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MB 단독회동 ‘뒷담화’ 대공개

아름다운 동행? 지저분한 결별?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이 있었다. ‘박근혜 대세론’ 속에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만남이라 세간의 관심이 고조됐다. 박 전 대표가 회동 후 이례적인 브리핑을 하며 이 대통령의 따뜻한 입김을 전해 두 사람 간의 온(溫)기류가 감지됐다. 55분간 독대 속에서 그들만의 빅딜은 성사됐을까?

애증의 관계지만 정권 재창출 위해 손잡아?
7.4 전당대회 ‘보이지 않는 근혜손’ 작용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3일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번 6·3 회동을 포함하면 모두 7차례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앞선 5번의 회동에서 사실상 ‘실패한 회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회담 직후 양측에서 흘러나오는 대화가 서로 간에 엇박자 양상을 보였던 터.

박 “당과 나라 위해 역할”
MB “꼭 힘써 달라” 주문

하지만 지난해 8·21 회동과 이번 6.3회동에선 두 사람 사이의 온기류가 감지됐다. 이번 단독회동 후 박 전 대표는 직접 회동 내용을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브리핑하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이를 두고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공감대 형성과 함께 각자 원하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으론 박 전 대표의 직접 브리핑을 두고 최근 황우여 원내대표와 박 전 대표의 비공개 회동을 황 원내대표가 브리핑하면서 불거진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청와대도 “회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좋은 여건이니 열심히 하시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회동에서 “정치논리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분열보다는 통합으로 가야 된다”면서 “모두 하나가 되서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생각에서 저도 당과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꼭 그렇게 힘써 달라”며 “당도 국민 앞에서 진정성 있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성장의 온기가 일반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닿을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며 “앞으로 국정의 중심을 서민과 민생, 그리고 저소득층 중심으로 두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당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 어려움이 커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등록금 완화를 해주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여러가지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생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나누었다고 알렸으며 물가 상승 문제의 심각성과 청년실업, 내수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 등을 건의했다고 알렸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주고받은 미묘한 얘기는 일절 전하지 않았다. 독대 과정에서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대선후보 경선 및 대선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박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애증의 관계 MB-박근혜
첨예한 대립각엔 지지율 하락

이번 6·3회동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성사된 만큼 앞으로 두 사람의 협력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친박계 의원의 ‘공천 대학살’과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의 문제로 갈등을 내비쳤던 친이와 친박의 장본인인 두 사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 하에 협력할 것이란 조심스런 분석이다.

집권 4년차의 이 대통령이 슬슬 레임덕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세론’으로 당내 입지가 강화된 상황이라 현재권력이 미래권력을 거스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또 정권재창출로 레임덕을 최소화 시켜 남은 임기동안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미래권력과 손잡는 일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 역시 지난날 이 대통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을 때마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박 전 대표가 침묵의 덫에 빠졌던 이유다.

또한 조기 선두주자는 대선필패구도라는 우려와 현재권력이 정권재창출은 장담 못해도 미래권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불문율이 맞물려 박 전 대표 역시 이 대통령과 극한 대립은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통령의 지지로 당내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친이계의 반박(反朴) 여론을 상당부분 잠재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

이런 가운데 정계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회동을 통해 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협조하기로 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민생을 챙기고, 박 전 대표는 정책으로 승부해 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여 서로 ‘윈윈(win-win)전략’을 이뤄내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회담 후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 지지에
MB-박 ‘신사협정’ 성립?


박 전 대표의 외곽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이 전국 16개 시·도별 조직을 정비, 본격적인 세확산에 나설 전망이다.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도 이달 말까지 외교·안보, 금융, 재정복지, 언론, 환경, 여성 등 18개 분야별 연구를 끝내고, 다음달 2일 전 회원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총회를 가진 후 각 분과별로 그동안의 정책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창립 후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매주 2~3차례 스터디를 진행해 왔다. 회원 수는 창립 당시 78명에서 현재 200명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타고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불었다.

MB-박 파트너로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원
측근비리 터져 반MB정서 탈당요청도 가능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총회가 이루어지는 양상이어서 당권 구도에 박 전 대표와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한나라당은 박근혜 중심으로의 재편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다가오는 7·4 전당대회는 박 전 대표의 대선행보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기에 박 전 대표가 입김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당직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신임 당 지도부와 엇박자를 내는 경우 대권주자로서의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차기 당권은 곧 ‘킹메이커’가 된다는 설 때문에 대권을 위해서는 당권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우호적인 관계가 대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함바집 비리’와 ‘저축은행사태’ 등 대형 측근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현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권력형 비리에 국민정서에 반MB 기류가 심각해질 경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연대는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대부분 임기말에 대통령의 측근비리와 대권주자 사이의 갈등으로 대통령의 탈당이 연례행사처럼 이뤄졌다. 노태우 정부 당시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비리와 김영삼 대표와의 갈등으로 노 전 대통령이 민자당을 탈당했다. 문민정부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한보비리로 인한 아들 현철씨의 구속과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와의 갈등으로 탈당했다.

측근비리 터지면
탈당은 전례행사?

국민정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진승현·이용호게이트로 아들들이 구속되며 민주당 탈당을 감행했다.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도 당시 지방선거 패배와 열린우리당의 탈당요구에  밀려 전격 탈당했다.

6·3회동 후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 동반자로서 두 사람이 끝까지 호흡을 맞춰 정권 재창출을 향해 갈 것인지,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입장차이로 간극을 좁히지 못해 도로 ‘친이-친박’으로 갈라설 것인지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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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