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의도-서초동 총성 없는 ‘삼각전쟁’ 막전막후

‘스르륵~’ 칼 가는 검찰, ‘바르르~’ 떨고 있는 국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청와대와 여의도, 서초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수부 폐지’를 놓고 끊임없는 공방이 이어져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지부진 하던 중수부 폐지안이 여야 합의로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청와대가 검찰 편을 들자 한나라당은 돌변했다. 시간을 더 갖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청와대와 검찰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청와대 지원에 수사 탄력 받아 의원 줄소환 예정
거물 브로커 박태규 신병 확보 시 태풍 몰아칠 듯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사실상 정치권 초토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소위원회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법제화에 합의했지만, 청와대가 지난 6일 거악(巨惡)척결 차원에서 중수부 폐지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성역없는 수사’의 추진력을 한껏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청와대와 검찰 간에 모종의 교감이 오갔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검찰은 이를 부인 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손을 들어주자 한나라당은 입장을 선회했고 여의도는 ‘노심초사 좌불안석’이다.

중수부 폐지안 놓고
확연한 입장 차이

중수부 폐지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 검찰은 각각 거악 제거, 검찰 개혁, 서민의 희망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 바람막이가 되는 중수부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검찰 수사가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중수부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승진이나 영전을 의식해야 하는 간부가 지휘하는 다른 수사부서는 독립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중수부가 과연 중립적이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중수부가 수사한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 대신 과거 권력을 죽이려 한 것뿐이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중수부가 과연 완벽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수사를 했느냐는 국민의 의혹이 과거 정권에서부터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역시 강경하다 못해 비장함이 느껴진다. 검찰은 일선 검찰조직의 역량만으로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는 검사 4~5명씩으로 구성된 특수부와는 구성부터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일선지검 부장검사급인 과장들도 직접 수사하고, 소속 검사들도 대부분 특수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10년차 이상의 중견들이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수사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수부는 총장의 직접 지휘만 받게 돼 있어서, 상부 보고단계를 밟는 일선 지검보다 의사 결정도 빠르다고 주장한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복잡해지는 현실 속에서 강력한 수사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공직자비리조사처, 특별검사제 등을 도입하면 굳이 중수부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독기 품은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6일 전국 검사들을 비상대기 시킨 상태에서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검찰은 수사에 매진, 향후는 수사로 말 하겠다”며 여의도를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성명서에 없는 즉흥 멘트로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 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수부 폐지문제를 놓고 더 이상 정치권에 밀릴 수 없다는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거취를 걸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 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정치권에 대한 항의 표시와 함께 저축은행 수사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심판받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총장은 이와 관련, “저축은행 수사를 끝까지 수행해 서민 피해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권에 대해 수사 강도를 높이겠다는 또 하나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에 청와대는 “거악 척결을 위한 전국 단위 수사조직은 필요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며 언급을 자제하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다.

국회 논의를 관망하던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를 선언한 것은 사개특위 논의가 중수부 폐지 쪽으로 급진전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 논의가 뒤섞여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명확히 선을 그을 필요성을 느낀 걸로 보인다.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비장함 속 선전포고
‘중수부 폐지’ 합의 번복한 한나라당, 비난 쇄도

청와대가 이 시점에서 검찰 손을 들어준 또 다른 이유는 정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축은행 수사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검찰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고 청와대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청와대가 여태 가만있다가 여야가 중수부 폐지에 합의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은 레임덕을 걱정해 검찰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이날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여당인 한나라당에 전달한 점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국회 논의과정에서 중수부 폐지를 막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사개특위 위원들 사이에서 “논쟁이 첨예한 사안에 청와대가 당에 특정 방향으로 지침을 내린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일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제기한 청와대-검찰간 ‘빅딜설’을 일축했다. 청와대는 저축은행 수사 수위를 놓고 제기된 청와대와 검찰의 사전 교감설은 ‘아니면 말고’식의 전형적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면서도 사법개혁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시대에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수위를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또 검찰이 그런 지시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이치에 닿지 않는 얘기에 말할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 길 바쁜 검찰
의원 비리수사 가속화

청와대가 힘을 실어줬지만 검찰로서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국회가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논의 시한이 이달 중으로 예정된 만큼 늦어도 2~3주 안에 이른바 ‘비리 몸통’을 규명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 수사의 칼날은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3월 중순 본격 수사에 착수해 한 달반 동안 1단계 수사를 진행해 21명을 기소했다. 지난달부터는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동시에 비호세력과의 유착의혹을 파헤치는 데 전력했다.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을 구속 또는 기소하고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잇따라 구속했다.

때문에 이후 전·현직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삼길(53·구속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과 통합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 혹은 보좌관에 대한 소환이 우선 점쳐진다. 본인들은 금품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강원저축은행의 비리를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우제창 민주당 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동생 박지만씨와 신 명예회장 간 두터운 친분관계로 인해 지만씨가 저축은행의 각종 이권을 위해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에 선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에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소한 윤여성씨에게서 10년 전부터 로비창구역할을 하며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로비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또 윤씨 외에 해외로 달아난 소망교회 출신의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씨는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신병확보가 비리 몸통 규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박씨가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수사기관과 공조해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배신
민주당 연일 비난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한나라당에 전달하자 현행유지로 가닥을 잡고 중수부 폐지안에 대한 합의를 뒤집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사개특위 검찰관계법소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민주당은 기존 합의안대로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를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합의 무효를 선언하며 충돌했다.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대검 중수부 유지 주장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점이 반영된 결과다.

소위는 찬반 논쟁 끝에 당초 합의한 폐지안과 함께 한나라당의 ‘현행 유지’ 입장을 소수 의견으로 특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선회로 인해 최종 합의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하느냐”며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비꼬며 “검찰개혁의 첫걸음인 중수부 폐지 법안을 여야가 합의한 대로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데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돼서는 안된다. 사법제도로 국민에게 봉사해야지 억압하고 탄압해서는 안된다”고 검찰에 포화를 퍼부었다.

특위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오는 30일 예정대로 활동이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거대여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사실상 18대 국회에서 물 건너갈 것으로 보여 청와대와 검찰, 국회간의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는 검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미소 짓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몇 명의 의원이 소환될지 여의도는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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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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