민정실 문건과의 차이점이다. 정무수석실 문건은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 근무 당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건으로 확인됐다. 

정무수석실 문건 중에는 지난해 4·13총선에 보수단체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여권과 보수진영에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및 관제 시위 의혹 수사와도 연결된다.

전·전전 정권 정조준…방산비리까지 턴다
이병기·이원종 노심초사…우병우 끌려가나?

또 해당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 특조위 활동까지 조직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가능성에 두고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검찰의 칼날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자리한 이 전 수석은 앞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관여 정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기소 대상서 빠졌다. 해당 문건을 토대로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관여 의혹 등으로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관련성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문건과 관련한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해 관련성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을 토대로 전 정부의 ‘방산비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해당 문건이 반부패·사정 드라이브에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민정수석실서 감사원 등 9개 사정기관의 국장급 실무자가 참석한 가운데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를 열고, 사정기관별 역할 분담, 방산비리 관련 정보공유, 방산비리 근절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리온 헬기 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키로 했다. 이와 함께 민정실과 정무수석실서 발견된 전 정부 청와대 생산 문건을 매개로 전 정부에 대한 사정 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의 직·간접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건에 따라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당국으로 이뤄진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키도 했다. 

거센 사정 바람
적폐청산 본격화

정치전문가들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 공개가 문재인정부 초반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 전 수석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기록물 누설? 
            
이번에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을 두고 기록물 누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법리 검토를 마친 끝에 기록물 누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 기록물 누설이 되려면 비밀 문건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문건은 생산과 동시에 비밀등급이 부여되지 않아 비밀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전임 대통령만 지정할  권한이 있고, 전임 대통령 본인이나 허락된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다. 이번 문건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해당되지 않아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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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