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잠룡 ‘1손2정’ 행보 엿보기

‘외휴내전(外休內戰)’ 세 잠룡 “승천은 단 하나 뿐”

두 달 전 4·27 재보선으로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온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단숨에 야권 차기 대선주자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곧 한-EU FTA 역풍을 맞아 삐거덕거렸다. 급기야 위기를 의식한 손 대표는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인재영입을 통해 ‘2기체제’를 출범시키며 세 확장에 나섰다. 그의 당내 경쟁자인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차기 대권에 한 발짝 먼저 다가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선주자 ‘빅3’ 본격 스타트
정치계 판도 변화 장담 못해

지난달 30일 리서치뷰의 여론조사결과에서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1대1 가상대결 결과, 박 전 대표는 41.1%, 손 대표는 37.0%의 득표를 기록했다. 손 대표는 박 전 대표와의 차이를 4.1%포인트인 오차범위 내로 따라잡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손학규 대세론’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탄력받은 손 대표는 그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 국회는 민생에서 시작해 민생으로 끝나야 한다. 민생진보 4대과제, 즉 반값등록금, 전월세상한제, 부자감세철회, 민생추경 편성은 반드시 완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좌우 이념과 성향을 떠나 민생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앞서가는 주자 손

여기에 손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모여 6월 전국조직인 ‘통합연대’를 출범시킨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손 대표의 최측근인 김부겸 의원이 준비위원장을, 지난해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 캠프의 좌장격이었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고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연대는 오는 16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연 후 전국 16개 시·도에 24개 지부를 두고, 조직 확대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손 대표 지지 조직이었던 ‘마포모임’ ‘선진평화연대’ ‘전진코리아’도 자연스레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준비위원장 측은 통합연대가 특정 대선주자와 연관된 조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손 대표의 측근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사실상 손 대표가 세확장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2기를 출범시키는 등 전방위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정동영 최고위원도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며 대권행보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차기 대권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정세균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4월 싱크탱크인 ‘국민시대’를 출범시키며, 당내에서 가장 먼저 대권행보에 나섰다. 동시에 정 최고위원은 ‘분수경제론’을 주장했다. “성장의 원천을 중소기업, 서민·중산층으로부터 찾아 사회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영?호남의 민주세력을 연결하는 ‘남부민주벨트론’ 카드를 꺼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성지인 광주·전남과 부산·경남의 남부민주벨트를 복원하는 남풍(南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난달 19일에 민주벨트론의 순례 행진을 시작했고, 이 기세를 몰아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정 최고위원 측은 “부산·경남과 광주·전남을 남부벨트로 이으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측은 통합이 최선, 연대가 차선, 단일화는 기본, 분열이 최악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테이블을 펴놓고 모두 나와 입장 차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정 최고위원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의 차기 대선에서의 ‘역할론’을 내세우며, 차기 대권 경쟁구도를 확장시키는 데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복지’와 ‘야권통합’을 키워드로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복지를 다루는 데 노동 현안을 빼놓을 수 없다”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노동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과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또 야권통합에 매진하고 있다. 4·27재보선에서 김해 패배로 선거연대의 한계를 느끼며 반드시 단일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이에 각 당들의 대표성을 모아 정책연합이라는 선행 작업을 통해 단일정당을 창당을 꿈꾸며 다른 야당들과 물밑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2정도 고군분투

정치권은 민주당 내부 빅3 잠룡들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당내에 확고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손 대표, 우호그룹인 김진표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당내 지지기반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한 정(세균) 최고위원, 그리고 쇄신연대를 통한 세 규합으로 당내지분을 확실히 보유하게 된 정(동영) 최고위원.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라는 말처럼 현재로선 총선과 대선까지 어떤 변수와 변화가 발생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지난해 10·3 전당대회에서 1차 혈투를 벌인 바 있는 ‘1손2정’은 각각의 지지기반을 확보해 나가며 대권으로 가기 위한 제2차 혈전에 돌입했다.

아직까진 세 잠룡 모두 대권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지만, 조기 이탈자가 생길 경우 당권도전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이들의 피 튀기는 파워게임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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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