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포진한 ‘낙하산인사’ <완벽공개>

겉으로는 ‘공정사회’ 벗길수록 ‘비리천국’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초부터 마이크만 잡으면 ‘공정사회’를 외쳐댔다. 그러나 눈만 뜨면 벌어지는 권력형 비리로 청와대와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당 정책위는 저축은행사태와 관련, MB정부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53명이라고 발표했다. 끊이지 않는 권력형 비리는 바로 MB정권의 ‘보은인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믿는 도끼로부터 시작되는 비리의 실체를 따라가 봤다.

보은 인사들의 말썽으로 MB는 몸살
비리는 믿는 도끼와 등잔 밑에서 시작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외쳤던 이명박 대통령. 그러나 비리는 오히려 등잔 밑에서 벌어졌다. 청와대 경호처 간부는 경호장비 업체에서, 군 장성은 방위산업체에서, 경찰청장은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 여기에 ‘부산저축은행사태’라는 초대형 폭탄이 터지자 성난 민심은 처음부터 전문가 발탁보다 선거 지지하고 한 자리 꿰차겠다는 일념으로 사리사욕에 급급했던 측근 ‘낙하산인사’에 화살을 돌렸다.

낙하산이 부른 재앙
예고된 권력형 비리세트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들이 퇴출 저지를 위해 감사원, 금융감독원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청와대까지 연루되었다는 설에 청와대와 정치권, 금융계는 아비규환상태다. 캐도 캐도 고구마 줄기처럼 연줄연줄 의혹 관련자들이 계속 나와 수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관련 감사 무마 청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은 전 감사위원은 2007년 대선 당시 MB대선캠프에서 ‘BBK 사건’ 대책팀을 맡아 검찰 수사를 적극 방어한 전력이 있다. 집권 후 이 대통령은 그를 감사원 요직에 앉혔다.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이 감사위원으로 가는 것에 대한 극심한 반대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막강한 실세로 통하던 그는 지난해 시민단체가 낸 ‘4대강 시민감사 청구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하지만 4대강 감사를 무력화시키며  MB정권의 ‘충복’ 역할을 성실하게 이행했다.

이에 현 정부의 낙하산인사에 대한 문제점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굵직한 권력형 비리들이 터지는 원인을 MB정부가 전문성과 거리가 먼 보은차원으로 심은 인사들 때문으로 보고 있다.

비외교 전문가 발탁
‘상하이 스캔들’ 비극

올해 초에는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을 둘러싼 상하이 영사들의 치정관계 및 비자비리, 국가기밀 유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국가적으로 망신을 자초했다. 희대의 스캔들로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자 국무총리실 산하 합동조사단이 나서 조사에 착수하면서 전원징계를 다짐했다. 합동조사단은 지난 3월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사건에 대해 현지조사 결과, 스파이사건이 아닌 단순 치정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상하이 스캔들 파문으로 비외교관 출신의 공관장 보은인사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김정기씨였다. 김 전 총영사 역시 2007년 MB대선캠프에 참여해 집권 후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됐던 것.

상하이 스캔들로 김 전 총영사는 지난 4월 19일 중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았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 중 해임은 파면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중징계로, 3년간 재임용이 불가능하며 연금 및 퇴직금에 불이익을 받는다.

그러나 지난 2월 24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김 전 총영사는 특임공관장 면직 60일 후인 4월 24일 자동으로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 해임 조치의 실효성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3일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덩신밍 사건’에 연루된 외교관 11명 가운데 고작 2명에게만 징계를 내렸고, 9명은 법률상 징계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불문’조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미미한 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한 중국여자에 놀아나는 국가적 망신에도 ‘가카의 보은’으로 제대로 처벌 되겠냐”며 낙하산 인사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보은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김재수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이하룡 시애틀 총영사 등 MB대선캠프 인사들이 손꼽힌다. 김 총영사는 BBK사건 대책단의 해외팀장을, 이 총영사는 대통령 예비후보 정책특별보좌관과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인연을 앞세운 낙하산 인사들을 외교부에서 어떻게 제대로 관리감독 하겠느냐”며 “이번 상하이 스캔들 역시 이런저런 소문이 지난해 초부터 나왔지만, 외교부는 별다른 감사조차 하지 못한 채 결국 뒤늦게 일부 직원 소환으로 마무리하려 했다”고 보은인사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다시 불붙는 함바집 비리
낙하산인사의 불명예 퇴진

이 대통령 측근 실세로 알려진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은 이른바 함바집 운영과 관련, 브로커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장 전 청장은 이 대통령의 선거운동 시절부터 ‘MB노믹스’를 제창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2008년 조달청장을 맡은 지 1년 만인 이듬해 1월 국방부 차관에 취임했고, 지난해 8월 방사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당한 것. 이 대통령 측근으로 실세 중의 실세였던 장 전 청장은 국방차관 시절 장관을 거치치 않고 청와대에 직접 예산 개혁을 보고·추진하며 하극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금품 로비를 벌인 브로커 유상봉(65)씨의 입을 통해 이번 비리에 연루된 걸로 지목된 인사만도 30여명이 넘었다. 또 현 정권의 실세까지 거론되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였지만, 최영 강원랜드 사장과 경찰 수뇌부들의 구속으로 일단락됐다. 최 사장 역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시울시청 산업국 국장, 경영기획실 실장 등을 지낸 측근인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유씨가 다시 입을 열면서 검찰의 함바집 비리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임상규(62)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을 출국금지했으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임 총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씨가 서울은 물론 지방 곳곳에서 함바집 사업권에 손을 댄 점을 감안할 때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여 또 어떤 거물급 인사들이 걸려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전문·도덕적 흠결에도 심고 또 심기
언제 또 특대형 비리폭탄 터질지 몰라

이 대통령은 첫 내각 인선에서부터 도덕적 결함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권 창출에 도움 준 사람들을 발탁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번 5·6 개각에도 장관 내정자 5명이 비전문가인 데다 도덕적 흠결이 속속 제기됐지만 모두 장관으로 채택됐다. 이번에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인맥이었다는 점에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T나 포스코 등의 대기업에도 창업공신들을 줄줄이 앉혀 놨다. 2009년에는 경제자문위원이던 이석채씨가 KT 회장자리에 올랐고, 2010년에는 청와대 대변인을 거친 김은혜씨가 KT 전무자리를 꿰찼다. MB선거대책위원을 역임한 허준영씨도 2009년 철도공사 사장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에 큰 기여를 한 ‘선진국민연대’에서는 3명의 장관을 배출한 전력이 있고, 20명의 인사가 공공기관의 이사나 감사로 발령났다.

한 방송사에서는 참여정부 5년 동안 측근인사가 총 185명 등용되었던 것에 비해 MB정부 3년 동안 측근인사가 306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곳곳에 심겨진 보은인사들의 비리시한폭탄이 또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도덕적 흠결쯤은 눈감아?
공정사회는 공허한 외침

야권의 한 관계자는 “물가와 전세 대란, 비싼 등록금 등으로 서민들은 허리가 휘다 못해 구부러진 상태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몇몇 고위층은 권력을 이용해 한푼 두푼 아껴온 서민들의 돈으로 비리를 저지르며 사리사욕을 채워가고 있다”고 꼬집으며 “MB의 최측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부도덕성이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며, 이를 계기로 친인척·측근 관리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실효성은 여전히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딴판으로 흘러가며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성난 민심이 등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도로 비리공화국’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특단의 조치를 내릴 지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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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