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에도 안 잡히는 범죄용의자 5人 전격공개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었나?"

2008년을 끝으로 공중파에서 방송되던 공개수배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폐지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결국 폐지되고 만 것. 그 후로 3년이 흐른 지금 과연 모방범죄는 줄었을까. 물론 아니다. 또 당시 공개수배했던 범죄자들 중 잡히지 않은 수배자도 부지기수다. 경찰청에서는 매년 2회에 걸쳐 20명의 전국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포스터는 전국 경찰서와 파출소 중심으로 배포되고 있으며, 사이버경찰청에서 지명수배자 확인이 가능하지만 일부러 사이트에 접속해 지명수배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국민은 드문 이유에서다. 이에 <일요시사>는 2011년 상반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거된 지명수배자를 제외한 15명의 수배자 가운데 5명을 긴급 공개수배한다.

경찰, 1년에 2번 지명수배범 포스터 물갈이
강력·주요 범죄 피의자 종합수배 ‘총력’

경찰청은 매년 2회(상·하반기)에 걸쳐 전국 지방경찰청의 요청을 받아 범죄자 20명을 지명수배한다. 이는 각 경찰서에서 수배이후 6개월이 지나도 검거 되지 않은 범죄를 대상으로 구성되며 경찰청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공개수배에도 오리무중
"못 찾겠다 꾀꼬리"

범죄가 발생하면 관할 경찰서는 용의자를 확보하고 뒤를 쫓는데 주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검거되지 않으면 각급 경찰서는 용의자를 공개수배한다.

하지만 공개수배의 효과가 단 기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 뒤로 용의자의 행방이 오랫동안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아 우리사회 치안망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살인 등 강력사건 범인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 또 이들은 공개수배라는 굴레 안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손쉽게 추가범행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시민들은 언제라도 추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상반기 지명수배자는 총 20명, 이중 시민들의 제보로 5명이 검거됐고 하반기 지명수배자가 선정되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거되지 않은 지명수배자는 15명이다.

살인, 성폭행, 사기, 폭력 등 강력사건의 용의자인 그들은 과연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① 독신녀 토막 살인사건
- 두 얼굴의 남자

2003년 3월, 충북 제천의 배수로 공사 현장에서 김장용 비닐봉투에 싸인 한 여자의 토막 사체가 발견됐다. 지문 복원 끝에 드러난 그녀의 신원은 4개월 전 경기도 용인에서 실종된 50대 여성 .

실종 전까지 평범한 생활을 해오던 그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처참한 사체로 발견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경찰은 그녀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통화기록을 토대로 한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제주, 부산, 대구, 서울, 경기 등 전국을 무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전과 11범의 신명호(51)가 바로 독신녀 토막 살인사건의 용의자다.

충북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신씨는 사업가를 사칭하며 돈 많은 주부들을 골프 동호회에 가입시킨 뒤 고가의 명품으로 유혹, 사랑과 결혼을 빙자해 금품을 갈취하는 등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다. 경찰 추산 그 피해자만 전국에 걸쳐 수 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기의 달인이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이 신씨는 사기전과 11범. 골프 동호회를 운영하며 여성 회원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그는 평소 피해자가 사채로 돈을 굴려 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신씨의 사기 행각을 눈치 챘고 "사기생각을 폭로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신씨는 피해여성을 살려둘 수 없다고 판단, 2002년 12월16일 경기도 용인에서 피해자를 감금해 결박한 후 목 졸라 살해하고 공구를 이용해 토막 내 충북 제천의 배수로 공사 현장에 유기했다.

살인과 토막도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신씨의 범행 이후 생활은 더 끔찍했다. 같은 동호외에서 3개월을 더 활동하는 등 침작한 모습을 보인 것. 그는 3개월의 시간 동안 그동안 사기 행각을 벌였던 여성들과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을 갖고, 자신이 살해한 여성의 아이디로 동호회에 접속해 다른 회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피해 여성이 아직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② 택시기사 살인사건
- 여성 승객 살해 후 방화


2005년 10월18일 새벽 4시40분께 전북 전주시 전미동 진기마을 부근 제방에서 불에 탄 택시 안에서 여자 변사체가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일행 4명이 차를 타고 지나는데 길 가에 세워진 택시에서 불길이 솟고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경찰은 택시운전자 임대욱(44)의 시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택시 뒷좌석에 있던 사체는 신원과 성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훼손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식 결과 여성으로 판명됐고, 사체가 심하게 탄 점으로 미뤄 살해 흔적을 감출 목적으로 휘발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럿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운전자 임씨가 집과 연락이 두절된 채 영업이 끝난 이후에도 회사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회사 측의 말에 따라 임씨를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당시 임씨는 사건 발생 1개월 전에 택시 회사에 입사했고, 3년 전 이혼, 노모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유류품을 확인한 결과 피해 여성(당시 35세)은 전주 모 호프집에서 일하는 종업원으로 밝혀졌다. 피해여성은 사건 발생 당일 자정 퇴근을 하면서 남편을 만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하지만 6년지 지난 현재까지 임씨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경찰은 공개수배를 하고 임씨 검거에 총력을 다 하고 있지만 수사에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 피해자마저 불에 타 숨져 임씨가 왜 피해자를 살해했는지 살해 동기조차 불분명하다. 사건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임씨는 과연 현재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검거 목적이지만 검거 이후 관리에도 ‘신경’
경찰의 검거 노력은 물론 시민 관심도 필요

③ 노원구 상계동 곗돈 사기사건
- "돈을 갖고 튀어라"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00억원대 곗돈 사기사건의 주인공 김애경(58·여) 역시 아직까지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한창이던 당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인들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불경기에 이어 피땀 흘려 모은 목돈까지 하루아침에 떼였기 때문이다. 상계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계모임을 이끌던 큰 손 김씨가 작정하고 자취를 감춘 것.

2008년 4월2일 김씨는 그동안 끌어 모은 곗돈 100억원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이에 피해자들은 같은 달 7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김씨를 고소해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씨가 지난 20년 동안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계모임을 성실히 이끌었다는 데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많은 상인들은 김씨를 믿고 계에 가입 꼬박고박 돈을 부었다.

하지만 일부 계원들이 곗톤을 탈 차례가 다가왔지만 김씨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상황이 자신에게 벌어지자 계원들은 덜컥 겁을 집어먹고 김씨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피해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김씨는 계원들에게 김정숙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김씨의 행방을 오리무중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자주 드나들던 김씨가 돈을 챙겨 밀입국 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100억원대의 피해금액은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적어도 150명 이상의 계원들로부터 100억원대의 곗돈을 빼돌렸다는 것. 하지만 경찰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피해액은 32억원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④ 희대의 사기꾼
- 이종룡 그는 누구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크고 작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경찰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사기 범죄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경찰청에서 공개수배한 이종룡(55)은 희대의 사기꾼이라 불릴만한 인물이다. 단골 택시기사, 단골 식당주인, 가족처럼 일하던 가사도우미와 자신의 모친 묘를 이장해 준 이장업자까지 인연이 닿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서다.

사기 수법도 다양했다. 사찰공사 투자, 아파트 전세계약, 아파트 상가분양, 납골당 건설을 미끼로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하게 범행을 즐긴 것.

이와 관련 그의 수법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그가 전형적인 거물 사기꾼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까운 사람을 시작으로 대상을 넓혀 목표물을 넓힌 뒤 문어발식으로 사기를 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자만 100여명, 피해액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사기로 갈취한 돈을 단 한푼도 자신의 명의로 해놓지 않아 그를 검거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씨 역시 이종상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건실한 사업가인 냥 피해자들에게 접근했고, 피해자 중에는 길게는 7년 동안 그와 친분을 쌓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씨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 때문에 경찰도 공개수배로 전환해 이씨 검거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의 생업까지 뒤로 한 채 그를 쫓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사기 범죄는 입증이 어려운데다 수사 인력의 한계로 인해 강도나 절도 등의 강력범죄에 비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마냥 경찰 수사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피해자들이 직접 이씨를 붙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

지난해 연초 <SBS 뉴스추적>에서 다룰 만큼 탁월한 사기 능력을 가진 이씨의 검거 소식이 기다려진다.

⑤ 춘천수렵장 접수
- "짝퉁조폭 게 섰거라"

2009년 한 30대 남성이 강원도가 운영하는 춘천시 서면 오월리 강원도립춘천수렵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7~8명을 협박해 2007년 말부터 1년 5개월여 동안 3억여원을 갈취한 사실이 밝혀졌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렵장에서 공익근무를 했던 이상진(32)이 2007년 12월 중순께 수렵장에 침입해 자신을 조직폭력배의 일원이라고 소개한 뒤 사냥용 엽총에 실탄을 장전에 공무원들의 입 속에 넣고 협박하는 당 2009년 4월 중순까지 갖가지 폭력을 행사해 돈을 뜯고 입장료 일부도 챙겼다.

당시 이씨는 수렵장 측으로부터 잠자는 방은 물론 사무실 내에 자신이 쓸 수 있는 책상과 컴퓨터까지 제공받고 무전취식하며 기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4월부터 1년간 총 3200만원을 갈취당한 한 피해자는 "밤중에 휴양림 내 계곡으로 끌고가 흉기를 목에 들이대며 돈을 안주면 가족까지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200만원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32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총 피해자는 수렵장 근무 직원 7명 가운데 6명, 인근 자연휴양림과 관할사업소인 산림개발연구원 내 직원 일부 등 7~8명에 이른다. 이씨는 이들을 대상으로 흉기와 둔기 등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며 돈을 뜯었고, 이들 중 일부 피해자는 이씨에게 맞아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08년 상반기 피해를 당한 한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돼 벌금형을 받고도 다시 수렵장 내에서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 있다. 1년 5개월 동안 범행을 계속하던 이씨는 도산림개발연구원 내 한 중간간부를 대상으로 갈취를 시도하다 거세게 반발하자 2009년 4월 중순께 수렵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이씨가  "수렵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나머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강원도는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관련 공무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직원을 새로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으나, 춘천수렵장은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지난해 간판을 내렸다.

적게는 2년에서 많게는 10년 동안이나 도주생활을 하고 있는 공개수배자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찰은 수배 뒤 잠적하다 검거된 범인들을 보면 대부분 신원공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선을 타거나 축사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일반 사회와는 어느 정도 격리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일부 범죄자들은 뻔뻔하게도 신원을 감춘 채 위장취업하거나 막노동 생활을 하며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추가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치안력을 더욱 강화하고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인권문제로 인해 물심 검문이 제한되는 등 경찰력만으로는 잠적한 범인을 붙잡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경찰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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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