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안철수 때문에 여럿 망가지는구나!

398년(태조 7년) 8월에 발생한 제1차 왕자의 난(무인정사 또는 정도전의 난) 직전에 일이다. 정안대군 이방원이 정당문학(政堂文學, 백관을 통솔하고 서정을 총관하던 문하부의 정2품관)인 남재에게 송악(개성)으로 가서 자신의 어머니인 신의왕후 한씨의 제사를 대신 지내줄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아들인 이방원이 제를 지내야 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재에게 그를 부탁한 일은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방원은 황당하게도 남재로 하여금 그 일을 수행하도록 했을까. 그는 바로 남재의 목숨을 구해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세자인 이방석의 왕위 승계 문제로 정도전, 남은, 심효생 등과 이방원을 축으로 하는 두 세력 사이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런데 정도전과 함께 이방석 지지의 핵심 축이었던 남은이 바로 남재의 동생이었고 남재의 또 다른 동생인 남지 역시 정도전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 경우 남재는 자신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연좌의 죄를 면하지 못할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이방원이 거사 바로 직전에 고육지책, 일종에 계책을 낸 게다. 자신이 획책하고 있는 거사에서 남재를 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말이다.

이방원의 계획대로 왕자의 난이 마무리되고 남재의 동생인 남은과 남지가 죽임을 당하자 이방원 추종 세력 사이서 남재에 대한 연좌의 문제가 강력하게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방원이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상기의 일을 근거로 그야말로 단칼에 그들의 의견을 묵살한다.

이어 이방원이 보위에 오르자 남재를 중용하고 급기야 좌·우·영의정의 3정승 직을 제수한다. 이뿐만 아니다. 남재의 손자인 남휘를 자신의 딸 정선공주와 가례를 올려 부마로 삼기까지 한다.


조선조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의 사례를 든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즉 이방원을 그저 ‘사람을 많이 죽인 왕’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정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다시 말해서 이방원은 자신의 사람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챙긴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이방원과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인간이 있다. 정적에게는 그야말로 끽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그저 제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인간, 바로 안철수 전 의원이다.

그동안 <일요시사>를 통해 필자가 민망할 정도로 안철수에게 혹평을 가했었다. 정치인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됨됨이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안철수가 최근에 그의 행태에 정점을 찍는 행위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다. 조작 당사자로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씨가 안철수에게 ‘고소 취하를 부탁드린다. 구속당한다고 하니 너무 두렵고 죽고 싶다’며 구명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안철수는 이에 대해 ‘이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상 무시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가당치 않다. 정치하겠다는 인간이라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도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더해 그 당사자가 자신의 제자였고 자신을 열렬하게 지지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없다.

정치판에 나서지 말아야할 인간들이 있다. 안철수처럼 오로지 자신만 아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사고를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울러 안철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판을 떠나기 바란다. 더 이상 사람들을 망가트리지 말고.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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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