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후폭풍, 정관계 로비 막전막후

캘수록 ‘고구마 줄기’ 권력형 게이트 터진다

저축은행 사태로 정치권과 금융계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민주당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권력형 측근비리 게이트’로 규정하며 각종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며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도 전 정권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키며 반격을 가하고 있다. 국정조사로는 약하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는 각종 의혹들로 청와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거물급 로비스트 움직임 속속 드러나
대부분 혐의 부인…검찰 정황 포착 주력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수사하며 금융위원회를 뒤집어 놓은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에 정관계는 물론 금융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청탁을 받고 지난해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금감원 검사 강도를 낮춰 달라고 청탁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저축은행발 파장은 정·관계 인사가 연루된 ‘게이트급’으로 도약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들이 학연 등을 매개로 저축은행의 퇴출 저지를 위해 금감원, 청와대 등에 줄을 댄 의혹이 짙은 데다 정치권 유력 인사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제 2·3의 인물도 거론되고 있어 검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는 각종 의혹

지난달 31일 은 전 감사위원은 지난해 2~10월 부산저축은행의 ‘금융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1억7000만원을 받아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 감사원의 지휘 아래 금감원이 강도 높게 진행하던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수준이 완화되도록 금융감독원에 청탁을 해주는 대가였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뿐 아니아 배국환·하복동 감사위원도 피감기관 관계자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의 부산저축은행 감사의 주심위원이었던 하 위원이 지난해 9월 윤씨를 만나 “저축은행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지난 2일 드러났다.

김양(58·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씨는 저축은행 의사결정 과정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로 막후에서 움직였다. 윤씨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부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퇴출 저지를 위해 청와대 고위인사와 친분이 있는 박모 변호사를 찾아가 해결방안 등을 논의했다.

검찰은 박모 변호사가 지난해 연말쯤 청와대 핵심인사인 A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민원을 제기하려 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A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부산저축은행을 자문했다. 검찰 간부 출신인 박 변호사는 고문으로 활동하며 관련기관에 탄원서를 내고, 대전저축은행 매각 관련 자문 등의 업무를 봤다. 박 변호사는 감사원, 금융감독원에 탄원서를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와대 관련 부분은 부인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박 변호사와 A수석은 연수원 동기라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하는 사이고 박 변호사가 저축은행 이야기를 꺼내기에 30초도 안 돼 일언지하에 끊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퇴출 위기에 몰린 부산저축은행이 구명 로비를 위해 전방위로 뛰었을 가능성이 높아 로비 대상이 A수석에 그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9년 골프장 인허가 비리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도 저축은행 사태 파문에 휩쓸렸다. 지난 3일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이 공 의원과 옛 통합민주당 전직 의원 L씨 등 두 전현직 의원에게 각각 억대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공 의원은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신 회장은 공 의원에게 2005년부터 최근까지 매달 500만원씩,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고 밝혔다.

공 의원은 “신 회장이 그런 말을 검찰에서 했는지부터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보도 등) 중재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신 회장이 매달 300만원을 건넸다고 말한 옛 통합민주당 소속 L 전 의원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만난 적도, 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여당으로부터 보해저축은행 BIS 조작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불법 후원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표는 “보해는 지역구에 있는 기업이고, 경상도에 있는 기업들도 정식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후원하고 있다”며 “후원금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도 장려되고 있는 것으로 불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거물 로비스트

한편 검찰은 윤씨 이외에도 여러 명이 정·관계 인사들을 접촉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은 윤씨와 함께 정관계 로비의 핵심 축으로 거론되는 로비스트 박태규(72)씨다. 명문대 교수 출신인 박씨는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저지 로비에 관여했지만 수사가 시작되자 캐나다로 도피했다.
박씨는 소망교회 인맥을 통해 이 대통령과 교회 소그룹 활동을 함께 하기도 했으며 정치권 안팎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거물 로비스트로 꼽혀 왔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은 검찰조사에서 박씨의 존재를 털어놨고, 은행이 진행한 각종 부동산 사업에서 인·허가 취득 등에 도움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특히 지난해 6월 경영난 타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김양 부회장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거쳐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성공시켰다.

또한 검찰은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각각 5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 박씨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도피 중인 박씨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 요청했다.

하지만 박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형선(59·구속) 해동건설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개입했다.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 사업과 관련, 토지소유권 분쟁이 생겨 지난 2008년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김양 부회장의 부탁으로 서광주세무서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시도했다. 하지만 박 회장 역시 로비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검찰은 지난 1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54)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지난 2일 김 원장을 소환조사하고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로비스트에 힘 얻어
청탁과 비리 일삼아

김 원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수석 전문위원으로 있을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퇴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경영진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여당에도 몸을 담았던 만큼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 보인다. 또 다른 혐의는 지난 2008년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한편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의혹도 일파만파 커지며 계속 제기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을 묵인해줬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금감원 직원들의 징계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해 감사원을 직접 찾아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착수했던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이틀 만에 중단시킨 배경에 부산저축은행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자 금융감독원 측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행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다시 착수되면서 부산저축은행 검사에 대비할 시간을 줬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 직전까지 임원으로 재직했던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사전에 귀띔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 2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2008년 3월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부인 명의의 주식을 매각이 아닌 명의신탁 형태로 넘긴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아시아신탁 설립 과정에 참여해 등기이사로 등재돼 이사회의장을 맡는 등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금감원장 임기 중 부산저축은행 그룹 계열사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공동검사 때 검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아시아신탁 주식의 위장 보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선태 법제처장도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 윤여성씨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윤씨가 지난 2007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던 정 법제처장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이번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윤씨가 건넸다는 돈의 대가성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광주일고 출신들의
릴레이 비리게이트

우연의 일치인지 부산저축은행 로비에 연루된 사람들 상당수가 광주일고 출신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 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이 광주일고 출신이며 김양 부회장과 김민영 대표, 문평기 감사, 오지열 은행장 등 은행 경영진 대부분이 광주일고 선후배로 엮여 있다.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 원장과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 등 구명 로비를 한 의혹을 받아 이미 구속된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서 10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참여한 과정에 의혹을 받고 있는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이 밖에 이번 사건과 관련돼 거론되는 사람들 상당수가 광주일고 인맥과 닿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