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의도-서초동 총성 없는 ‘삼각전쟁’ 막전막후

‘스르륵~’ 칼 가는 검찰, ‘바르르~’ 떨고 있는 국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청와대와 여의도, 서초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수부 폐지’를 놓고 끊임없는 공방이 이어져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지부진 하던 중수부 폐지안이 여야 합의로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청와대가 검찰 편을 들자 한나라당은 돌변했다. 시간을 더 갖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청와대와 검찰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청와대 지원에 수사 탄력 받아 의원 줄소환 예정
거물 브로커 박태규 신병 확보 시 태풍 몰아칠 듯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사실상 정치권 초토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소위원회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법제화에 합의했지만, 청와대가 지난 6일 거악(巨惡)척결 차원에서 중수부 폐지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성역없는 수사’의 추진력을 한껏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청와대와 검찰 간에 모종의 교감이 오갔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검찰은 이를 부인 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손을 들어주자 한나라당은 입장을 선회했고 여의도는 ‘노심초사 좌불안석’이다.

중수부 폐지안 놓고
확연한 입장 차이

중수부 폐지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 검찰은 각각 거악 제거, 검찰 개혁, 서민의 희망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 바람막이가 되는 중수부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검찰 수사가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중수부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승진이나 영전을 의식해야 하는 간부가 지휘하는 다른 수사부서는 독립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중수부가 과연 중립적이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중수부가 수사한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 대신 과거 권력을 죽이려 한 것뿐이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중수부가 과연 완벽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수사를 했느냐는 국민의 의혹이 과거 정권에서부터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역시 강경하다 못해 비장함이 느껴진다. 검찰은 일선 검찰조직의 역량만으로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는 검사 4~5명씩으로 구성된 특수부와는 구성부터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일선지검 부장검사급인 과장들도 직접 수사하고, 소속 검사들도 대부분 특수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10년차 이상의 중견들이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수사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수부는 총장의 직접 지휘만 받게 돼 있어서, 상부 보고단계를 밟는 일선 지검보다 의사 결정도 빠르다고 주장한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복잡해지는 현실 속에서 강력한 수사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공직자비리조사처, 특별검사제 등을 도입하면 굳이 중수부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독기 품은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6일 전국 검사들을 비상대기 시킨 상태에서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검찰은 수사에 매진, 향후는 수사로 말 하겠다”며 여의도를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성명서에 없는 즉흥 멘트로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 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수부 폐지문제를 놓고 더 이상 정치권에 밀릴 수 없다는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거취를 걸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 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정치권에 대한 항의 표시와 함께 저축은행 수사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심판받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총장은 이와 관련, “저축은행 수사를 끝까지 수행해 서민 피해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권에 대해 수사 강도를 높이겠다는 또 하나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에 청와대는 “거악 척결을 위한 전국 단위 수사조직은 필요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며 언급을 자제하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다.

국회 논의를 관망하던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를 선언한 것은 사개특위 논의가 중수부 폐지 쪽으로 급진전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 논의가 뒤섞여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명확히 선을 그을 필요성을 느낀 걸로 보인다.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비장함 속 선전포고
‘중수부 폐지’ 합의 번복한 한나라당, 비난 쇄도

청와대가 이 시점에서 검찰 손을 들어준 또 다른 이유는 정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축은행 수사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검찰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고 청와대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청와대가 여태 가만있다가 여야가 중수부 폐지에 합의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은 레임덕을 걱정해 검찰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이날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여당인 한나라당에 전달한 점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국회 논의과정에서 중수부 폐지를 막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사개특위 위원들 사이에서 “논쟁이 첨예한 사안에 청와대가 당에 특정 방향으로 지침을 내린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일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제기한 청와대-검찰간 ‘빅딜설’을 일축했다. 청와대는 저축은행 수사 수위를 놓고 제기된 청와대와 검찰의 사전 교감설은 ‘아니면 말고’식의 전형적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면서도 사법개혁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시대에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수위를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또 검찰이 그런 지시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이치에 닿지 않는 얘기에 말할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 길 바쁜 검찰
의원 비리수사 가속화

청와대가 힘을 실어줬지만 검찰로서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국회가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논의 시한이 이달 중으로 예정된 만큼 늦어도 2~3주 안에 이른바 ‘비리 몸통’을 규명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 수사의 칼날은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3월 중순 본격 수사에 착수해 한 달반 동안 1단계 수사를 진행해 21명을 기소했다. 지난달부터는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동시에 비호세력과의 유착의혹을 파헤치는 데 전력했다.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을 구속 또는 기소하고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잇따라 구속했다.

때문에 이후 전·현직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삼길(53·구속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과 통합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 혹은 보좌관에 대한 소환이 우선 점쳐진다. 본인들은 금품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강원저축은행의 비리를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우제창 민주당 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동생 박지만씨와 신 명예회장 간 두터운 친분관계로 인해 지만씨가 저축은행의 각종 이권을 위해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에 선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에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소한 윤여성씨에게서 10년 전부터 로비창구역할을 하며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로비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또 윤씨 외에 해외로 달아난 소망교회 출신의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씨는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신병확보가 비리 몸통 규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박씨가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수사기관과 공조해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배신
민주당 연일 비난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한나라당에 전달하자 현행유지로 가닥을 잡고 중수부 폐지안에 대한 합의를 뒤집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사개특위 검찰관계법소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민주당은 기존 합의안대로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를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합의 무효를 선언하며 충돌했다.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대검 중수부 유지 주장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점이 반영된 결과다.

소위는 찬반 논쟁 끝에 당초 합의한 폐지안과 함께 한나라당의 ‘현행 유지’ 입장을 소수 의견으로 특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선회로 인해 최종 합의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하느냐”며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비꼬며 “검찰개혁의 첫걸음인 중수부 폐지 법안을 여야가 합의한 대로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데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돼서는 안된다. 사법제도로 국민에게 봉사해야지 억압하고 탄압해서는 안된다”고 검찰에 포화를 퍼부었다.

특위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오는 30일 예정대로 활동이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거대여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사실상 18대 국회에서 물 건너갈 것으로 보여 청와대와 검찰, 국회간의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는 검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미소 짓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몇 명의 의원이 소환될지 여의도는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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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