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경찰 수뇌부 속사정

군·검…경도 물갈이 서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청와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안으로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치안정감 인사를 시작으로 경찰 고위 간부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서두를 계획이다. 정권교체 후라 인사의 폭이 제법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가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유임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르면 이달 내 경찰 수뇌부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경찰의 가장 높은 직급인 치안총감 자리는 이 청장 유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일각에선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그를 유임시키는 것을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규모 인사 임박

하지만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A치안감을 위한 배려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단 이번 인사에서 그를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킨 후 경찰청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에 신임 경찰청장으로 승진 발령시킬 것이란 것이다. 

차기 경찰청장으로 거론되는 A치안감은 과거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에 파견근무를 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근무 당시 현 정부 주요 인사들과 같이 업무를 한 경험이 있어 코드가 맞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 대상은 최소 3명에서 6명 전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치안정감은 김귀찬 경찰청 본청 차장과 김정훈 서울경찰청장, 허영범 부산경찰청장, 박경민 인천경찰청장, 김양제 경기남부경찰청장, 서범수 경찰대학장 등 모두 6명이다. 


출신별로 살펴보면 김정훈 서울청장과 박경민 인천청장은 경찰대, 김양제 경기남부청장과 허영범 부산청장은 간부 후보생, 김귀찬 경찰청 차장과 서범수 경찰대학장은 고시 특채 출신이다. 만일 6명 모두 교체된다면 경찰 수뇌부는 이 청장을 빼고 모두 바뀌는 셈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새로 자리가 생길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에 누가 갈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치안총감인 해양경찰청장 복구 여부는 변수가 크다. 치안정감 가운데 한 명이 승진하면서 이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박경민 인천경찰청장(경찰대 1기)과 김정훈 서울경찰청장(경찰대 2기)이 유력후보로 꼽힌다. 

박경민 인천청장은 치안정감 중 유일한 호남출신(전남 무안)으로 현 정권과 지역코드가 맞는다는 게 강점이다. 여기에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일 처리와 소통능력이 탁월하단 평가를 받아왔다. 또 한 명의 유력후보인 김정훈 서울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 유연하게 대처해 현 정권서도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공직사회 태풍 예고 ‘개혁 신호탄’
치안감급 정리 후 간부 이동 이을 듯

또 다른 경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박경민 인천청장과 김정훈 서울청장 두 사람 모두 평이 좋아 이들 둘 다 임기를 보장해주자는 의견이 청와대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훈 서울청장이 해양경찰청장으로 승진 발령되고 박경민 인천청장은 서울청장으로 수평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김정훈 서울청장과 김귀찬 경찰청 차장, 허영범 부산청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같은 해 9월이었다. 이 청장은 지난해 11월 정기인사에선 김양제 경기남부청장과 박경민 인천청장, 서범수 경찰대학장을 임명했다. 
 

지난해 9월 인사는 구은수 서울청장과 이상식 부산청장이 조직을 떠나고 자신의 자리였던 경찰청 차장 자리가 공석이 됨에 따른 것이었다. 통상 수뇌부 인사는 11∼12월 연말에 진행됐기 때문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총경 이상 고위직은 경찰청장의 추천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이 제청하고,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경찰청장 임기 보장이라는 큰 원칙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경찰 조직 내에서는 치안감급 인사 두명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치안정감에 이은 치안감, 경무관 급 인사까지 줄이어 추진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치안감 인사에서도 뜨거운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치안감 승진자는 과거 경찰청이나 서울경찰청에서 주로 나왔지만 정권교체와 함께 지역을 배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치안정감 6명이 모두 교체될 경우 대규모 승진 등으로 치안감 빈자리가 10개가량 날 수도 있다. 총경들도 경무관 자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에선 최근 전국 치안감과 경무관급 고위 경찰들에 대한 인사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이 가기 전 치안정감을 비롯해 치안감과 경무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술렁이는 내부

한 경찰 간부는 “경찰 정년이 늘어난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이래저래 다들 후속 인사에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청장이 이번 승진건에 대해 확인했다”며 “승진 인원 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경 수사권 조정 진행상황

문재인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기반을 연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개혁이 속도전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을 위한 검찰상’을 확립하기 위해 올해까지 공수처 설치와 관련 법령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 개혁과 연계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하반기에 도출해 법령을 정비한 뒤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검찰 개혁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서부터 포함된 것이지만 구체적인 일정표가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구체적인 시점 제시가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내 입법적 조치를 실행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