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허니문’ 문 정면돌파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7 10:04:45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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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의 허니문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관 인선 과정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야권의 맹공을 받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면 돌파에 나서면서 반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의 위기극복 플랜을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새 정부 내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인선안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발표하는 등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킨 모양새다. 대통령의 ‘탈권위’ ‘소통행보’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80%를 돌파했다.

쏟아지는 의혹들
무너진 인사기준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기대 이상이다’ ‘사람을 잘못 봤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만 내각 인선과 관련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의혹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위장전입’ ‘부인 취업특혜’ ‘논문 자기표절’ ‘다운계약서’ ‘아들 군대보직 특혜’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강 내정자는 ‘위장 전입’ ‘증여세 탈루’ ‘딸 이중국적’ ‘박사 논문표절’ 등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각종 의혹은 문재인정부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으로 번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 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위 두 사람은 5대 원칙에 최소 2개 이상이 위배되는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공직후보서 원천 배제하는 기준안을 제시했다.

공직후보자들의 위장 전입 사례가 과거 부동산투기형 위장 전입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안인 만큼 법 위반의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위장 전입뿐 아니라 다른 공직인선 기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향후 어느 진영서 정권을 잡더라도 정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이 2005년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새 기준안을 들이밀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 통과했는데…김상조·강경화 첩첩산중
야3당 “안 봐 준다”…깨지는 협치 분위기 

문 대통령은 직접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또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약속했다.

야권에선 청와대 내각 인선과 관련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 새 정부 초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다른 장관 및 주요부처 인사는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김상조, 강경화 두 내정자 인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서 “두 후보자에 대해 책임 있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별 장관은 국정 혼란 부분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확실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김 내정자가 낙마할 경우 국정 초기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재벌개혁의 선봉장에 설 것으로 예상된 김 내정자가 부재한다면 문 대통령발 ‘재벌개혁’은 방향과 속도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스텝 꼬인 인사
문 노리는 야당

인선 과정서 정치권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출신 4명을 장관에 중용했다. 인선 정국을 정면돌파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김, 강 내정자에 집중된 인사 청문 검증 공세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보인다. 

두 번째 내각 인선의 특징은 4명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이라는 점이다. 

4선의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3선 김현미, 김영춘, 재선 도종환 의원 등이 중용됐다. 4명 후보자들의 지역도 영남, 수도권, 충청 등이기 때문에 탕평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각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김부겸 후보자에 대해선 ‘지방분권, 균형발전, 국민통합 목표 실현 적임자’로 표현했고, 도종환 후보자는 ‘문화적 통찰력과 의정 경험’, 김현미 후보자는 ‘일자리 창출 등 국토교통부 주요 과제들의 차질 없는 추진’, 김영춘 후보자는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혁신’을 이야기했다.  

청와대는 인사 배경과 관련해 “이미 내정된 것으로 보도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며 “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 동안 빠르게 새내각을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이낙연 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만큼 문 대통령은 한시름 던 모양새다.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서 문 대통령은 “인준 과정서 진통이 없지는 않았지만 청문회가 활성화된 이후 최단 시일 안에 인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가 인준됐으니 제가 약속했던 책임 총리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청와대 비서실서도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주문했다. 

막막한 추경안 통과
청 잡고, 야당 조율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국무총리 인선이 완료됨에 따라 청와대의 개혁 및 과제 수행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총리 인선 과정서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국정초기 여·야·정 협치는 금이 갔다.


한국당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지난달 제안했던 여야정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제1야당이 반대했고 불거진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없는 상태서 인준을 정부여당이 강행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 총리인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회를 예방한 이 총리를 향해 “이 총리가 오전에 우리당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으나 이런 상황서 만나기 대단히 불편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문재인정부의 독선과 독주, 협치 실종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서 전혀 진정성 없는 언론 사진찍기용 회동에 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무총리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온전한 의미의 여야정 협치는 깨졌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과의 협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여소야대 국면서 국민의당의 의석수는 과반수 찬성을 필요로 하는 법안 통과에 있어 절대적 힘을 발휘한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민주당을 필두로 국민의당, 정의당과 협조 체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활 건 일자리
국방개혁 신호

현재 문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 TV상황판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일자리 현황을 살피기도 한다. 특히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이하 추경안) 통과는 문 대통령 제1공약인 일자리 만들기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청와대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안을 최대한 빠르게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추경서 국회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회를 설득하는 데 필요하다면 추경안이 제출된 후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의원들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추경안이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흐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지난달 29일 문재인정부가 세금을 통해 공공일자리 확대를 추진할 경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 편성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이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안을 편성토록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근본적 일자리 대책 없이 추경안만 바라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고, 바른정당도 재원조달 방안을 꼼꼼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오는 9월초 국회에 제출되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추경안 통과 여부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일자리 공약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문 대통령이 과거정부의 적폐를 재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있어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당도 국무총리의 경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이 밖에 현안 및 인사에 대해서는 봐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 등 야당 입장에선 크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강공 정치’를 ‘일방통행’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국방부 국기문란 지적
주도권 싸움 들어갔다

최근 문 대통령은 정부 내 기강확립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사드 4기 추가반입’ 보고 누락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행위가 국기문란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줄줄이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이는 단순히 사드 반입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 초기 기강을 잡아 국정운영에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방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적폐청산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면서 1년 안에 국방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방비 증가율에 있어서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수순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의 4% 수준의 국방비를 참여정부 때와 같은 7∼8%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참여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면서 전시작전권 환수, 국방부 문민화, 3군 균형발전과 신무기체계 적극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육군, 예비역 장성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계획은 어긋났다.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사드배치 보고 누락 사태로 국방부와의 기 싸움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정권 초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토대는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 초기 개혁에 힘쓰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자칫 인사과정으로 인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만큼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문 대통령의 행보에 무리하게 발목을 잡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정초기 바짝
개혁 드라이브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사 문제서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여당은 대통령의 논리로 총대 메기에 나서곤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후보자 몇 사람을 구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성공적인 협치와 그를 통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청와대와 각 세우기 왜?

‘강한 야당’을 모토로 내세운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인사, 추경, 사드 추가반입 진상조사 등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서 이에 대한 해명이나 자료제출 없이 일방적으로 인준 통과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문 대통령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자해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출범 불과 2주 만에 한국당이 비난 어조로 나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움직임은 한국당이 정권초기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맹활약하는 문 대통령과의 주도권 경쟁서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사 속 기사> 군 사조직 ‘알자회’ 정체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파문으로 국방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보고 누락 배후설에 ‘알자회’가 거론되고 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20여명이 활동했던 군내 사조직이다. 알자회는 군내 핵심 보직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사드 배치와 추가 반입 과정서 군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고 누락 문제가 생겼고, 그 배경에 알자회를 비롯한 군내 사조직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드 배치를 총괄하는 국방부 정책실의 장경수(육사 41기) 정책기획관도 알자회 소속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알자회 처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1일 정책조정회의서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국내 문제가 있다”며 “알자회가 해체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명박·박근혜정권서 부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통해 알자회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알자회는 1992년 이미 해체됐다. 군내 파벌이나 비선에 의한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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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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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