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측근비리로 흔들리는 MB

집권 4년차 레임덕 조짐 ‘나 어떡해~’

대통령 측근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집권 4년 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이 고비를 맞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은 상황에 향후 핵심 측근이나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가 추가로 터질 경우 국정운영 동력이 결정적으로 약화되고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탈당설 까지 대두되고 있어 이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낙마·구속 측근 지금까지 10여명, 올해만 4명
MB 후반기 국정운영 축 ‘공정사회론’ 치명타

집권 4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가 잇단 측근비리로 흔들리고 있으며 레임덕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7조원 규모의 이번 저축은행 비리는 이 대통령의 측근이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어 청와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부산저축은행발 비리 태풍이 정권 말 레임덕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지난 1월에 터진 건설현장 식당 비리 등 굵직한 의혹의 현장에 권력 측근들이 깊숙이 개입,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 기조인 ‘공정사회’ 가치를 뿌리째 뒤흔든 바 있다.

7조원 규모 대형비리

비리 의혹에 연루돼 공직에서 물러났거나 구속된 이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은 지금까지 10여명에 육박한다. 올해 들어 비리 사건이 집중적으로 터지면서 이 가운데 4명이 구속되거나 공직을 잃었다.

올 초 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으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인맥과 인수위 인맥들이 줄줄이 옷을 벗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법원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까지 터지면서 더 이상 측근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중 은진서 전 감사위원 사건은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들어 입버릇처럼 강조해 온 정치신념(“레임덕은 없다. 측근 비리는 없다”)에 크나큰 타격을 줬다.

민심 이반의 뇌관이 된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또다시 은 전 위원이 로비 의혹으로 구속되며 청와대도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비리의 진원지가 이명박 정부의 공정사회 기조를 앞장서 실천해야 할 감사원이라는 점도 이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일이다.

은 전 위원은 지난 2007년 이 대통령의 경선·대선 과정에서 ‘BBK 대책반장’을 맡아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막았던 핵심 측근이다. 이후 인수위 자문위원을 거쳐 2009년 감사위원에 임명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측근을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위원에 임명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 대부분이 집권 4년 차에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사건으로 급속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며 “최근 흐름을 보면 현 정권도 이 패턴을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초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 때는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의 사직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의 구속,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의 사직으로 무마됐다. 배 전 팀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경찰에서 서울시청으로 파견돼 인연을 맺은 뒤 대선 기간 경호업무를 맡았었다. 최 사장 역시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경영기획실장과 SH공사 사장을 지냈다. 영남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소망교회를 함께 다닌 장 전 청장은 경제 관련 대선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4ㆍ27 재보선을 전후해 민심 이반과 여권 내 핵분열 등으로 가뜩이나 골치를 앓고 있던 청와대로서는 은진수 로비의혹에 대한 특단의 조치 없이는 난국을 빠져나가기 어려운 사면초가의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돈과 힘을 가진 사람이 벌인 ‘용서받지 못할 비리’라고 규정하고 반(反)공정사회의 대표적 사례로 간주했다. 이 대통령이 로비 의혹에 휩싸인 은 전 위원의 검찰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의표명을 즉각 수용하고 민정수석실을 직접 찾아 “비리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용도 없이 철저히 조사하고 엄정히 조치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 공직 기강을 다잡고 비리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사전에 면밀히 살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과거 정부에서부터 끊임없이 반복된 정권 말 레임덕 증후군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 또한 만만치 않다.

측근 비리는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다. 공직자 비리를 감시하는 기관에 보낸 측근이 오히려 비리에 연루돼 사직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을 엄습하는 더 큰 불안은 ‘과연 은 전 위원 의혹이 측근 비리의 끝이냐’는 데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일 제2, 3의 은 전 위원이 나온다면 레임덕의 봇물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거세지는 탈당설

이에 한나라당 내에선 ‘대통령과의 결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추이에 따라 생각보다 빨리 급속한 붕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정권은 모두 임기 4년차에 터진 비리 사건을 기점으로 대통령의 탈당이 감행됐다. 노태우 정부에선 수서 택지 비리와 제2이동통신 선정 비리가 계기였고, 김영삼 정부 때는 한보비리, 김대중 정부는 ‘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대통령 탈당의 촉매가 됐다.

보은인사 비판에도 은 전 위원을 감사위원에 앉혔고, 지난해 4대강 감사 논란 당시 교체 요구를 무시한 것도 이 대통령이다.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입지에 이 대통령은 어떠한 행보를 보일 것인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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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