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궁합 보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29 10:26:59
  • 호수 1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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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지만…“두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각 정당의 지도부가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야당은 전열을 가다듬어 여권과 청와대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여당은 야당의 공세에 방어하는 모양새다. 각 당은 국정 초기 ‘협치’를 내세우며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이면에는 이해관계와 정치공학적 셈법이 숨어 있다. <일요시사>는 각 당 원내대표의 궁합을 통해 향후 정국을 내다봤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우 원내대표는 115표 가운데 61표를 얻어 54표를 득표한 홍영표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우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서 협치로 당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해 친문(친 문재인)계로 통하는 홍 의원을 제쳤다. 

대통령 바뀌고
일시적 밀월관계

당선 직후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민생, 적폐 해소, 탕평인사로 통합과 개혁의 길을 열어가는 데 여러분의 힘을 모아서 원내대표로서 온몸을 바쳐 함께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날 국민의당도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했다.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에는 비대위원장 출신의 4선 김동철 의원이 당선됐다. 

호남 민심 회복을 주장한 김 원내대표는 결선투표 끝에 과반을 득표해 신임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상당히 들떠서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행보만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하겠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땐 앞장서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 3개 당은 현행 원내대표가 당분간 직을 유지키로 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오는 7월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 선출에 나선다. 바른정당은 다음 달 26일이면 새 지도부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각 당 원내대표들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협치를 강조하며 여야 당청 간 조율자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선을 통해 틀어진 국민의당 및 자유한국당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역할도 맡을 전망이다.

같은 날 원내대표에 오른 민주당 우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협치를 강조했다. 지난 17일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찾은 우 원내대표에게 “우리 양당이 당리당략을 떠나서 오직 국가와 민족만을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면 못 할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민주당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우리 국민의당은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했다. 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국정 초기에 발목을 잡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국민의당은 우리 당과 뿌리를 같이하는 형제당”이라며 “그동안 대선서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쓴소리했던 사이지만 기본적으로 사회를 어떻게 잘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은 거의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국민의당 새 원내대표 선출
서로 인연 강조…협치 화두 꺼낸다

두 사람은 30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 아래서 정치를 시작했고, 노원구서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경험도 같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광주로 내려갔고, 우 원내대표는 노원구서 터를 닦았다. 


다만 두 당이 대선을 통해 발톱을 드러낸 바 있지만, 김 원내대표가 국정에 발목을 잡지 않기로 한 만큼 밀월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와 야당의 거대 축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우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다음 날인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정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그는 “여당이 을이고 야당이 갑”이라며 화해와 소통을 통한 대화를 강조했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활동 인연을 들면서 존경심을 표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우원식 하면 을지로위원회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사람이 많다”며 “우 대표님은 소위 카운터파트너로서 대화가 통하는 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는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정권교체가 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당리당략을 떠나 협치할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거대 양당의 축인 만큼 각종 사안에 이견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 원내대표 취임 당시와는 다르게 이번에 우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 두 당의 원내대표가 덕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쟁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통 대결을 펼치고 있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관계도 주목받는다.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의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온 의원들이 만든 정당이다. 
 

지난 대선서 유승민 의원을 대선주자로 내세우며 자유한국당과 보수적자 대결을 펼쳤다.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위를 기록하면서 4위에 그친 유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대거 탈당함과 동시에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위기에 직면했다. 대선을 통해 바른정당은 보수적자 경쟁에서 승기를 잃은 셈이다.

보수적통 대결
문 행보 제동

정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선거과정서 날을 세우며 서로를 비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개혁독선에 빠지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곳곳서 개혁,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법에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감사원법에 의하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돼있으나 독립돼있어 대통령이 감사 지시를 할 수 없다. 감사는 발동 요건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이명박정권을 겨냥한 “전형적 정치 감사”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감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전 정부 일이라도 잘못된 건 반성하고, 교훈을 얻는 차원서 조사할 수 있고, 법적인 책임이 있으면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부관참시하듯, 보복하듯 뒤집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과거청산에 나선 만큼 두 원내대표는 논평 수준의 비판을 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간 궁합도 들여다볼 만하다. 두 당은 같은 야당이라는 범주에는 묶이지만 이념 및 지역적 색깔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선 과정에선 홍 후보와 안 후보가 보수층의 표를 갉아먹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날을 세웠다.

현재 두 당은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합당설은 나오고 있지만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설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쪽에서도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염두에 두고 있지만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고려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두 원내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뭉칠 가능성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 참석한 직후 국회로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반드시 약속대로 개헌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책은 ‘OK’
통합은 ‘NO’


이어 “(문 대통령) 본인 스스로 절대로 (개헌에) 발목을 잡거나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3월28일 “개헌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선택지거나 단지 권력의 한 끄트머리를 나눠 갖기 위한 정략적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해 개헌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해 정치적 합의 및 국민적 동의가 필요함을 전제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대선 전에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채택키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관철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서 “문 대통령이 약속했듯 내년 지방선거 때 헌법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개헌을 통해 다수당과 소수당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면서 정치권에 개헌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힘쓰는 모양새다. 

그는 앞으로 민주당을 제외하고 개헌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 일조해 향후 개헌 정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은 개헌의 핵심 쟁점인 대통령 권한과 관련해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자유한국당과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개헌이 국회의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헌 추진을 위해 정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공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보수적통 대결…과연 승자는 누구?
연대·통합론 속 엇갈리는 이해관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관계도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모두 당내 대표가 공석인 상태서 대표직과 원내대표직을 겸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울러 소수정당이란 점도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창당의 배경도 비슷하다. 대선에서 패한 두 당의 의원들 중 일부는 각각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합류를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책무도 지고 있다. 다만 이념 측면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맥락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두 정당은 대선 과정서 각종 연대 시나리오를 양산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임인 국민의당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바른정당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주 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양당의 연대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간접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동 이후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 제안이 어떤 뜻인지 궁금했고, (주승용 대행에게) 확인해본 결과 개인적 의견이라고 했으나 완전한 사견만은 아닌 듯하다”며 “(국민의당) 구성원들의 뜻을 상당히 짐작하고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나서 그런 논의를 활발히 해야 할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취임한 이후 양당의 연대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난색을 표했다. 지난 22일 그는 양당의 통합론에 대해 “국민 선택을 어긋나게 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횡포를 부릴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통합 카드를 내밀 것이란 말을 하면서 통합론에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는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지난 16일 취임 첫날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추진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공동보조를 취하고 이야기하면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안이 하나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유사점을 보이는 두 정당이 힘을 합친다면 거대 양당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수의 한계로 정책 및 법안 관련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정당의 정책연대는 당의 존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도 정책이 같다면 국민의당과 정책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물리적 통합은 “양당 모두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 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즉답을 피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표적 개헌론자로 불리는 김 원내대표, 정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힘겨운 통합카드
개헌으로 뭉친다

최근 문 대통령을 만난 이후 “문 대통령의 개헌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향후 문 대통령의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이 마무리되면 3개 정당 원내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뭉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 같은 허니문 시기에는 연정 없이도 민주당 단독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추후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경우 연정 형태도 검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당 원내대표 매주 모이는 이유

지난 22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회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들은 ‘의장-원내대표단’ 모임을 주 1회 정례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실무협의의 틀은 원내 수석부대표 간에 협의키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의 일환이다. 

해당 모임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야당과 협력할 것”이라며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잘 정리해내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당의 덕목은 아량”이라며 “협치 과정에서 야당이 까칠하고 부드럽지 못한 입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야당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협치를 잘해 달라”고 주문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문 대통령의 협치 첫 관문으로 불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입법과 각종 정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협의체가 구성되면 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의체에 대해 “과거 고위당정협의나, 일회성으로 진행된 여야정협의체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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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