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박정희시대’ 비판 이재오 속셈

버림받은 ‘왕의 남자’ 제 갈길 간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거듭 자신의 트위터에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엄혹했던 경험을 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차별화하며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 확보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해석에 이 장관은 “트위터 하기 무섭다”며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박 전 대표도 썩 유쾌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 흠집 내기에 분주한 이재오,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난 비주류, 쓴 소리 하겠다”
박 전 대표 측 불쾌한 반응

4·27 재보선 참패 후 이재오 특임장관은 책임을 통감하며 한 달 가량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7·4 전당대회를 한 달여 남짓 앞두고 기지개를 켠 이 장관은 연일 박근혜 전 대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 행보를 재개하자마자 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유신의 딸’ 박근혜?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이 장관은 “유럽 특사 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특사 보고를 듣고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사 보고 외에) 당이 민생을 해결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야 우리가 국민들께도 면목이 있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이 정치활동을 갓 재개한 이 장관의 행보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이 정권성공과 정권재창출에 다시 한 번 공감대를 형성할지, 아니면 국정현안 조율에서 이견을 표출할지에 따라 이 장관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루어 졌고 많은 정책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친이계는 “당 화합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모두 당과 나라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 데 대해 당내 계파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쏟아졌다.

하지만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 장관은 ‘6·3 항쟁’ 47주년을 맞은 지난 3일 굴욕적인 한일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던 대학생들이 박정희 군사정권에 항거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박정희시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친이계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964년,1965년에 일어났던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 학생운동으로 1965년 군이 대학을 점령해 위수령을 내렸고 드디어 저는 대학 제적과 함께 수배가 되었습니다. 제 인생의 갈림길이었습니다”라고 밝히면서 “오늘은 군이 계엄령을 내려 학생운동을 탄압한 그날입니다. 47년 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당시 시위주동자로 중앙대에서 제적을 당했으며, 이후 군에 강제 징집돼 3년 뒤 만기 제대했으나 3선 개헌 등을 이유로 복교를 거부당했다.

이 장관은 종종 “학교 선생을 하거나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복교가 안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이 장관 개인에겐 의미가 남다른 날이지만, 정치권에선 하필 이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전 대표와의 오찬 회동이 열렸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 가문과의 악연을 연상케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 장관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에 반대했다가 옥살이를 했다.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3차례 옥살이를 한 이 장관에게 ‘유신의 딸’로 불리는 박 전 대표와는 좋지 않은 인연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3일에 이어 지난 6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1974년 서울구치소에서 그해 6월 첫 일요일 아내에게 첫 편지를 썼다. 그때 참담했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감방에서는 자기가 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인 거 같았다”고 쓰며 ‘박정희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박 전 대통령의 과거사 문제를 두 번이나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사실상 열린 공간인 트위터에 이 장관이 비슷한 주제를 연거푸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늘 본인의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지만 공개적으로 두 번이나 언급한 걸 보면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나 각 세우기를 통해 본인의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같은 6·3 동지회 회원으로서 유신 세대가 적지 않은 이 대통령 주변 참모들과 한나라당에 박정희 시절의 ‘역사’와 박 전 대표의 ‘출신’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박 전 대표 쪽은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반독재와 독재의 구도를 만들어 나름의 대선후보로 나서려고 명분을 축적하는 모양”이라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뒤 이 장관이 고립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장관이 자제력을 잃은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장관 쪽은 확대해석은 금물이라는 반응이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박정희 정권 시절 겪은 투옥은 이 장관의 인생을 바꾼 변곡점이었다”며 “당시 개인적 경험과 소회를 사적인 공간에 쓴 것을 두고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확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계속 되자 이 장관은 지난 7일 트위터에 “트윗하기가 무섭다”고 적었다. 이 장관은 “친구는 트윗을 접으라고 한다”며 “일부 언론이 너무 왜곡해서 이미지를 나쁘게 하려 한다. 갈등의 중심으로 나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윗 하기 겁난다”

여권 내 주류 중 핵심주류였던 이 장관. 그는 4·27재보선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등을 통해 여권의 권력구도가 재편되면서 구주류 또는 비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장관 쪽은 이제 스스로를 비주류로 분류하고 비주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주류’ 쪽에 자리를 내주고 뒤로 물러나면서 ‘현 정권 최고실세’, ‘왕의 남자’ 등의 타이틀과는 거리가 먼, ‘2선’으로 물러나 낮은 자세로 일관하겠다는 각오다.

신주류와 구주류의 대립과 갈등처럼 비치는 것은 이 장관도 부담스러워하지만, 궁극적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강한 비주류’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소신을 담은 쓴 소리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정치인 이재오는 원래 ‘비주류 정치’에 능합니다. 이제 비주류 대표주자이니 쓴 소리도 많이 할 겁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트위터 등을 통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한다는 구설수에 휘말릴 것을 알면서도 6·3 학생운동을 거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 장관의 발언이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쓴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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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