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조직 재정비 본격화 내막

어제의 용사들 다시 뭉쳤다 ‘살기 위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쇄신돌풍이 심상치 않다. 당내 주류로 꼽히던 친이계가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입지가 좁아졌고, 친박계와 소장파가 연대하며 기를 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친이계도 서서히 ‘모임’을 새롭게 꾸리며 세확장에 나섰다.

쇄신부대 신주류의 당 장악
친이계도 결속 다지며 의기투합

한나라당의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은 쇄신풍을 타고 지난달 11일 ‘새로운 한나라’를 국회에서 공식 출범시켰다.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황우여 후보가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소장파들은 새로운 한나라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세력규합에 나섰다.

새로운 한나라는 현 ‘당-청 관계’와 정책기조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정두언, 정태근 등 소장파가 주축을 이루며, 의원 44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친이계와 친박계 의원 일부가 가담하는 등 무섭게 세를 불리며 ‘신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4선의 남경필, 3선인 권영세 의원, 나경원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재선 8명도 동참했다. 친이계인 임해규 박순자 의원 및 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주호영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친박계에서는 재선의 이혜훈 의원을 비롯해 김선동 현기환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친박계와 소장파가 당분간 연대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쏟아졌다.

쇄신풍으로 신주류 탄생

이처럼 쇄신 소장파가 새로운 한나라를 중심으로 결집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친이계를 자극했다. 이에 친이계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해 조직을 재정비를 하며 본격 세확장에 나섰다.

친이계의 대표적인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며 이를 모체로 한 ‘민생토론방’과 ‘가치동맹’이 새롭게 조직됐다.

지난달 24일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을 주축으로 정책연구모임인 민생토론방이 결성됐다. 민생토론방에는 강성천 박준선 손숙미 안형환 원희목 유정현 이은재 의원 등 3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이 중 조해진 김영우 이춘식 강승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전초기지로 알려진 친이 직계 ‘안국포럼’ 출신이다.

이 모임은 ‘청와대의 거수기’란 비판을 불식시키고,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민생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모임의 좌장 역할을 맡고 있는 진영 의원은 한나라당의 가치와 정통성을 지키면서 개혁적 보수를 지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선의원의 또 다른 모임 형태는 가치동맹으로 정책현안과 가치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주요 법안 통과에 주력하며 이를 통해 논란이 일고 있는 당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정책노선에서 신주류와의 갈등으로 당내 여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FTA비준동의안과 북한인권법, 국회선진화법 3개 법안을 18대 국회 임기 내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융체제 전반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나성린 안형환 안효대 유일호 이화수 신지호 의원 등 15인을 중심으로 점차 세를 불려가는 모양새다. 친이계가 결사체를 이룬 만큼 민생토론방과 중복으로 가입한 의원이 많은 게 특징이다.

당내 모임뿐만 아니라 친이계 외곽조직 또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주도한 ‘청파포럼’은 한나라당 전·현직 보좌관 모임이다. 최근에는 청와대, 정부, 공공기관 간부들도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파포럼은 지난해 11월 22일 출범해 결성된 지 일주일 만에 회원이 100여명에서 470여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었다. 지난 5월 31일에는 마포사무실을 열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책개발 및 사회이슈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환경 조성으로 안정된 개혁보수층을 결집해 2012년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지향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9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만도 내부적으로 20여 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친이계 보수단체인 ‘대통합국민연대’도 지난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발기인 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보수성향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브레인 집단’인 이 단체에는 김선규 정규석 공동준비위원장 등 33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대통합국민연대는 발대식에서 ‘통일된 국가, 건강한 사회, 행복한 국민’을 슬로건으로 제시하면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면서 현재의 사회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합국민연대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외곽 지원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후신으로 자리매김하며 앞으로 ‘박근혜 대세론’에 맞설 ‘친이계 후보’를 적극 지원 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내분란의 불씨 될 수도

계파간의 갈등극복이 최우선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파간의 본격적인 세확산은 ‘당내 분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는 “확실한 계파에 줄을 서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그 이면에는 19대 총선 공천 등의 요인이 작용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나라당 7·4전당대회에 친박계 지배구조로 당이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며 친이계의 움직임이 바빠진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좁아지는 입지 속에 새롭게 결속력을 다져가는 친이계가 다시 당권을 장악해 주도권을 가져 올 것인지 아니면 쇄신강풍에 휩쓸려 소장파와 친박계에게 영영 자리를 내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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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