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 비상> 공포의 바다 생물들

휴가철 바다 물놀이 ‘안전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수시로 나타나는 위험한 해양생물들이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열대지역서 서식하는 바다뱀이나 맹독문어까지 잇따라 출몰라면서 피서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동해안서 식인상어가 발견됐다. 해경은 동해안서 식인상어가 발견됨에 따라 동해안을 찾는 해수욕객이나 해녀, 스킨스쿠버를 비롯한 레저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며 상어를 발견할 경우 즉각 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바다의 포식자] 상어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 4월 경북 영덕군 원척항 동방 800m 해상서 백상아리 1마리가 그물에 갇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15t급 정치망 어선 S호(구계항 선적) 선장 김모(54)씨는 이날 조업을 위해 영덕 구계항을 출항해 설치해 둔 그물을 끌어 올리는 중 백상아리 1마리가 그물에 죽은 채 감겨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포항해경에 신고했다. 

이날 혼획된 백상아리는 길이 2.5m, 무게 150㎏으로 영덕 강구항서 15만7000원에 위판됐다. 


상어는 총 360여종이 있는데 우리나라 바다에는 40여종이 살고 있다. 특히 청상아리와 백상아리, 칠성상어, 흑기흉상어, 귀상어, 미흑점상어, 무태상어 7종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국내 연안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1959년 7월 서해안 대천해수욕장에선 대학생이 상어에 물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1981년 5월에는 충남 보령 앞바다서 해산물을 채취한 후 배에 오르던 해녀가 상어 2마리에게 물속으로 끌려들어가 희생됐다. 

1995년 5월과 1996년 5월에도 서해서 해녀와 어부가 상어에 물려 다리가 절단돼 숨졌다. 지금까지 국내서 식인상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총 6명이다. 

상어는 남쪽서 올라오는 난류와 북쪽의 한류가 만나면서 풍부한 먹잇감이 형성되는 5월부터 남해안서 서해안으로 이동한다. 국내 사망사고도 대부분 서해서 발생했다. 

해양전문가들은 이번에 경북 동해안서 백상아리가 발견된 것은 온난화에 따라 동해안의 수온이 상승한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상아리는 물속에서도 매우 빨리 움직이고 1㎞ 떨어진 곳의 피냄새까지 맡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했다. 

사람 공격하는 상어 등장 동해안 긴장
징그러운 해파리가 어업 피해 유발도…


따라서 상처가 있을 때는 절대 바다에 들어가면 안 된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경북 동해안, 연안 해상에서 식인상어가 발견되어 어업인들과 다이버 등 레저 활동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상어를 만났을 때에는 고함을 지르거나 작살로 찌르는 자극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즉시 그 자리를 피해 곧바로 119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호감 생물 1호] 해파리

동해 중남부지역에는 해파리가 늘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북도 어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초 영덕 축산항 근해서 보름달물해파리가 발견된 이후 경주시 감포, 울진군, 포항시 구룡포 지역으로 해파리 출현 범위가 확대되고 출현율이 상승하고 있다.

경북 관내 해역의 주로 출현 해파리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다. 보름달물해파리는 5월부터 8월 사이 연안에 대량 출현하며 독성은 약하나 무리지어 다니는 경향이 있어 어망파손, 조업지연 등 어업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7월부터 11월까지 대량 출현하며 큰 것은 200kg에 이르러 어업피해는 물론 독성이 강해 해수욕장 이용객의 비호감 대상 1호다. 

경북도 어업기술센터는 이처럼 경북관내 해역서 해파리 출현율이 증가됨에 따라 어업인 피해 예방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속한 상황 전파와 방제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어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해파리 대량 출현이 예상되는 만큼 보유 인력·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신속한 구제작업 실시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기 대응하겠다”며 “어업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정확하고 신속한 해파리 모니터링과 방제작업에 큰 도움이 되므로 해파리 발견 시 경북 어업기술센터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제주항 인근 해상서도 강독성의 유령해파리가 발견됐으며 수온이 증가하는 이달 말부터는 해파리 개체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는 전망했다. 연구소는 해마다 반복되는 해파리 쏘임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주 전 연안을 대상으로 해파리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해파리 접촉피해 응급대처법을 포스터로 제작해 도내 주요 해수욕장과 유관기관에 배포했다. 

안철민 제주수산연구소장은 “해수욕장 이용객들은 해수욕장 내 게시판이나 탈의실 입구 등에 부착된 해파리 포스터 내용을 반드시 숙지하고 해파리 쏘임 피해를 피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맹독 잔뜩 품은] 바다뱀


대만과 류큐열도 남부서 흔히 발견되는 맹독 바다뱀이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에도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대식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팀은 남해와 제주 바다서 잡은 바다뱀 12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바다뱀은 코브라과에 속하는 맹독성 생물이다. 이름 그대로 바다에 사는 뱀인데 육지에 사는 뱀과 유사하지만 꼬리 모양이 ‘노’처럼 넓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물리면 죽을 수도 있어 일본 오키나와 근처 등에서는 바다뱀의 출몰을 경고하는 게시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며 주로 열대·아열대에 사는 바다뱀이 러시아 근해에서도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며 “한반도 해역으로 유입되는 바다뱀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팀은 국내 서식 바다뱀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2014년부터 포획에 나섰다. 2015년 4월부터는 남해안과 제주 주요 항구에 바다뱀을 찾는다는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을 돌리며 제보를 받아 작년 10월까지 어민들에게 총 12마리의 바다뱀을 입수했다. 

이들은 모두 갈색 줄무늬가 있는 넓은띠큰바다뱀이었다. 주로 필리핀, 일본 남부의 오키나와, 대만 인근서 발견되며 한반도에선 발견됐다는 기록이 없었다. 기록에 의하면 한반도서 발견되는 바다뱀은 이보다 더 크기가 작은 ‘진정바다뱀류’다. 
 


바다뱀의 유입 경로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뱀의 특정 유전자(미토콘드리아 Cytb 유전자)의 서열을 분석했다. 제주 우도·덕돌·강정·서귀포·마라도와 전남 여수서 발견된 바다뱀 6마리는 류큐열도 전역에 걸쳐서 나타나는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었다. 

부산 기장(고리)과 제주 애월·모슬포·강정서 발견된 바다뱀 4마리는 류큐열도 남부서 주로 나타나는 유전자형을, 부산 기장(일광)·제주 위미서 발견된 2마리는 대만 해역서만 나타나는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었다. 

따뜻한 바다서만 살던 바다뱀 출몰
위험천만 파란고리문어 잇따라 발견

박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바다뱀이 주로 대만과 류큐열도 남부서 타이완난류나 쿠로시오해류를 타고 한반도 해역으로 들어왔음을 시사한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해수의 유입이 많아질수록 바다뱀의 유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다뱀 연구는 생물 다양성과 해양생태계의 변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맹독성 생물이므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기초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어 독 1000배] 파란고리문어

맹독을 지닌 파란고리문어가 거제 연안서 발견돼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6월 거제시는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항 방파제 인근에서 한 낚시꾼이 파란고리문어를 발견해 신고했다. 

파란고리문어는 열대성 생물로 갈색 바탕에 푸른빛 원형 무늬가 있고 10cm 내외의 크기다. 작은 크기지만 복어류에 있는 테트로도톡신과 같은 매우 강한 독을 지녔다.

이 문어가 가진 맹독은 1mg으로도 사람을 치사에 이르게 할 수 있으며 적은 양에 노출되더라도 신체 마비, 구토,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몸 표면의 점액과 먹물 등에도 독성물질이 있어 절대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 

지난 2015년 6월 제주 북서부의 협재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서 고둥과 게 등을 잡던 한 관광객이 파란고리문어에 손가락을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관광객은 “문어에 물린 후 피가 조금 났고 벌에 쏘인 듯 욱신거리고 손가락 마비 증상을 느껴 119에 신고했다”며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계속해서 손뼈가 시릴 정도의 극심한 고통과 어지러움 증상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란고리문어는 제주도 인근서 발견됐지만, 최근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남해안서도 발견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파란고리문어의 독은 복어보다 무려 1000배나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불과 1mg가량의 독으로도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이빨 외에도 몸 표면의 점액 등에 독이 묻어 있어 발견 시 절대 맨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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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